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求景

지혜의 샘

2008-01-14     관리자

 나는 기독교인데 스님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절을 많이 구경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자랑스런 일이 아니랴!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찰은 거의 전부가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하므로 절을 많이 봤다는 것은 즉 경승지를 많이  구경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 나는 것은 기독교의 교회가 거의 모두 인가가 밀집한  곳에  있는 반면  절은 조용한 산 중에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교회는  대개가 보잘것 없는 빈약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비해 절은  거의 모두가 아담하고 훌륭한 외관을 하고 있다.
 참으로 깊은 산 중에 도사리고 있는 절은 처음 봤을 때 신비롭게 보인다.
 가령 서울 도봉산의 관음암의 경우 그 위치가 너무도 깊은 산중 편벽한 곳에 있어 물론 일요일 등 휴일에는 상당한 인파가 몰리지만  만약 평일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항상 조용하여 마치 이 세상의 집 같지가 않고 그야말로 별유천지(別有天地)라는 느낌을 준다.
 나는 항상 망망 대해를 항해하는 기선의 먼 모습과 관음암 같은 심산속의 절을 신비스럽게 여기고 있다.  아마도 평소에 접근키가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여행과 등산을 일 삼은지가 이미 사십년 쯤 되었다. 눈을 감으면 아물아물 이곳 저곳의 절 모습이 뇌리에 떠 오른다. 주지 스님이나 처사님들의 얼굴도 아는 데가 많아 때로는 그리운 정을 금할 길이 없다. 서로 믿는 종교는 달라도 인간대 인간의 순수한 우정이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절에서 싸운 일이 똑 한번 있다.  경남 창원군의 진해 가까운 성주사에서였는데 나는 아시다시피 보통 놀러 이러한 절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절의 모습과 절을 둘러 싼 자연환경, 즉 경치를 널리 세상에 더욱 주지 시키기 위해 취재가 목적으로 찾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절 주지 스님은 물에 젖은 마당에 발자국(등산화를 신었었다)을 남겼다고 대성 질타(大聲 叱咤)하는 것이었다. 하도 기막히고 어이가 없어 이런 사소한 과실로서 모처럼 취재차 온 사람을 괄시할 수가 있겠느냐는 말은 하지 않고 다만 나는 왜 패말이라도 세워 두지 않었느냐고 좋은 말씨로 댓구했더니 주지 스님은 주민들이 너무 협조치를 않는다면서 자기 자랑을 한바탕 늘어 놓았다.
 이야기를 들어도 흥미가 없어 간단한 인사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방에는 대낮인데 텔레비가 움직이고 귀로에 역전 가게에서 사이다를 마시면서 스님의 이야기를 했더니  "손님이 신자 중에서도 시주가 아니어서 그렇소" 했다.
 수 백군데 절이 대개는 매우 친절하며 찾는 이를 반가이 맞는다. 성주사 이야기는 여기서 꼭 빼고 싶었으나 좋은 말만  쓰는 것도 진실이 아니므로 감히 한마디 썼다. 관용하시기를.
 고창(전북) 선운사, 경남 양산군의 원효암, 경북 영주군의 석륜암(소백산)등 너무도 친절한 절이 뇌리에 떠
오른다. 세상 속세를 떠나 오로지 불타의 길을 육신의 고난과 싸워 가면서 고적한 생애(속인의 눈으로 봐서)를 보내시는 스님들을 나는 심히 존경한다. 내 친동생 중에 하나가 지금  중이 되어 참선하는 얘기는 생략키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