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사슴의 설법

연꽃마을 동화

2008-01-15     광덕 스님

  옛날에 큰 부자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가난했었는데, 크면서 장사를 하여 부지런해서 점점 부자가 된 것입니다. 이 부자에게는 한 아들이 잇엇습니다. 아들이 하나뿐이기 때문에 특별히 사랑하고, 자기처럼 부지런히 일해서 즐겁게 사는 아들이 되기를 바랬읍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공부한 사람은 게으르다. 그러니까 우리 아들은 공부를 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오래 부자가 될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고 일체 글이나 학문과는 멀리하고 길렀읍니다. 그러는 중에 아들이 크게 자라나 배운 것은 노래 부르고 춤추고 즐겁게 마시고 노는 것밖에 없었읍니다. 부자이기 떄문에 일도 안하고 부족함이 없이 살아서 쓸모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읍니다. 마침내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다날려 버리고 빚만 늘었읍니다. 빚을 갚으라는 독촉이 매일 성화같았읍니다. 일한 줄 모르는 이 아들은, 마침내 죽을 수밖에없었다고 생각하고,  하루는 돈 꾸어 준 사람을 모았읍니다. 그리고 말하기를,[내가 많은 돈을 강가에 묻어 놓았읍니다. 그것을 파내서 여러 분 빚을 갚겠읍니다. 그러니 함께 강가로 나가십니다.]

  그래서 빚준 사람들을 다 데리고 강가로 가서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며 땅을 팠읍니다. 빚준 사람들이 그곳에 몰려서 땅에서 뭐가 나오는가 하고 한눈팔고 있는 사이에, 별안간 강물로 뛰어 들었읍니다. 물에 떠내려가면서 죽게 되니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지만, 물길이 세고 깊어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읍니다. 장자의 아들은 물에 떠내려가면서 연신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읍니다.

  마침 그 강물이 흘러내려간 아래쪽 산기슭에는 누루라고 하는 아름다운 사슴이 살고 있었읍니다. 등의 털은 황금빛으로 빛났고 손과 발은 새하얐으??꼬리생김새, 뿔의 생김새, 눈, 입, 엉덩이 그 모두가 뛰어나게 아름답게 생긴 사슴이었읍니다. 누루사슴은 무리들과 떨어져서 홀로 강가에 집을 마련하고 평화스럽게 자연을 즐기면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루는 강기슭에 나왔다가 살려달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읍니다. 그리고 살려달라 소리치는 사람을 향하여,[겁내지 마시오. 내가 도와드리겠오.]

  소리치고는 곧 물로 뛰어들어갔읍니다. 수영에 익숙한 누루사슴은 드디어 장자의 아들을 건져 등에 업고 헤엄쳐 나오는데 성공 하였읍니다.

  장자의 아들은 죽을 지경에서 살아났기 떄문에 누루사슴이 참으로 고마웠읍니다. 헤어질 때 누루 사슴이 장자의 아들에게 말 하였읍니다.

  [아무에게도 내가 여기 산다는 것을 말하면 안됩니다. 꼭 부탁이오.]

  장자의 아들이 자기 집에 돌아가던 날밤, 그 나라의 왕비인 케마 왕후가 이상한 꿈을 꾸었읍니다. 그것은 황금빛을 띤 사슴에게서 훌륭한 말을 듣는 꿈이었읍니다. 꿈에서 깨어 임금님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반드시 황금빛 사슴을 모셔서 훌륭한 이야기를 듣게 해달라고 청했읍니다. 왕비가 하도 간절히 청하므로 임금님은 신하들을 모아서 말했읍니다.

  [이 세상에 황금빛을 띤 사슴이 있다는 말을 들었오. 그 사슴이 있는 곳을 알아보아 주시오. 만약 사슴이 사는 곳을 가르쳐 준 사람에게는 천금이 들은 황금상자를 실은 코끼리를 상으로 줄 것이고 그런 사람을 추천한 대신 에게도 훌륭한 마을과 토지를 나누어 줄 것이오.]

  이와같이 임금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대신들은 나무판대기에 이와같은 광고를 써서 널리 나라안에 내달았읍니다. 장자의 아들도 이 소문을 듣고 내가 다시 부자가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대신을 찾아갔읍니다.

