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청량사 가는 길...(1)

2000-11-22     관리자

불자님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가하게, 지난 주 일요일, 제가 경북 봉화 청량산에 있는 청량사 갔다 온 얘기나 말씀 드릴까 합니다.

청량사는 제가 의대 본과 4학년(79년)이던 가을, 불교학생회 법우들과 함께 부석사 가던 길에 들렸던 적이 있는 절입니다. 원효, 의상, 두 분이 창건하신 유서 깊은 절임에도 불구하고 그 때는 퇴락하여 겨우 약사여래 모신 유리보전 법당과 요사채 한 건물만 있고, 전기도 안 들어 오던 곳이었지요.

그 때 지금도 같이 구도의 길을 걷는 불교학생회 도반들과 청량사에 이르렀을 때, 산길 한 모퉁이를 돌아 서니 보이던 청량사 모습은 꿈결과 같이 아련합니다.

그 당시 절에는 老비구니 스님 한 분과 그 분의 손녀되는 어린 아이 하나가 아무도 찾아 오지 않는
깊고 깊은 청량사를 지키고 있었지요.
자비 넘치시던 비구니 스님께 간청하여 저희들은 하룻밤 잘 데도 마땅치 한던 그 요사채에 묵을 수
있었답니다.

자...밤은 되었는데 밖에 나와도 한 치 앞도 제대로 안 보이니... 아무리 산사의 밤을 운치있게 보내려 해도 도대체 바로 앞도 잘 안 보이니 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 귀한 산사의 밤을 그냥 일찍 잠이나 잘 수 밖에... 그렇게 당시 9시도 안되었던 같은데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 세 시나 되었나? 자다가 우연히 밖에 나왔는데, 그 때 마침 달이 떴어요! 청량산 드높이 솟은 달은 그 어둡던 산하를 대낮같이 환히!!! 비추고 있었습니다!!!!!! 안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게 지난 밤엔 보려도 안 보이던 곳이, 밤하늘 높게 달이 뜨니 안 보이는 곳이 도대체 있어야지요!
그 장엄함이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청량사,라 하면 그 때 그 밤하늘을 밝히던 환한 달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워낙 퇴락한 절이라, 뭇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