화이트 크리스마스 아침에...

2000-12-25     관리자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침에]

새벽까지 퍼 붓던 눈은 어느새 멈추고, 하늘은 푸르름과 함께 눈부신 아침이 찾아 왔습니다.
바람 불어 날은 차가우나, 눈 덮힌 앞마당에는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로 덮여 있습니다. 곳곳에는 웃음 소리요 눈 덮힌 하루를 기뻐하는 마음뿐입니다. 참으로 축복받은 아침입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생애 처음 찾아 온 화이트 크리스마스 사진을 기념으로 몇 장 찍었습니다. 나무에 내려 앉은 눈도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세상은 평화롭고 성당에는 예수님 오신 날을 찬탄하고 찬미하는 노래로 가득합니다.

저는 오늘 예수님이 오신 것을 생각하며, 또한 예수님의 부모님이신 요셉과 마리아를 생각합니다.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신 소식을 듣고 요셉은 깊은 회의에 잠깁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어찌 순결한 처녀가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이해가 가겠습니까? 그리하여 요셉은 마리아의 행복을 위해 남모르게 떠날 결심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번민하던 요셉은 꿈에서 계시를 받고 아이를 낳기 위해 베들레헴으로 떠납니다. 예수님을 가진 아내, 마리아를 모시고서요...

다들 아시다시피, 베들레헴에 간 요셉은 해산할 장소를 구하지 못해 마굿간에서야 몸을 풀고, 결국 예수님은 이 곳에서 태어 나시지요...

예수님 칭송이야 그동안 끊임이 없었는데, 오늘 저는 신의 아들, 이스라엘의 왕이시고 인류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님을 맞은 아버지 요셉의 마음이 어떠했나,를 생각해 봅니다.

그저께 신문에는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장사하러 나간 부모님 두 분이 자녀 학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소식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신문에는 이 두 분께서 아이들에게 생활비를 주지도 않으셔서 전기, 수도도 끊긴 가운데 아이들이 학교도 나가지 않은 채 앵벌이를 해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해 줍니다. 부인이 남편을 따라 장사 나간 이유도 적혀 있는데, 객지 생활하면 바람 날까봐 그랬다는 것입니다.

신문이란 것이 워낙 사실을 왜곡할 때가 많은지라 저는 이 신문 기사를 전적으로 믿을 마음은 없습니다만(왜냐하면 특히 남을 비난하는 이야기는, 꼭 당사자 양 쪽의 이야기를 들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낳으신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베들레헴을 떠나 나사렛으로 가서 목수 생활을 합니다. 요셉의 당신의 자녀, 예수님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나는 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도 평범(?)하지만은 않으셨을 것입니다. 아마 요셉은 예수님을 극진히 모셨을 것입니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적어도 내 아들이라고 함부로 대하거나 부려 먹거나 하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아버지로서의 위엄은 잃지 않되, 앞으로 구원자 되실 당신의 아이를 모욕을 주거나 멸시하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당당한 주님의 아들로, 이 땅에 오신 이유 그대로 살 수 있게끔 요셉은 주님께 맹세하고 그렇게 길렀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젊은 나이에 여행도 마음껏 하고 광야에서 40 여일의 기도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아버지, 요셉이 있었기에 예수님은 그렇듯 찬란하게 우리에게 오시고 그렇게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시고 떠나신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요셉에게서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 분의 예수님 공양은 참으로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본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의 어버이이신 마리아, 요셉처럼 우리 아이들을 기르고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나를 위해 오신 분도 아니요, 우리 부모들의 심심풀이로 오신 분은 아니며 더구나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그런 분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모두 모두 내게 오신 작은 부처님이요 작은 예수님인 것입니다. 오로지 섬기고 모실 분들인 것이지요!!!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 그리고 그 예수님을 훌륭히 키워 인류에게 공양 올리신 어버이 마리아와 요셉을 생각하며, 함박눈이 축복으로 온 누리를 하얗게 덮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날, 감사와 다짐으로 이 아침을 보냅니다...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