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법어] 선禪은 무엇인가

卷頭法語

2008-01-13     관리자

    禪은 直截根源에 依한 絶對主體의 自覺이다. 선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人間主義도 아니고 超越的 神을 신앙하는 有神論도 아니다. 物心에도 神佛에도 얽매이지 아니하고 一物相이 없이 일체 모든 相을 現成한다. 그리고 現成하는 작용에나 現成한 境界에나 현성하는 自體에도 얽매임이 없이 時空을 초월하면서 時間的으로 無邊한 세계를 形成하고 시간적으로 무한한 역사를 創造하는 근원적 절대주체의 自覺을 우선 參禪이라 하여둔다.

     ① 참선의 시작
  참선을 묻는 「卽今」밖에 또한 참선이 있는 것이 아니다. 「卽今」은 본래로 時空을 초월한 것이다. 참선은 시작과 끝이 없으면서 항상 卽今에 새롭게 시작한다. 이 영원히 새로운 卽今은 영원히 現前한다. 이를 잡아 쓴 자가 부처님이시며 역대 조사이시다. 참선은 바로 卽今의 포착이며 활용이라 할 것이다.

     ② 참선과 다른 수행과의 관계
  佛敎에 있어 선 이외의 수행에서는 그 直理性의 究意的 根據로 반드시 所依經典이 있다. 소의경전에 의지하여 진리적 規範을 삼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참선은 소의경전이 없다. 경전의 근원이 되는 인간의 본래의 心性인 活潑潑地를 自覺하는 것이다. 선이 고래로 문자를 세우지 아니하고 敎 밖에 따로 전한다 하며,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성품을 보아 부처를 이룬다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③ 現代와 禪
  현대는 과학시대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고 인간의 생활은 사뭇 편리하여지고 풍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만능의 물질문명은 한계에 다달아 도처에서 몰락의 徵兆를 보이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과학문명은 인간의 근원적 本地를 沒却하고 있다. 本質을 超越한 「普遍」의 「一」이 없는 것이다. 「一」이 없는 「多」의 과학문명은 統一이 없으니 分裂이 될 수 밖에 없다. 과학문명은 存在의 근본요건이 되는 「一」「普遍」을 상실하며 가지가지 분열현상을 나타나게 되니 分裂症은 現代病의 한 특색인 것이다. 이 분열증의 현대병을 치료하지 아니하고는 현대는 결코 沒落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은 根源的 主體를 顯露한다. 과학문명에 「一」「普遍」을 供與하여 능히 과학문명을 창조한다. 이런 문명은 아무리 「多」로 分化하여도 分裂症이 되지 않는다. 「一」에 있어서도 공허나 고독에 빠짐이 없고, 「一」이나「多」에 걸림없이 자재하게 영원한 문명을 창조한다. 근원적 주체는 무한히 창조하고 무한을 형성한다. 그리고 어느 時點에나 스스로 거기 있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걸림 없이 解脫自在하여 무한히 文明을 창조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로 보건대 科學文明을 眞實한 人間의 文明으로 돌려 현대의 人間危機를 克服하고, 나아가 영원한 평화와 번영을 保障하는 것이 禪이라고 믿는 바이다.

     ④ 國家發展과 禪
  禪은 근원적 주체적 存在原理를 提示한다. 「普遍」「一」을 살려냄으로써 겨레의 總和團結의 바탕을 이룬다.

  치우친 物質主義나 精神主義를 초월한 근원적 주체의 진리가 오늘날 우리 國土를 분단하고 겨레를 양분시킨 現場에 있어 최상의 統一原理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오늘날 커다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발전이 과학적 발전에 치우치지 아니한가를 우리는 憂慮한다. 우리의 과학적 건설이 현대에 이른바 「분열병」에 걸리지 아니하고, 끝없는 발전을 기약하려면 무엇보다 근원적 주체가 확립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禪은 근원적 주체에 본래로 갖추어 있는 무량한 慈悲心을 발동시킨다. 그리하여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돕는 無住相의 大行을 展開한다. 위대한 인간의 역사는 여기서부터 창조가 있다 하겠다. 오늘의 우리 조국의 번영을 眞實과 榮譽로 장식하기 위하여 禪의 體行을 希求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⑤ 禪者의 使命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現代는 과학문명을 바로 잡고 뒷받침 할 종교가 切實히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종교적 전개가 없이는 날로 더해가는 人類의 危機를 免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대는 인간의 理性과 自律性을 각성한 시대다. 禪은 이성이로되 이성을 초월하고 모순하지 않는다. 근원적 주체의 自覺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은 과학문명을 救濟하고 前進시킬 진리가 된다. 다행히 우리는 선을 근간으로 하는 佛敎를 가지고 있다. 어찌 다행일 뿐이랴. 우리는 이것으로 물질문명에 시들은 세계에 공헌하고 인류를 구출할 使命과 矜持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한국의 佛子는 무엇보다 이 점을 자각하여야 하겠다. 서로 정진하고 협동하여 위대한 진리의 역사를 창조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우리의 佛子들이 진실한 수행·교육·포교로 이 사명을 다함께 成就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빌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