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행원품 해제(4)-염불과 보현행원

2000-12-03     관리자

끝으로 행원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 하나는 바로 행원과 염불의 연관성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불교 사상의 최정수인 화엄 사상과 낮은(?) 근기를 위한 방편(사실은 그렇지 않지만!)으로 알려진 정토 사상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기 쉬우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현행원품에도 행원의 공덕을 말하는 가운데 '이 사람은 임종 시에 아미타부처님이 마중 나오고 마침내 일체 중생을 극락정토에 왕생케 하리라'는 말도 나오듯, 행원은 염불과도 매우 흡사한 가르침이다. 무은대사 같은 분은 "화엄경은 넓게 설한 아미타경이고, 아미타경은 요약한 화엄경이다"라는 말로 화엄 사상과 정토사상의 연관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셨다.

염불이나 행원은 모두 부처님께 돌아가는 것을 그 수행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다만 염불이 '부처님을 생각하고 부처님을 떠나지 않고 부처님을 늘 그리워 하며 부처님께 가기를 바라는 수행'이라면, 행원은 '부처님과 똑같은 행을 함으로써 부처님께 돌아가기를 닦는 수행'이다.

부처님이 일체 중생에게 가지셨던 그 큰 '원'을 우리도 똑같이 가져 보고, 부처님이 일체 중생에게 보였던 그 너그러운 '자비행'을 우리도 부처님과 조금도 다름없이 '실지로 행함'으로써 '우리도 부처님과 똑같아지며 부처님의 말할 수 없는 공덕의 바다에 안기는 것'이 바로 보현행원의 수행관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을 떠난 행원은 있을 수가 없으며 이는 부처님을 떠난 염불 수행이 있을 수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마음(念)'을 통해 부처님께 돌아가는 것이 염불이라면 '행'을 통해 부처님께 돌아가는 것이 행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행을 하는 데 있어 '마음 떠난 행'은 있을 수 없으니, 행의 '원'이라고 하는 부분은 바로 부처님께 향한 중생의 정성스런 마음을 뜻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런 이유로 염불 수행하시는 수행자와 행원 수행하는 수행
자는 닮은 점이 많고 서로 만나지 않아도 이심전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한 가지 염불 수행에서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부처님을 그리워 하고 떠나지 않는 '마음으로만' 그치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처님의 그 간절한 원과 마음이 '현실에서 행으로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증명'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즉, 염불의 그 '간절한 마음'을, '행'을 통해 중생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 드리고 나눠 드리게' 되면 그것은 더 좋은 염불 수행이 되지 아닐까 한다. 입으로, 마음으로만 외우는 염불이 아니라 '행으로 보이는 염불' 수행을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 나와 있는 보현행원품에 관한 해설서는 무비 스님의 '보현행원품 강의',법성 스님의 '화엄경 보현행원품', 그리고 광덕 큰스님의 '보현행원품 강의' 등이 있는 바, 행원에 좀더 관심이 있는 분은 이 책들을 일독하시기를 권해 드리며 행원품 해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