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분을 위해 기도합시다...

2000-11-16     관리자

[나를 괴롭히는 분을 위해 기도합시다]

우리는 살아가며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중에서 우리를 괴롭히고 음해하는 분들을 우리 뜻과 다르게 만나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런 일에 부닥치면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을 무시하거나 같이 경멸함으로써 괴로운 마음을 벗어나려 합니다. 비난을 하면 같이 비난하고 괜히 그 사람의 못난 점을 기를 써서 찾아 내어 기어코 그 사람을 망신 주려 합니다. 또는 포도를 따지 못하자 포도가 시들었을 것이라며 돌아서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같은 자기 변명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나의 고뇌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선 그런 방법으로는 당장의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또한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은 더욱 더 황폐해 져 갑니다. 고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는 더욱 더 크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가장 멋지게 복수(?)하는 것인가 , 또는 나를 괴롭히고 나를 음해하는 자에게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그 분을 위해 기도하는 일'입니다.

비록 나를 비난하더라도, 비록 나를 배반하더라도 '저 분은 본래 그럴 분이 아닌데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저 분이 아직 어리고 어리석어 저러는데 어떡하겠는가. 다만 저렇게 살다가는언젠가는 큰 낭패를 만날텐데, 그 때 너무큰 어려움 없이 교훈을 배웠으면 좋겠다'... 이렇게 그 분을 측은히 여기고 그 분을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이 길만이 상처를 준 그 분과 상처 받은 내가 모두 사는 길이요 모두 축복받는 길인 것입니다!

몇 년 전 여의도 광장에서 세상에 절망하신 어떤 분이 차를 광장으로 몰고 가 거기서 놀던 많은 어린이들을 다치고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사고를 일으킨 다음에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마는, 그 중 어린 손녀를 잃은 할머니 한 분은 끝내 용서하지 않고 그 분을 미워하였습니다(아마 이 분이 유일하게 용서를 하지 않으신 분이었을 겁니다).

다시 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뜻밖에도 이 할머니는 수감 중인 그 분을 찾아 가 '당신을 용서한다'는 말을 하고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할머니 말씀인즉, 귀여운 손녀를 죽인 그 분이 너무나 무정하여 끝까지 용서를 하지 않으려 했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의 가슴이 먼저 무너져 가더라는 것입니다. 비명에 간 손녀가 너무나 가여워 그 분을 미워하면 할수록 그 손녀가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녀가 괴로워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자신의 가슴이 황폐해 져 가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침내 원망을 거둬 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며, 오히려 그 분의 죄가 얼른 멸해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분 사이에 회한의 눈물이 오고 간 것은 물론입니다.

예수님도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박힐 때, 자신을 죽이기 위해 열심히(?) 못을 박는 로마 관원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지금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신의 아들인 예수님을 저렇게 못박아 죽이는 분들이 심판의 날에 어떤 벌을 받겠습니까?
지금은 황제의 뜻에 따라 저런 일을 하지만 그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안다면 과연 황제가 무서워서 저렇게 열심히 못질을 하겠습니까? 그러니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예수님의 입장에서는 지금은 신나게 못질하는 저들이 참으로 가엾기 그지없는 것입니다.

부처님도 당신을 평생을 괴롭힌 제바닷다에게 '성불'로써 빚을 갚았습니다(성철 큰스님 법문에나오는 말씀입니다.)

이와같이, 나를 핍박하고 나를 괴롭히는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합시다. 저 분은 나에게 비수를 들이대어도, 나는 저 분에게 나의 정성을 공양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나를 괴롭히는 사람, 내 고뇌의 근본 원인이 되는 분을 위해 원망하기보다, 미워하기보다 기도해 봅시다. 놀랍게도 내 마음의 응어리가 언제부터인지 스르르 풀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가장 멋진 빚갚음입니다.

젖은 곳에는 눈이 쌓이지 않습니다.
불자님들!
우리 모두 뜨거운 정성과 기도로써 저 분들의 잘못과 허물을 모두 감싸 드려,
우리 모두가 같이 살고 같이 축복받는 길로 함께 가시옵기, 부처님께 발원 드리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