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의 실천 : 조사祖師들의 오도기녹록悟道機菉錄

禪의 實踐

2008-01-14     관리자

① 황벽(黃蘗)선사

   황벽선사가 제방에서 공부하다가 마조(馬祖)선사를 찾아가니 벌써 입적한 뒤였다. 법을 받은 백장(百丈) 스님에게 마조의 법을 물었다. 백장이 말하기를「내가 한번에 방장(方丈)에 들어가니 화상이 선상에 놓여 있는 불자를 들어 보이기에 내가 『다만 그것 뿐이지 딴 것이 있습니까?』하니 화상이 불자를 도루 선상에 놓으시면서 내가 이후에 후래를 가르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느냐?」하시더라. 내가 그때 선상의 불자를 들어보이니 말씀하시기를 『다만 그것 뿐 딴 것이 있느냐?』하기에 내가 불자를 도루 선상에 놓고 앉으려고 하니 화상이 벽력같은 『할』을 하셨는데 그때 내가 사흘이나 귀가 먹고 눈이 캄캄하더라」하는 말에 황벽이 불각 중에 토설(吐舌)하고 크게 깨쳤다.

 

   ② 배휴(裵休)거사

   황벽선사가 이름을 숨기고 자취를 감추고 지낼때다. 용흥사(龍興寺)에서 쓰레질이나 하면서 머물고 있었는데 그때의 자사 배휴(洪州刺史)가 왔다. 배휴는 법당(영각인듯?) 벽그림을 가리키며 「저것이 무엇이요?」안내하는 스님이 「고승의 상(像)이니라.」「형상인즉 볼만하나 고승은 어디 있소?」그 스님이 머뭇머뭇하고 대답을 못하니 배휴가 말하였다. 「이 절에 선승이 없읍니까?」「근자에 한 스님이 와있는데 선승같이 보입니다.」배휴는 그 스님을 만나보자고 하였다. 바로 황벽스님이었다. 배휴는 다시 앞서와 같이 물으니 황벽스님이 즉시에 큰 목소리로 「배휴!」하고 부르니 배휴는 얼결에 「예!」하고 부르니 배휴는 얼결에 깨쳤다. 배휴는 그 자리에서 제자의 예를 드리고 「이제야 우리 스님을 만났다」하고 조석으로 문법하였다.

 

   ③ 혜가(慧可)대사

   달마(達磨)대사가 소림사(小林寺)에 계시면서 석굴에 면벽하고 있을 때였다. 거기에 신광(神光)이 돌을 구하여 굴 밖에 이르렀다. 신광은 유불선(儒彿仙) 三학의 깊은 이치를 통달한 이름난 달승(達僧)이었다. 달마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신광은 생각하기를 「옛 사람은 도를 구하기 위하여 뼈를 부수고 골수를 내며 피를 뽑아 굶주린 이에 먹이고 머리를 풀어 진흙을 덮었으며 절벽에서 몸을 던져 호랑이에 먹였는데 옛사람은 이러하였거든 나는 무엇하는 거냐.」마침내 눈이 펑펑 내리는 十二월 밤 무릎을 넘는 눈 속에 합장하고 서있었다. 날이밝아 해가 높이 떠오를 때야 달마대사와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달마대사는 신광을 돌아보고 말하였다. 「네가 밤새 눈 속에 서서 무엇을 구하는 것이냐」신광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하였다. 「화상이시여, 자비를 베푸시어 감로문을 열어주십시오.」「제불의 무상묘도는 광겁으로 내려오면서 정근하여 행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행하고 참을 수 없는 것을 능히 참아야 하는 것이니라. 너는 어째서 소지소덕(小智小德)과 경망심을 가지고 감히 대법을 바라보며 헛고생이나 하는 것이냐?」

 신광은 이 말 아래 즉시에 자기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허물을 통절히 뉘우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칼을 빼어 왼쪽 팔을 탁 치니 팔이 동강 잘라져 떨어졌다. 그 순간 눈 속에서 홀연히 파초가 솟아올라 그 팔을 바쳤다고 한다. 달마대사는 이것을 보고 「제불의 최초 구법이 모두가 법을 위하여 몸을 돌보지 않았느니라. 네가 또한 이러하니 가히 도를 구할 만하다.」

하고 드디어 이름을 혜가(慧可)로 고치게 하였다.

 혜가는 말하였다. 「제불의 법인(法印)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제불의 법인은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니라.」달마대사는 말씀하셨다. 혜가는 또 물었다.

