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골짜기] 기원

푸른 골짜기

2008-01-11     이정미

  오랜 세월을 두고 빛을 찾아 진리를 찾아 몸부림 쳐 왔습니다. 정녕 피 눈물나는 구투노력(舊鬪怒力)이었습니다. 그것은 문학과 예술창조의 개척과 선구자에로 향한 내달림, 그들의 영원한 사랑과 영원한 생명에 향한 열망과 염원이었습니다. 전 그들과 친하고 싶었습니다.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사랑 받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진통을, 고뇌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말을 하진 않곤 견딜 수 없고, 외치진 않곤 죽을 수 없는 피어린 절규에 귀 기울이고 싶었습니다. 또한 내가 이어 받은 여자의 길을 우리의 딸들에겐 물려 주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여성 상위시대>니 <여성의 해>라고 깃발을 들기 전에 무엇을 할것인가...... 그러기 전 <시몬느·드·보봐르>보다는 <사빙영>을 더 좋아합니다. <루소>보다 <헤르만·헷세>를 사랑합니다. <토마스·카라일>보다 <버어나드·쇼>를, <헤밍웨이>를, <로라>보다는 <소냐>를, <아리사>보다는 <라라>를......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전 저의 가정을 사랑합니다. 훌륭한 어머니로서, 슬기로운 아내로서의 본분을 완수하는 길 속에서 우리들의 나아갈 길을 찾으려 함 입니다. 아...... 그러나 그 하고 많은 책들은 과연 제게 그 무엇을 제시해 주었습니까! 안으론 자신의 무지와 갈수록 아득히 머나먼 외로운 나그네의 길 뿐, 밖으론 단 한 사람의 협력도 조언도 동감도 얻지 못한 채 조소와 비난, 절망만을 삭이며 전 오늘도 해 질 녘 해바라기마냥 쓸쓸히 걸어 갑니다. 지칠대로 지친 몸과 마음속엔 알알이 영글진 눈물 자국뿐, 가슴엔 한 가닥 아픔만이 고였습니다.

  내 이제 비로소 부처님 법전에 옷깃을 여미며 기도드릴 때 또 다시 가슴이 저려 옵니다. 비길데 없이 무지 몽매한 자신이기에......  부처님 저를 일으켜 주옵소서, 저에게 문을 열어 주옵소서, 힘과 용기와 슬기와 지혜를 주옵소서, 오로지, 오로지... 인류를 위해 살고픈 저의 숙원을 보살펴 주옵소서, 성취해 주옵소서...... 제 이제 모든 것 다 버리고 양지를 찾는 이들 앞에 돌 다리가 되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