  대신은 장자의 아들과 함께 임금님 앞에 나가 사실을 얘기했읍니다.

  장자의 아들에게서 황금 사슴이 있는 곳을 안다는 말을 들은 임금님은 크게 기뻐서 곧 병사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읍니다. 물론 장자의 아들이 앞장서고 그뒤에 대신과 임금님이 따라갔읍니다.

  그런지도 모르고 평화스럽게 노래하며즐기던 누루사슴은 웅성대는 사람의 소리에 놀래 일어나 살펴보았더니 군사들이 활을 들고 포위해 오는 것이었읍니다. 사슴은 깜짝 놀라, 맨 앞에 활을 들고 쫓아오는 임금님 앞에 나갔읍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나를 쏘지 말아 주십시오. 내가 할 말이 있읍니다. 내가 여기 살고 있다는 것을 누가 가르쳐 주었읍니까?]

  사슴의 목소리는 방울을 흔드는 거와 같이 맑았고 봄바람과 같이 부드러웠읍니다. 왕은 사슴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 다가썻읍니?? 다름 병사들도 함꼐 모여들었읍니다. 사슴은 거듭 왕에게 물었읍니다.

  [누가 내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읍니까?]

그 때 길을 안내하던 장자의 아들은 먼 곳에서 이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읍니다. 임금님이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읍니다. 사슴은 말하였읍니다.

  [착하지 않은 인간과 사귄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내가, 죽게 된 저를 구해주었건만 저는 도리어 나를 죽게 하는구나. 인간이란 이렇게도 믿을 수 없는 것인가.]

  하며 탄식하였읍니다.

  임금님은 길을 안내한 장자의 아들이 사슴의 도움으로 죽게 된 데서 살아났다는 사실을 알고 은혜를 갚기는 커녕 도리어 사슴을 죽게 하였으니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활을 높이 들고 장자의 아들을 향하여 쏘려고 하였읍니다. 그 때 사슴은 임금님의 화살 앞에 나와 막았읍니다.

  [임금님, 어리석은 사람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읍니다. 그러나 착한 사람은 결코 산 목숨을 죽이는 것을 칭찬하지 아니합니다. 그 사람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왕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사슴에게 말하였읍니다.

  [나는 당신을 잡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오.]

  사슴은 말하였읍니다.

  [임금님, 저는 따로 원하는 것은 없읍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편안하기를 원합니다. 누구도 겁에 떨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러면 수고스럽지만 나의 궁전에 가셔서 그런 훌륭한 말씀을 들려 주실 수 있겠읍니까?]

  [좋습니다. 그럼 가십시다.]

  이렇게 되어서 임금님과 사슴들과 신하와 병사들은 모두가 기쁜 얼굴로 궁중으로 돌아 왔읍니다. 그리고서 많은 사람을 모아 사슴의 설법을 들었읍니다.

  [목숨 있는 것들은 누구나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착한 사람은 마땅히 모든 목숨 있는 것 들을 보호해서 두려워 하지 않도록 하여야겠읍니다. 임금님도 이와 같이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을 보호하고 살피신다면, 길이 복받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훌륭한 이야기를 하고 나서 누루사슴은 숲으로 돌아갔읍니다. 임금님은 나라 안에 영을 내려서 [모든 짐승을 죽이지 마라] 고 하였읍니다. 누루사슴도 숲에 돌아가서 모든 사슴들을 모아 놓고 타일렀읍니다.

  [여러분 사슴들이여, 사람들이 공들여서 농사 지어 곡식을 가꾸어 놓았으니 그것은 사람들이 먹으려고 한 양식입니다. 우리들은 사람들이 가꾸어 놓은 곡식 아니고도 먹을 것이 얼마든지 있으니 앞으로 사람들이 농사 짓는 밭 가까이는 가지 맙시다. 그러면 사람들도 우리를 보호하고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사슴들은 모두가 찬성했읍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자기 밭 둘레에는 나무가지를 꽂아 놓아 주인이 있음을 표시하였고 사삼들은 그 근천에 가지 않았으며 사람들과 짐승들은 평화스럽고 안락하게 함께 잘 살아갔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