 「화상이시여, 저의 마음이 아직 편안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주십시오.」「좋다. 그러마. 너의 마음을 가져오너라.」「마음을 찾아보아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내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마쳤느니라.」이에 혜가는 큰 마음을 얻은 것이다. 달마대사가 하루는 문인을 불러 말하였다. 「이제는 때가 왔다. 너희들은 각기 아는 바를 말해 보라」하시니 이미 대사의 세연이 다하였던것이다. 그때 도부(道副) 총지(總持) 도육(道育)이 나와 각각 한 말을 하였는데 혜가는 나와서 다만 예배하고 물러가 제자리에 섰다.「너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 여래께서 정법안장(正法眼藏)을 가섭 존자에게 전하신 후 전전히 전하여 내려와 지금 나에게 와있다. 이를 이제 너에게 부치니 잘 호지하라. 그리고 가사를 너에게 전하니 법의 신(信)으로 삼고 그 뜻을 잘 알아두어라. 의발은 내가 죽은지 二백년 뒤에는 전하지 마라. 너는 마땅히 이 법을 천양(闡揚)하되 깨치지 못한 자를 가벼이 여기지 마라. 그들이 한 생각 기틀을 돌이키면 본대로 도를 얻은 자와 같을 것이다.」하고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르기를, 내가 이땅에 온 것은 법을 전하여 중생을 제도하려는 것이니 한 꽃이 다섯 잎이 피는 결과가 자연히 이루어지리라」하였고.

 

   ④고봉 원묘선사

   고봉선사는 十五세에 출가하여 二○세에 이르러 三년을 한사코 선을 배웠다. 처음 단교(斷橋) 화상에게 참례하니 「날 때 어디서 왔으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를 참구하라 하기에 공부하는데 생각이 두길로 갈리어 도무지 순일하지 못하였다. 설암(雪巖) 화상을 뵈오니 무(無)자를 참구하라 하시고 공부에 진전이 있음을 본 뒤에는 공부짓는 것은 묻지 아니하고 다만 방장의 문을 열고 들어갈 적마다 대뜸 「어느 물건이 이 송장을 끌고 왔느냐?」하시고는 말도 채 마치지 않고 때려 내쫓았다. 그 후에 하루밤 꿈에서 문득 전날 단교화상 처소에서 보았던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가는가?」가 생각나니 이로부터 의정이 돈발하여 동서도 남북도 분별하지 못하였고 제六일째 되던 날 대중을 따라 누각에 올라가 독경하다가 문득 머리를 들어 五조 연(法寅)화상 진찬(眞讚)을 보니 그 글 끝에 이르기를 「백년이라 三만六천 날, 온갖 조화 부린 것이 원래가 다못 바로 이놈이니라」하였음을 보고 혼연히 일전의 「송장을 끌고다니는 놈」을 타파하고  혼담이 날라가 버린듯 기절하였다가 다시 깨어나니 그때의 경지를 一二○근이나 되는 짐을 벗어버린 것으로는 비유가 안된다고 그때를 말한다.

 그 후 설암화상이 이르기를 「이제부터는 불도 법도 배울 것 없고 고금도 공부할 것 없으니 다만 잠이 깨거든 정신을 가다듬고 『나의 이 일각(一覺)주인공이 필경 어느 곳에 안심입명(安心立命)하는 것일까?』하라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고봉선사는 맹세하기를 「내 차라리 평생을 버려 바보가 될지언정 맹세코 이 도리를 밝히고야 말겠다」하고 五년이 지난 어떤 날 밤에 잠에서 깨어 바로 이 일을 의심하고 있는데 함께 자던 도반이 잠결에 목침을 밀어 땅에 떨어뜨리는 소리에 홀연히 저 의단을 타파하였다. 그때 경지를 고봉화상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마치 그물에 걸렸다가 풀려나온 듯 하고 저 불조의 모든 심란한 공안과 고금의 차별인연에 밝지 않음이 없게 되었다.」

 

   ⑤ 통달(通達)선사

   통달선사는 제방을 두루 돌아다니며 밝은 스승을 구하고 널리 도를 닦았다. 그러나 모두가 마음에 차지 않아서 마침내 태백산에 들어갔는데 양식을 가져가지 않고 산 중의 풀과 과실로 굶주림을 달랬다. 그리고 단정히 앉아 공부에만 전념하였는데 이러기를 五년이 지나서 하루는 나무로 흙덩이를 치니 흙덩이가 탁 깨어져서 형체가 없어지는 것을 보고 대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