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이야기] 1.연못가에서 가르친 교훈

경전해설

2008-01-10     관리자

 오늘날의 불교연구에 있어서 불타의 가르침을 그 원래의 형태대로 알고 음미하기 위해서는 원시경전인 아함경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일찌기 불타는무엇을 설했으며 어떻게 말했던 것인가. 우리들은 불타 본래의 면목을 있었던 그대로 알고자 한다면 이 경전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아함경에 속하는 경전 수효를 합 친다면 수천에 이르거니와 그것들은 대개 매우 짧고 간결한 것이 특색이다. 거기에다가 내용에 있어서도 대체로 구체적이고 교훈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짧은데다가 교훈적인 것이 되고 만 것은 불타가 사람들을 대하여 문답한 말씀이 그대로 거기에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들은 읽어가노라면 불타의 모습을 눈으로 우러러보고 말씀을 직접 귀로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타는 어떻게 하여 우주와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으며 또 불타를 따르던 사람들은 어떠한 가르침을 받아 그 지혜를 체득할 수 있었던가? 필자는 이제 이 아함경 중에서 수십개의 아야기를 취택하여 차레로 이야기해 나가고자 한다.

  연못가에서 가르친 교훈

 구살라국의 어떤 숲속에 한 비구가 수행하고있었다. 그런데 이비구가 안병에 걸려서 의사에게 진단한 결과, [연못가에서 연꽃의 향내를 맡으면 자연히 나을 것이다.] 하고 하였다. 이 말을 듣자 비구는 즉시 숲 가까이에 있는 연못가에 앉아 홍련의 아름다운 향내를 바람이 불리는대로 맡고 있었다. 연못의 주인인 신이 노해서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의 승락도 없이 무슨 이유로 향내를 맡고 있는가. 너는 도적이다.]비구는 이에 대답하기를, [상처도 내지 않았을 뿐더러]꺾지도 않고 멀리서 향내만 맡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로 도적이라 하는가] 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연뭇의 주인은, [달라고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허락도 받지 않고 가만히 향내를 맡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진짜 도적이다.] 라고 두 사람이 서로 문답하고 있는 순간 한 남자가 뚜벅뚜벅 연못 속에 들어가서 못 속을 휘저으면서 연꽃과 연뿌리를 한 아름 안고 말없이 가버렸다. 그런데 연못 주인은 이 무례한 행동에 대히서는한 마디의 말도 없었다. 그리하여 비구는, [꽃을 꺾고 뿌리를 뽑은 이제의 그 남자를 혼내지 않고 왜 나를 나무라는가.] 연못 주인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검은 옷은 더렵혀져도 사람들은 그다지 대수럽게 여기지 않지만 흰 옷이 더럽혀지면 사람들은 금방 눈여겨 쳐다본다. 이제 그 남자는 악인으로서 검은 옷이 더럽혀진 것과 같고 그대는 청정한 선인이므로 작은 허물도 금방 드러나게 된다.] 비구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말했다. [고맙고 고맙소이다.나를 위한 선지식이여 아무쪼록 나를 바른 길로 선도하여 주소서. ]연못 주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그대의 노예가 아니다 그대의 곁에 붙어 있으면서 그대를 가르칠 수는 없다. 그대의 일은 그대 자신이 해야 한다. ] 비구는 연못 주인의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면서 숲속으로 들어가 전념으로 수행한 결과 드디어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잡아함경 제50>

  새새끼의 새명을 구해준 자비

옛날 아수라와 제석이 전쟁을 하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어느 때 제석의 군사는 아수라의 군사에게 패하여 수레를 타고 천궁을 향하여 무참히도 퇴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제석군의 수레가 수미산 기슭의 총림이 있는 소로에 이르렀을 때 길 복판에 금시조의 새집이 가로놓여 있었다. 수많은 금시조의 새깨들이 삐약삐약 예쁜 입부리를 쳐들며 울고 있었다. 그대로 진군하게 되면 귀여운 새끼들은 수레의 바퀴에 깔려 모조리 죽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뒤로 퇴진하게 되면 천계군은 아수라군에게 전멸을 당하지 않을 수 없는 급박한 상태에 이르렀다.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한 제석은 비장한 결심을 하였다. 아수라군에게 전멸을 당할지언정 금시조의 새끼를 죽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제석은 어자를향하여 말했다. [수레를 돌려서 금시조의 새끼들을 죽이지말라] 어자는 놀라서 제석을 향하여 말했다. [아수라의 군세는 배후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만약 수레를 돌린다면 아군은 적에게 전멸을 당합니다.] 그러나 제석은 단호하게 명령하였다. [아수라군에게 죽음을 당한다 할지라도 무익한 살생을 해서는 않된다. ] 어자는 하는 수 없이 제석의 명령을 따라 수레를 돌려 아수라군을 향하여 말굽을 돌렸다.

 아수라군의 대장은 이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반드시 적에게 무슨술책이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추격은 퇴각으로 변하였다. 한편 제석군은 더욱 용기 백배가 되어 아수라군을 추격하여 뜻하지 않은 대승을 거두었다. 금시조 새끼들의 목숨을 건진 것이 우연하게도 대승의 원인이 된 것이다.*<잡아함경 제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