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불교] 인간성

2008-01-22     관리자

  1. 戒의 못에 들라

  아난은 새벽녘에 발우를 들고 사위성으로 들어갔다.  걸식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걸식하고 돌아오는 길에 큰 못가를 지나게 되었다.  햇빛은 쨍쨍 내려 쬐이고 땀은 흐르며 목은 말랐다.  못가에 가까이 가니 마침 아름다운 전다라의 출신 마등가가 물을 긷고 있었다. 

   <누이여, 나에게 물 좀 주시지 않겠습니까 ? >  

  <존자시여, 물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마는 저는 천한 집 사람입니다 > 하며 부끄러운 빛을 얼굴에 띄우고 고개를 숙였다. 

  <누이여, 나는 沙門이요.  나는 귀천상하를 보지 않습니다.> 마등가는 기뻐서 맑은 물을 한그릇 가득히 아난에게 떠바쳤다.  아난은 물을 마시고 만족스러운 걸음으로 서서히 기원정사로 향하였다.

  사람 그리워할 나이 또래의 그녀는 정신없이 아난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왕족의 태생인만큼 품위있는 자세 부드러운 말씨는 흰종이와도 같은 소녀의 가슴에 진하게 그려져서 지워지지 않았다.  저런 분을 남편으로 섬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하면서 엉뚱한 생각에 젖으며 집에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자 홀어머니에게 졸랐다.  <아난존자를 우리집에 불러주세요.>

  그의 모는 주술에 능란하였다.  그래서 그가 술수를 쓰면 사람을 현혹시키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母는 말하였다.  <애야, 아무리 그렇지만 마음이 욕심을  여읜 사람과 죽은 사람에게는 나의 주술의 힘도 미치지 못한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내가 무엇을 믿고 살겠읍니까 ?  나는 차라리 죽어 버리겠어요. >  여인의 마음은 달랠길이 없었다.  마침내 하는 수 없이 그의 모는 소똥으로 땅을 바르고 흰 갈대를 모아 사르며 108개의 연꽃을 불에  차례 차례 내어 던졌다.   그리고 연꽃 한잎마다 지성으로 주문을 외우고 일심으로 천지신명에게 기원을 드렸다.  <아난존자를 여기 오도록 하소서. >

  주술의 힘이었는지 또는 여인의 일념의 힘이었는지 아난은 정신없이 마등가의 집 앞에 이르렀다.  모녀는 기뻐서 집안으로 맞아 드리고 집안을 정결하게 치우고 자리를 만들고 좋은 향을 사르며 아난을 자리에 청하였다.

  마등가는 기쁨과 부끄러움으로 마음이 둥둥허공을 나르고 있었다.  어쩔줄을 모르고 있는데 아난은 새삼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아뿔사 어쩌자고 내가 이 곳에 들어왔을까,  큰일이다.  여기서 빠져나가야겠다. > 하고 한결같이 부처님을 마음속에서 염하였다.

  부처님은 이 경황을 천안으로 다 보셨다.  그리고 게송을 설하셨다.

    [戒의 못

    맑고 맑아서 중생의 번뇌를 씻느니

    지혜 있는자가 이 못에 든다면

    無明의 어둠이 사라지누나 

    참된 흐름에 들어선 이는

    재앙에서 벗어나리라] 

  아난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서 기원정사로 돌아갔고 마등가는 <존자가 돌아가셨다> 하면서 울었다.

  그후 마등가는 부처님의 인도를 받아 출가하였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애욕은 한때의 불길이다.  자기도 불사르고 남도 태운다.  어리석은 범부는 등불에 뛰어드는 날버러지와 같이 불꽃 속에 제몸을 던지고자 한다.  지혜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항상 애욕을 멀리하고서 고요한 도의 즐거움에 드느니라. 너는 이제부터 도에 드는 것이 좋겠다> 하시며 간곡히 그를 일깨우셨다.

  느끼기 쉬운 소녀의 마음은 흰 비단에 물들듯이 부처님 말씀이 그 마음속에 고이 퍼져갔다.  마음의 때는 벗겨지고 맑은천지가 그 마음에 되살아 났다.  아난에 대한 애정과 사모가 깨달음의 길로 바뀐 것이다.  마침내 그녀는 도를 이루어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마등가경)

  2.  四가지 사람들

  사람의  성질은 참으로 복잡하다.  마치 입구를 알 수 없는 덤불과도 같다.  이에 비하여 짐승의 성질은 도리어 알기쉽다.  이러한 까다로운 성질을  나누어 4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어두운 데서 어두운 데로 들어가는 사람.  둘째는 어두운 데서 밝은 데로 나오는 사람.  셋째는 밝은 데서 어두운 데로 가는 사람.  넷째는 밝은 데서 밝은 데로 가는 사람이다.

  첫째 어두운 데서 어두운 데로 가는 사람이란 금생은 가난한 환경에 지내면서 불법을 믿지도 않고 마음은 천박하며 자비심도 베풀줄도 모르고 삿된 생각에 사로잡혀 나쁜 일을 행하여 노는 세상에 고통스러운 길로 나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둘째로 어두운 데서  밝은 데로 가는 사람이란 이세상에서 가난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을망정 부처님을 믿고 그 마음을 깨끗하게 지니며 보시를 즐기고 착한 행을 쌓아서 후세에 괴로움이 없는 좋은 세계로 가는 사람이다.

  셋째로 밝은 데서  어두운 데로 가는 사람이란 이 세상에서는 영화롭게 살면서 부처님을 믿지 아니하고  마음은 천박하고 보시할 줄 오르고 사견에 물들어 나쁜 짓을 하여 후세에 고통이 많은 세계로 가는 사람이다.

  넷째로 밝은 데서 밝은 데로 가는 사람이란 이세상에서 몸도 마음도 깨끗하고 환경이 윤택하며 부처님을 믿고 마음이 고결하며 널리 보시를 행하고 깨끗한 행을 쌓아서 오는 세상에 괴로움이 없는 세계로 가는 사람이다.

  또 3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 돌에 새긴 글자와 같은 사람이니 자주 성을 내고  성내는 마음이 오래가서 마치 성낸것이 돌에 새겨진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다.

  둘째는 모래위에 쓴 글자같은 사람이니 자주 자주 성을 내나 성낸 것이 모래위에 쓴 글자처럼 곧 지워지는  사람이다.

  셋째는 물위에 쓴 글자같은 사람이니 물위에 글자를 쓰더라도 흘러가서 형상이 없는 것처럼 남의 악구나, 못마땅한 말을 듣더라도 조금도 마음에 남겨두지 아니하고 항상 넓고 평화하고, 따뜻한 기운이 넘쳐 있는 사람이다. (아함경)  

  * 자비가 있는 곳에 최선의 지혜가 난다. <佛光聖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