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쳐서 부처되겠다'는 것은 욕심!

2000-12-20     관리자

['깨쳐서 부처 되겠다'는 것은 욕심!]

저는 대학생 때 겨울 여행을 참 즐겼습니다. 꽁꽁 언 강물을 따라 바람부는 낯 선 길을 걸어갈 때면 어찌 그리 즐겁든지, 때로는 주막집에 들려 얼큰한 오뎅 국물에 막걸리 한 사발 먹고 나면 온 세상 모습들이 그렇게 정다와 보일 수가 없었지요...

그런 겨울 전남의 어느 사찰-지금은 유명해 졌지만 그 때는 워낙 골짜기라 별로 찾는 분들이 없을 때입니다-에 하룻밤을 묵을 때의 일입니다. 그 절의 행자님 방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지요. 행자님은 당시 저보더 몇 살 아래 분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출가를 하시겠다고 이렇게 나오신 모습이 저에게는 참 존경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런 나머지 이 분께 출가 수행자에게는 물어서는 안 될 질문을 불쑥 여쭤 보았지요.
"스님, 왜 츨가하셨습니까?(그 때는 행자님도 스님인 줄 알았습니다)"
이 분은 갑작스런 제 질문에 당황하셨는지 약간 우물쭈물 하시다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깨쳐서 부처 될라고요!"

김성동 선생이 쓰신 베스트 셀러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출가의 동기가 <깨쳐서 부처 되겠다!>... 이것이 지금도 선방에서 용맹 정진하시는 적지 않은 출가자들의 출가 동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모습이 참 이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깨치지 못해서 못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전문가의 손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 대부분은 꼭 전문가의 손이 필요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입니다. 이치가 이러한데도 전문가만 기다리며 아무 일도 안한다면, 이 세상은 아마 오래 가지 않아 쓸모 없는 곳이 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깨달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반드시 깨달은 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마는, 세상 사 다른 이치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 대부분의 일은 깨닫지 않아도 할 수 있고 깨닫지 않아도 일 수행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깨달음만 추구하고 깨닫지 못했다고 깨달을 때까지 그냥 손 놓고 있는다면 이것은 뭔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일 것입니다. 사실 깨달아서 부처 되겠다, 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욕심의 다른 모습이며, 욕심으로 부처님을 구하는 한 부처님은 결코 오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꼭 깨쳐야만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못 깨쳐도 부처 되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못 깨쳐도 우리는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깨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되냐고요?.
그냥 '부처님처럼 살면 되는 것'입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꾸 나는 못 깨쳤다, 나는 못났다, 고 생각하니까 부처님 같은 행이 안 나올 뿐이지, 그런 굴레만 스스로 벗어 버린다면 우리도 부처님 같은 행이 안 나올 리가 없습니다. 부처님 하신 일이 뭐 새삼스러운 것이 있습니까?

무슨 일이든 원(願)을 세우고, 다른 분들 원망 안하고, 화 안 내고 내 욕심 안 부리고 매사에 남을 위하며, 형상에 차별 없이 모든 분들을 부모님이나 스승님처럼 잘 모시고, 내 자랑 안하고, 남의 허물을 덮어 주고 모든 중생의 공덕을 찬탄하며 같이 기뻐하고, 못 나고 상처 받으신 분들이 아픈 가슴으로 오시면 모두 안아 주시고... 대단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더구나 이미 부처님께서는 이 외에도 이렇게 살라, 저렇게 살라, 고 조목조목 가르쳐 놓지 않으셨습니까? 우리는 '가르침대로 그냥 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부처님과 조금도 차별이 없게 되고 깨달음도 온다고 하셨습니다.

즉, 우리가 부처님처럼 살면 삶 자체가 부처님 같이 공덕이 넘치게 될 뿐만 아니라, 부처님이 깨친 소식도 조금씩 우리에게 들려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숱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머리로만 받아 들이고 실지로 그렇게 행하지 않고 그렇게 살지 않았기 때문에 깨달음이 오지 않은 것이지, 부처님처럼 살다 보면 깨달음은 부처님과 조금도 다름이 없이 우리에게 온다는 것입니다.

불자님들!
어떻습니까? 그동안 우리, 깨달음이란 신기루에 속지는 않으셨는지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깨쳐서 부처되려고 하지 말고, 살면서 그냥 부처님이 우리 모두 되어 보십시다!!!

한 방울의 물이 모이면 자기도 모르게 강을 이루고 마침내 바다로 들어 갑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살다 보면, 비록 못 깨치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나도 모르게 점점, 조금씩 조금씩, 우리도 저 금빛 찬란한 부처님이 되어 갈 것입니다. 마치 '어어니스트'가 '큰바위 얼굴'이 되어 가듯 말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