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가고 흰 눈이

사면불

2008-01-18     관리자

  법화경 비유품에 보면, 3거(양차, 녹차, 우차)의 예를 들면서 '3계 화택에 머무는 것을 즐거워 말고 색, 성,향,미,촉을 탐내지 말라. 만약에 탐내고 애착하면 이윽고 타서 없아지게 된다. (여등모득낙주삼계화택 ...... 약탐자생애 즉위소화)'라는 말씀이 있다. 또 유서에 '남의 허물을 알고 꾸짖는 데는 밝고, 나의 허물을 살피는데는 어둡다'라는 말도 있다.

  내가 불법과 인연을 맺게 된것은 법화경을 만난 것이 기연이다. 나는 영천에서 출생하여 유서를 배우며 자랐고, 성장하여 권세와 재산이 있는 안씨댁에 시집을 가 삶을 누려왔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지 않았다. 수년 사이에 남편과 두 딸을 잃어 실의에 잠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인사 산내 암자인 삼선암에 계신 여스님 (뒤에 안 일이지만 성문스님)이 시주차 우리 집을 들렀을 때, 시주금을 약속한 후, 뒷날 삼선암을 찾아가 성문스님으로부터 법화경을 선물 받고 경전을 보니 그때까지 모르던 새로운 오묘한 세계를 알게 되었으며 나의 인생관을 바꾸어 놓았다. 그 후 불법에 심취하여 여러 곳을 다니며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시중들기를 10여년, 그사이 머리를 기른 재가 보살로서 동화사 부도암 에서 효봉스님께 법화경을 배워 더욱 깊은 이치를 이해하였으며 38세 되던 해 보찬스님을 은사로 드디어 출가하였다. 입산 후 여러 비구니선방을 다니며 내 힘껏은 수행에 힘써 왔다. 오늘날 비록 육신은 쇠잔하였지만 저 때 충가 당시의 감흥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지난 해, 불교계는 여러 잡음 끝에 커다란 시련을 겪었다. 누구의 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그러한 여건(업)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앞의 두 글귀를 더욱 뜻깊게 새겨 본다. 나 역시 평범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수행에 힘썼으며,  내 주위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 왔는가를 생각케 한다. 부처님의 8만 4천 법문이 아무리 훌륭하고, 그 외 다른 좋은 교훈이 아무리 많이 있다 하여도 이를 받아 들이는 사람이 실천(행)으로 옮기지 못할 때 이는 허공에 뿌려진 메아리와 같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젊음은 항상 머물러 있지 않고 즐거움은 늘 있지 않다. 3계와 6도를 맴돌며 눈으로 보이는 현상세계에 집착한채 그 속에서 고물고물 다툼(생존)을 일삼는 중생을 어여삐 여기사 부처님은 3계와6도를 뛰어넘는 도리를 펼쳐 보이시지 않았던가. 그것은 미래의 길을 열어 보이셨다기 보다, 오늘 지금의 우리의 길을 밝혀 주심이 아닌가........

  가야산 단풍은 오색 꽃으로 수 놓더니만, 지금은 온 산이 하얗게 눈이 덮혔다. 제행무상은 허무한 변화가 아니라 영원한 아름다움을 보여줌인가...... 이것도 범부의 애착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