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정신위생] 약과 의사와 병

현대인의 정신위생

2008-01-12     관리자

  언젠가 모의과대학 안의 아스팔트 길에서 결핵을 전문으로 하는 내과 교수를 만났더니 「이 선생! 우리 병원 결핵환자들 좀 정신치료를 해 주시오!」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말을 잘 안듣고 말썽을 부리고 약을 잘 안 먹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병에 걸리면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서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거나 치료를 받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요즘 의료보험이라는 것이 생겨서 전에 보다는 병원에 갈 수 있는 환자들이 불어났지만 과거에는 환자들이 병이나서 병원엘 갈 수 있는 숫자가 국민의 삼할밖에 되지 못했다. 나머지는 약방에 가서 약을 사먹거나 무당 푸닥거리나 한의원 기타의 민간요법을 하거나 기도를 하거나 다른 방법을 쓴다. 약 20년 전에 서울의 모의과대학에 있다가 지방의대에 잠깐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서울보다 치료비 부담 능력이 사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못하고 시골서 대학병원까지 오는 버스비와 명목상의 진찰비를 빼놓고는 싼 약값도 치룰 돈이 없어서 약을 가지고 가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물론 병원엘 와 보지도 못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이렇게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환자가 많은 반면 크게 필요도 없는데 병원에 가기를 좋아하고 약먹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에 군의관으로 있던 제자가 와서 하는 이야기가 자기 부대의 장성중에 약을 한뭉치를 입에 털어넣는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 준 일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어려서 병이 나서 약을 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먹었거나 약을 지나치게 믿고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를 하는 일종의 노이로제라고 볼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겁이나서 약을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꼭 필요한 약을 먹지 않으려는 것도 일종의 노이로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부작용이 나서 몸을 해치거나 다른 병이 생길까봐 두려워한다.
  어떤 사람들은 약이나 보약 주사 맞기를 좋아한다. 옛날에 포도당이니 칼슘주사가 한참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요새 생각하면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는 맞으나 마나한 주사를 열심히 맞고 있는 것도 약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한 노이로제 현상이다. 일년에 몇번씩은 꼭 보약을 한의원에 가서 지어다 먹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보약이란 것이 간혹 먹으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약효 외에도 보약을 먹을 때에는 여러가지 가리는 것이 많다. 술먹어도 안되고 등등. 이런 섭생을 잘 지키면 보약을 먹지 않아도 건강이 좋아질 것이 뻔한 일이다.
  감기만 걸려도 항생제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정작 큰 병이 걸렸을 때에 약이 잘 안들을 가능성이 있다. 감기가 걸렸으면 우선 바람을 쏘이지 말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항생제가 아닌 감기약을 먹고 비타민 씨와 비를 복용하고 더운 물이나 국물을 마시고 휴식을 하거나 잠을 많이 자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며 감기가 시작하려고 할 때는 술을 마시고 푹 자도 좋지만 좀 지나서는 술을 먹으면 악화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술먹고 찬 바람을 쏘이고 병이 낫는데 필요한 섭생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온갖 약으로 고칠려고 한다. 이런 행동은 자기 나라를 스스로 다스리지 않고 남의 나라에게 통치를 맡기는 신탁통치를 받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자기 몸이나 마음을 관찰해서 조리하면 건강이 날로 좋아질 것이고 심신이 상쾌할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의 몸과 마음의 사정을 샅샅이 알고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어야 될 때에는 그것을 잘 알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정신과 환자 중에는 잠이 안올까봐서 약 줄이기를 겁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될수 있는대로 약을 먹지 않으려고 한다. 먼저 경우에는재발을 지나치게 염려해서이고 나중경우는 역시 공짜를 바라는 마음이 강한 심리에서 나온다.
  모의과대학 학생 2학년 때부터, 그 학교교수로부터 추천받아 지금 4학년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1학년 2학기에 발병해서 그 학교의 교수에게 치료를 받았는데 계속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되는 데도 약도 안먹고 치료도 받지 않아 재발하게 되어 내게로 오게 되었다. 내게로 와서도 두번이나 재발을 했었다. 처음에는 입원했다가 점차 좋아져서 퇴원했는데 퇴원 후 약도 먹지 않고 정신치료도 받지 않아 다시 병이 재발하여 입원하게 되었다.
  그 후에도 열심히 치료받고 약을 먹어 완치되는가 싶더니 왜 그랬는지 병원에도 들리지 않으면서 하숙방에서 음식도 안먹고 피골이 상접된 상태에서 하숙집 주인이 부모에게 연락해서 또 다시 입원치료를 하여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치료를 받으면서 꼬박 꼬박 약을 먹고 있다.

  약을 안먹으려는 환자에게는 약이 필요한가 필요 없는가는 자기가 알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 약을 먹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 병이 있으니 할 수 없이 약을 먹지 건강한 사람이 약을 먹는 것은 해가 된다고 말한다. 물론 걸음을 많이 걸을 때는 봄과 초여름에 비타민B를 복용하는것은 하나의 생활의 지혜다. 요는 스스로 심신을 단련하여 병을 예방하거나 섬생은 않고 병원이나 약에 의존하는 거나 치료나 약이 필요한데 이것을 거절하는 거나 다 병적인 의존심 즉 노이로제가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