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악어와 원숭이

2008-01-19     광덕 스님

 옛날에 히말라야산 모퉁이에 한 원숭이 왕이 도읍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산밑을 흐르는 강에는 큰 악어가 살고 있었는데 악어는 스스로 강가강의 왕을 자처하고 있었습니다. 악어 왕에게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습니다. 악어공주는 악어왕에게 여러가지 먹을 것을 청한 끝에 원숭이 간을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악어왕은 말하기를「다 들어줄 수 있지만 원숭이 간만은 안된다. 그놈은 나무 위에 살고 있으니까.」하였지만 악어공주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강가에 원숭이 왕이 물을 마시려 왔다가 강가에 쉬고 있는 것을 본 악어왕이 가까이 갔습니다. 「대왕님, 대왕님께 문안아뢰오. 저 강 건너에는 맛있는 과실이 많은데 어째서 대왕님은 여기서 맛없는 과일만 잡수십니까?」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악어야, 네 생김새는 험상궂어도 네 뜻은 기특하구나. 그렇지만 나는 물을 건널 수 없어. 」「그런거라면 염려마십시요. 만일 대왕께서 강건너 나라를 구경하시겠다면 제 등에 업히십시요. 안전하게 모셔드리겠습니다.」「그렇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느냐. 기특한지고.」

  이래서 원숭이는 악어의 등에 올랐습니다. 악어는 신명이 나서 강에 들어가 얼마 안 가서 물속으로 깊이 들어가려 했습니다. 원숭이는 깜짝 놀라 숨막히는 소리로 「아, 이놈 악어야. 어찌 된거냐? 나를 속여 물에 빠트릴 작정이냐?」 원숭이는 애원하듯이 소리쳤습니다. 그때야 악어가 위엄 있는 말로 입을 열었습니다. 「허허, 네 작은 짐승이 어찌 수중왕의 지모를 헤아리랴. 나의 공주가 네 간을 먹고 싶다기에 잡아 온 것이니 그리 알고 깨끗이 체념하라.」

 악어가 자기의 성공을 솔직히 자랑하자 원래 원숭이의 지혜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입니다. 원숭이는 태연스럽게 말하였습니다.

「아 그렇다면 진작 그런 사정을 말할 것이지. 네가 공연한 수고만 했구나. 본디 우리 원숭이는 몸에 간도 쓸개도 없느니라. 」

 「그것이 정말인가?」 악어는 몹시 의아해 했습니다.

「악어야. 생각해 봐라. 나무 위를 새같이 다니는 우리 몸이 만일 내장이 있다면 어떻게 나무가지를 날라다니겠느냐. 먹을 때만 내장을 집어넣고 다른때는 내장을 내놓고 다니느니라.」

「그것 참 편리하구나. 그럼 지금 네 내장은 어디 두고 왔니?」

「저기 저 우담바라 나무를 봐라. 저렇게 걸어두었다」하고 원숭이는 우담바라 나무열매를 가리켰습니다.

「너 내장주머니에 든 간을 꺼내다오. 그러면 너를 죽이기까진 아니하마」하며 사뭇 간청하는 조로 말하였습니다.

「정 사정이 그렇다면 되돌아가자. 내가 올라가서 꺼내 줄테니.」

 악어는 원숭이를 업고 건너편 언덕에 내려 주었습니다. 육지에 올라온 원숭이는 높은 나무로 올라와서 깔깔 웃어댔습니다.

「이 바보 악어놈아, 산 몸에서 어떻게 간을 넣었다 꺼냈다 한단 말이냐. 네가 무엄하게도 이 대왕님을 속였기 때문에 나도 너를 잠시 속였다. 너는 덩치는 크지만 과연 미련한 물징승이구나. 하하.」

악어는 후회하였으나 화풀이할 방법도 없었고 또한 공주에게 조롱받을 것을 생각하니 복장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