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법구] 업의 인연

인연이 화합하면 있다고 말하지만 업의 인연으로 만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네

2007-01-08     관리자

불교 하면 인연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불교의 기본 사상이 인연법이라고 하는데, 이 세상 온갖 만물의 이치가 인연법 아닌 것이 없으니 인연법은 진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내 인생 또한 숱한 인연으로 이루어졌다. 부모님, 친구, 이웃들과의 인연은 물론이고 노래와의 좋은 인연도 마찬가지다. 

‘얘, 너 좀 더 젊었을 때 노래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고향에 가면 어머니나 동네 어르신네들은 꼭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벌써 노래한 지 13년째, 학창시절 막연히 꿈꾸었던 노래를 하면서 살고 있는 이즈음 나는 인생의 길을 제대로 찾은 듯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내 인생에서 느지막하게 노래를 만나게 된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버지는 고향에서 유명한 장고 잽이셨다. 그런 연유로 자연스레 어릴 적부터 우리의 전통가락이 몸에 배게 되었다. 또한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웅변을 한다고 매일 뒷산에 올라 목청을 틔우는 훈련을 하였는데, 그 모든 것이 오늘날 변치 않은 내 소리를 갖게 한 것이다. 게다가 직장생활을 이리저리 전전하며 여러 고비를 감내한 것도 내 인생의 결을 두텁게 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인생길 걸어가는 길목마다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의 만남이 가장 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분들과의 인연의 고리 덕분에 오늘날 내가 음악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노래할 때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늘 나에게 “장 선생의 노래를 ○○에게 들었습니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에서 뵈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10여년이 훨씬 지난 일들을 잊지 않고 얘기하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 때마다 ‘아, 노래가 든든한 인연의 다리를 놓는구나!’ 하는 감동을 받는다. 

큰 공연장에서는 몇 천 명과 노래 인연을 쌓기도 한다. 적지 않은 시간과 경비를 내어 그들은 왜 내 노래를 기다리는 걸까? 아마도 슬픈 이들은 슬픔을 위로 받기 위해서, 기쁜 사람들은 함께 기뻐해 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서며 모이고 있는 것이리라. 이럴 때 노래는 그들과 나의 유일한 인연의 다리가 되어 보듬고 어루만져주어 삶의 힘을 주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똑같은 하루이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우리들은 살고 있다. 어떤 이는 즐겁게, 어떤 이는 힘겹게 하루를 보낸다. 아마도 그것에는 분명한 원인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좋은 씨앗과 땀 흘린 노력이 있는 곳에는 오늘이 즐거울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힘들고 고달픈 오늘이 있을 것이다. 좋은 노래 하나 만들어 부르고 좋은 사람들 만나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늘 하루 진정 참되고 바른 길을 가야 되겠다. 

“인연이 화합하면 있다고 말하지만, 업의 인연으로 만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네.”라는 『별역 잡아함경』의 부처님 말씀처럼 돌이켜보니 지나온 길 어느 것 하나 인연의 화합, 업의 소산 아닌 것이 없는 듯하다. 소중한 그 좋은 인연들 차곡차곡 쌓아 더 늙어서까지 노래하는 행복한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