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정신위생] 어른이 있어야 한다

현대인의 정신위생

2008-01-11     이동식

여러 해 전 일이다.하루는 옛날 네게 배웠다는 젊은 의사가 부인을 동반해서 찾아왔다. 그 젊은 제자는 좀 기가 약해보이고 부인은 체구도 작고 얼굴도 작달막해 보이나 버릇이 없고 주의 사람에 대한 환경 변동에 따른 적절한 언동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내가 그녀 남편의 옛 스승이란데 대한 표정이나 태도 인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연을 들어본즉 이 부부가 결혼한 지가 채 일년도 못되는데 결혼한지 두달이 좀 지나서 시부모와 같이 살게 되었는데 마침 남편이 군의관 생활을 하다가 군에서 제대를 하게 되어 친구들이 송별회를 열어 주어 과음을 하고 늦어서 자고 이튿날 아침에 집에 돌아오니 대문을 들어서자 이 젊은 아내는 시부모 하고도 아직 제대로 낯도 익지 못한 처지에 남편의 멱살을 잡고 이놈아 하면서 대들었다는 것이다. 매사가 이렇게 돌아가게 되니 설득이나 회유도 소용이 없어 의사인 처형들과 상의한 결과 정신과 의사인 나에게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의논이 되어 찾아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옛부터 내려오는 말과 같이 사람이 집 밖에서 하는 행동은 다 집에서 들은 버릇이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친정에서 자란 환경과 가족관계를 물어보았다.

이 부인은 여자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막내로서 자랐다. 언니들은 의사들이 많고 아버지가 첩을 두어서 집에 오면 딸들이 몰아 세워서 아버지의 권위는 전혀 있을 수 없는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 친정어머니의 성격이 어떠했는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딸들의 이런 행동을 막지 못했던 것만은 사실이고 어머니도 그런 딸들과 같은 성격일지도 모를일이다. 어머니의 성격이 남편으로 하여금 다른 여자를 찾아 가게끔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젊은 부인은 게다가 막내라 어른이 없이 자란데다가 책임이 없이 자라고 가정에서 여자들이 마음대로 자기 감정대로 행동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어 자기의 행동이 얼마나 상규(常規)를 벗어난 것인 가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본인이 치료의 필요를 느끼지 않아 병원으로 오기를 거부해서 본인을 꽉 눌러서 치료를 받게 할 어른이 없었기에 결국 치료를 할 수가 없었다.

이 젊은 부인처럼 인생의 중대한 고비에서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거나 스스로의 욕망이 일생을 망칠 것이 뻔한 경우에 스스로를 누를 수 없을 때 어른이 있는 경우에는 본인 대신에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어른이 없을 때에는 파멸의 길은 피할 길이 없다. 흔히 경험 하는 경우는 가장이 정신병이 되어서 부인과 장성하는 아들 딸들이 가장인 환자를 누를 수가 없어서 치료를 받게 할 수 없어 본인이 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전 가족의 인생이 암담한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는 친구라도 있으면 친구의 힘으로 치료를 받게 할 수도 있으나 그러할 친한 친구를 가진 경우가 정신병이 되는 사람에게는 많지가 않다. 어른이 되어도 어른 구실을 못하는 어른은 어른이 아니다.

어른의 문제는 정신병의 경우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소한 기술에 이르기까지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에 어른중에 어른다운 어른도 되지못한 아랫사람의 사정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안했던 어른들에 대한 반발로서 어른을 무시하고 마치 자기가 어른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생기는 폐단이 많다. 서양사람들도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 어떻게 해야 되는 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음악 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의 습득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연주가들은 어려서부터 피나는 엄격한 지도를 스승에게서 받은 사람들이다. 아무리 음악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스승의 엄격한 지도없이는 높은 수준의 연주가는 될 수가 없다. 스승의 가르치는 연주기술은 스승 개인의 몸에 배어있는 인류역사 이래의 무한한 기술의 축척이기 때문이다. 요사이 전세계의 문제가 어른이 없어지므로서 일생을 사는 기술이 전수되지 않고 발달되지 못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인생을 사는 기술이 졸렬한 인간들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음악 연주로 말하면 졸렬한 연주자들만 불어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거의 일부 어른들의 졸렬한 지도에 대한 반동으로 서양의 평등사상, 남녀동권사상을 아무런 비판없이 우선 각자의 편리한 대로 멋대로 받아들여서 일어나는 피해가 사회에 침투되어 있다. 자기 멋대로 남에게 어떤 영향이 가나 고려없는 이기적이고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인간의 양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각종 정신병, 노이로제, 흉악범이 격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 평등은 서양의 평등과도 다르다. 미국에서도 열 다섯살만 되면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대신 남에게 의지를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경향도 생겨가고 있지만 아직도 부모에게서 무한정 타서 쓰고 지도 감독은 안 받겠다는, 서양보다 더 나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스승이 스승다운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서 제자를 강압하거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사리사욕에만 눈이 어두워, 지도 받는 사람들을 압박하는데 대한 반동으로 스승이나 지도자가 자기와 동등하다고, 지도를 받기를 원치 않을뿐더러 때로는 금력과 권력으로 거꾸로 지도를 받아야 할 사람을 거꾸로 지도할려고 드는 풍조가 일고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평등사상으로 부모의 지도력이 약화되고 남녀동등이란 이름아래 가장의 위치가 희미해지고 아버지의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격하됨으로서 어머니의 지도력도 약화된다. 산업화와 평등사상의 결과로 대가족 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이 보급됨으로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없으므로 해서 젊은 부부의 자제하는 힘이 길러지지 않을뿐더러 전통문화가 자손들에게 계승이 안된다. 그러므로 어른들과 동거는 하지 못하더라도자주 내왕을 해서 인생경험이 풍부하고 전통을 지니고 성숙된 인격을 자손들이 접촉함으로서 자손들이 더 높은 수준의 인생을 걸어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