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촬요연의] 인천보감(人天寶鑑) (5)

선전촬요연의

2008-01-20     석주 스님

출가하여 중이 된다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일까 보냐? 그것은 편안이나 게으름을 구하는 것이 아니며 달팽이 뿔같은 명리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사를 위한 것이고 중생을 위한 것이다.

(11)문정공의 전신

장문정공은 전신이 낭야산의 지장(知藏)이었다. 지장은 총림에서 경전을 맡은 책임자다. 전생에 능가경을 서사하기 시작 하였는데 미처 마치기 전에 죽게 됐다 죽음에 다달아서 맹세하기를 내생에는 내 반드시 이 경을 다 쓰리라 하였다. 문정공이 제주(?州)의 지사가 되었다. 한 번은 낭야산에 이르러 도량을 거닐었는데 어쩐지 떠나기 싫었다. 마침 장경을 보관한 전각 앞에 이르러 문득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리고서 장원 안에 들어가 천정 한 모퉁이를 가르치며 말하였다.

「저기에 나의 전생일이 있다」그래서 곧 찾아 보았더니 거기에는능가경이 있었다. 글씨가 금생의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서 그 경을 열어 읽기시작 하였는데 「세간이 나고 멸하는 것을 여윈 것이 마치 허공의 환화(幻花)와 같다. 지혜는 유무(有無)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큰 자비심을 일으킨다.」하는데 이르러서 드디어 자기본분을 밝혀냈다. 그때에 게송을 짓기를 「한 생각이라도 나고 멸하는 것이 있으면 천만가지 일에 결박이 되노라. 신령한 창끝이 가볍게 치켜 오르는 곳에 분주히 계량하는 주판알에서 튀쳐난다.」고 하였다.

(12)희안수좌(希顔首座)

희안수좌는 자가 성도(聖徒)다. 성품이 단단하고 불법과 세간 학문에 널리 통하였다 높은 품격과 절도 있는 생활로 그 몸을 간직했다 .여러 총림을 찾고 선지식을 구하며 공부하던일을 쉬고 엣 토굴에 돌아와 숨어 있었다. 일체 외부와 출입을 끊고 문을 닫고 앉아 참선 하였다. 뜻이 높고 행이 정결한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그와 벗하지 못하였다.

당대의 명사나귀공자들이 절릉 비우고 그를 청하였지만 굳게 응하지 않았다. 한번은 참이라 하는 사람이찾아와 출가하여 중이 되고 그의 좌우에서 모시기를 청하였다. 희안은 그가 출가에 마땅한그릇이 아님을 알고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그를 물리쳤다.

「아들을 아는 것은 아버지에 지남이 없고 아버지를 아는 것은 아들만 같지 못하다. 내가참이를 보건데 중이 될 그릇이 아니다. 대개 출가하여 중이 된다고 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일 까 보냐? 그것은 편안이나 게으름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따뜻하고 배부른 것을 구하는것이 아니다. 생사를 위한 것이다. 중생을 위한 것이다.

번뇌를 끊고 중생의 미한 세계를 벗어나 부처님의 혜명(慧命)을 잇기 위해서인 것이다. 성인 가신지 세월이 흘러가니 불법이크게 허물어 지는데 네가 감히 망령되이 할까보냐? 보량경에 말씀하시기를〈만약 비구가 비구의 법을 닦지 아니하면 三천 대천세계에 침 뱉을 곳조차 없으리라〉하였고 통혜록에 이르기를〈중이 되어 십과에 들지 못하면 비록 부처님을 섬긴다 하더라도 헛되이 고생할 뿐이다〉하고 있는 것이다 .

이러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생각하니 내가 외람되게 중에 참여하였으니 부처를 속이는 일이 적지 않다 생각된다. 하물며 너는 어떠하겠느냐? 만약 집을 나와 중이되어 삼승십이분교나 공자나, 주자의 도도 모르며, 인과에도밝지 못하며, 자기 성품을 밝히지 못하면서 곡식을 심고, 가꾸고, 거두는 고난을 알지 못하니 이러면서도 신심있는 시물(施物)을 능히 소화하기 어려운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함부로 술마시고, 고기먹고, 재를 파하며.

계를 범하고 장사들과 같이 섞이어 이해를 다투고 ,거룩한 도량을 방자하게 출입하면서 한 개 제 몸뚱이만을 받들고 기를 뿐이니 슬픈 일이로다六 척의 몸을 가지고도 지혜가 없는 것을 부처님은 이를 어리석은 중이라 하였다. 세치혀를가지고서도 설법하지 못하는것을 이를 벙어리 염소중이라고 하였다. 중같으면서 중이 아니고, 속인같으면서 속인이 아닌 것을 부처님은 이를 박쥐중이라고 하였으며, 또한 머리깎은거사라고 하였다.

능엄경에는 특히 말씀하시기를 〈어찌하여 도적이 나의 의복을 빌어입고부처님을 팔고 가지가지 업을 지을 까 보냐! 만약 세상을 제도하는 배가 되지 못할진데 그들은 지옥의 종자가 될뿐이라〉하셨다. 그렇게 되면 설사 미륵불이 탄생할 때를 만나더라도몸은 이미 지옥에 떨어져서 온갖 고통에 빠지게 될 것이다 .지금 보니 백이나 천이나 만을두고 보더라도 그들은 한갓 겉 형상 뿐이로다.」

(13)자운식법사(慈雲式法師)

자운 식법사는 말하였다.

「내가 사명의 법지(法智)스님과 벗하기는 四ㅇ여년이 된다. 임종에 이르러서 한번 그 앞에서 곡하지 못하였으니 한탄하여 마지 않는구나 내가 노래 짓기를 〈천상에는 두 달이 없고인간에는 다만 한중뿐〉이라 하였는데 어떤 사람은 나를 탓하기를 친한 사람에 치우치고 모르는 사람에게 무정하다 하리라. 그렇지만 그러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다만 저의 아는 거와 행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뛰어나고 기특한 것을 보고 극단한 말로써 내 심정을 펴보는 것이다. 무엇을 기특하다고 하는 것인가?

그는 한집안의 경부를 일찍이 그의 선사 비능스님이아직 밝히지 못한것을 모두 밝혔고 四남매와 사람들이 행하기 어려운 것은 모두 행하였다.

겨울이되나 여름이되나, 옆구리를 자리에 붙이지 아니하고서 六九년의 생애를 마쳣던 것이다. 그의 병이 깊어져 가도 잠시도 도를 행하고 제자를 가리킴을 쉬지 않 았고 문도들이 쉴곳을 청하여도 듣지 않았다. 죽음에 이르러 사리를 거두니 그 얼마인 것을 모른다 아. 아.이를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를 행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