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 불광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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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6     관리자

♣ 훈훈한 봄기운과 함께 봄바람은 산과 들을 물들여 간다. 잎이 피고 꽃이 환하게 산과 들을 수놓아 간다.
새노래 영롱하고 하늘빛 시원한 구름이 사뭇 다정하다. 이런 것이 봄일까. 그러나 개울의 물소리 언덕에서 뾰죽뾰죽 소리치며 솟아오르는 푸른 풀싹, 나무 잎…… 감상과 회상에 머물어 있기에는 너무나 주변이 활기에 너울을 친다. 모든 땅과 하늘 사이를 자기로 삼고 땅과 하늘을 자기로 삼고 크게 꿈을 꾸고 크게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붙들고 서로 엉켜가며 땅의 힘을, 천지의 기운을 함께 쓰고, 함께 소화하며, 함께 움직여가는 것이다.

성인은 말씀하셨다. 세계는 한 꽃이며 중생은 한 몸이라고. 봄이 무르익은 5월. 천지가 왕성한 생명의 열기에 출렁대는데 이 사이 우리들의 생명이 과연 자연스런 참마음의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는가…….

너무나 편협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대립과 우월감과 고집으로 굳은 갑옷속에 자기를 가두고 있지 아니한가? 이루지 못한 한탄을 성냄과 원망과 질투와 독해심으로 발산하고 있지나 않은가? 야망의 충족을 위하여 온갖 이웃도 사리도 워연하고 있지 아니한가 살필 일이다.

이웃과 직장의 동료와 향토의 노형에게 존경을 드리고 있는가? 조상과 선열과 기나긴 역사 넘어 조국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가? 나라와 세계 인류와 나아가 자연환경 그 모두에서 오는 끝없는 은혜를 알고 있는가? 이러한 끝없는 은혜의 엉킴 속에서 내가 감사와 그 보답하는 행으로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할 일이다.

우리 환경은 봄이 엮어 주는 한 울, 한 생명의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겨레와 조국이 엮어주는 인위적 환경인 것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자연의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안정의 토대는 바로 조국에 의해서 보장되고 공여되는 것이다. 건장한 조국으로 해서 우리의 자연은 아름다운 나의 것이 되고 이웃의 따뜻한 인정이 나의 것이 되며 서로의 따뜻한 행복이 결실을 맺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의 창조적 의지의 실현과 능력이 발현되는 배후에는 국가서 사회적 보장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점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창조적인 생이 이웃과 인류에 봉사하는 길을 터주는 것도 역시 조국을 위해서다. 우리의 의지가 조국속에 함께 실현되고있는 책임감도 그 속에서 잊을 수 없다.

사람이 동물적 욕망의 만족만으로 사람일 수 없고 생활환경의 쾌적한 조건 만으로 인간 행복이 담아질 수도 없다. 자연과 이웃과 국가가 있어 아무리 「나」는 생명과 「우리」라는 환경을 평화스럽고 풍요롭게 지켜준다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간의 영예가 있을 수는 없다. 인간이 동물적 야욕에서 탈피하고 인간의 역사가 탐욕실현의 역사에서 탈피하여 생명본연의 지고한 본분을 지향하는 데서 인간의 영예와 보람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높은 인간본분의 성숙에서 행복이 오고 영광이 있다. 이러한 인간본분, 영원한 진실가치를 누가 있어 열어 주었던가. 그것은 과학자도 철학자도 권력자도 아니다. 그는 부처님이었다. 부처님은 영원히 인간의 역사의 생명을 부어 넣는 진리의 생명이다. 「부처님 오신 날」의 달의 넋두리를 이렇게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