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립지 않느냐구요

하늘의 소리 . 땅의 소리

2008-01-10     관리자

    내 고향은 영원한 내고향, 고매한 인정이 사모친 내고향 그립지 않을 수 없는 내고향이다.

사람마다 제철이 들어가면서 얽히고 얽혔던  기억의 실마리가 풀려 나갈 때쯤 무심코 생각되기 쉬운 일중의 하나가  내고향이라는 것 아닐까 합니다.  반드시 고향을 떠나 멀리 타향살이를  아니 할 수 없는  고된 처지에 있다고 해서가 아니라  또 고향산천이 유달리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풍경을 지녔대서가 아니라 어느 한때 잡념에서 풀려나와 마음이 제법 한가로울 수 있을 그런때 그자리가 내고향이고 또 어느 먼 타향이건 그 자신의 걸어온 길을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거기에는 어렸을때 자라던 내 집안의 옛기억과 더불어 내고향, 내마을, 내이웃, 내산천의 기억이 머릿속에 구름같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세상에서 그 누구를 물을 것 없이 그는 어렸을 시절의 옛고향이 모습을 다시 보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아무리 찾고 되찾아  보아도 옛날 잘 알던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기억의 내고향, 내마을의 옛모습은 간 곳 없고 간신히 산과 들과 냇물만이 어슴프레한 옛기억을 되살려줄 정도로 남아있는 경우가 보통이 아닐까 합니다.

 옛날 어렸을 때 같이 자라던 친구가 일찌기 아버지 어머니를 여의고 집 한칸 거두기 어려운 형세에 있다가  그 언젠가 만주 벌판으로 달려가서 압록강을 자주 넘나드는 동안 경찰에 붙잡혀 십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에서 살고 나와서 먼저 꼭 찾아봐야겠다고 찾아간 곳이 그의 고향이었고 그의 어머님 산소였답니다.  그때 그의 기억 속에는 어머니의 흔적이 전혀 없을 정도로 너무도 일찌기 여윈 어머님이었으나 그러나 여기가 내 어머님이 갖난 나에게 처음 젖꽂지를 물려 주셨던 내 어머님이 묻히신 곳이 이땅 여기 인가고 생각할 때 그는 당장 산소를 헤치고 아직도 살아계실것만 같은 내어머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에 불길처럼 솟아오르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찾아야 할 내 고향의 뜻은 그 땅, 그 흙에 그리고 다시 살아 돌아오지 못하실 그 어머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를 길러내신 어머님의 슬프고도 억센 기나긴 사연을 그 땅속에서 파헤쳐내야 하겠다는 거기에 역시 큰  뜻이 있지 않겠는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땅, 그 흙은 그 흙, 그 땅 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고 그저 그 땅 그 흙일 뿐, 그 어머님이 남기셨을 가지가지 기나긴 사연이란 것도 이야기해 주는  이 없이 허공에는 바람만이 소리없이 우리네 가슴속에 스며들 뿐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내고향은 영원한 내고향, 고매한 인정이 사모친 내고향 그립지 않을 수 없는 내 고향이겠읍니다.  꼭 찾아 보아야  할 내고향, 영원한 마음의 내 고향이 아니겠는가 하옵니다.

 그런데 흐르는 세월은 마치 강물과도 같다고 하겠습니다.  오늘의 세월은 장마때의 강물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훌륭한 것도 많지만 어지럽고 더러운 급한 물살이 강둑에 넘쳐 흐르는 그 가운데서 우리들 인간은 저 갈길을 잡지 못하고 물살이 밀리는 대로 물위에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광경에 비길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지와 가난과 욕심과 겁탈이 그칠 날이 없는 것 같은 흙탕물이 무서운 세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대로 흐르는 강물은 여전히 저 갈길을 가고 있다고도 하겠습니다.  바다로 바다로서 끝이 없이 넓은 바다, 줄지도 않고 언제나 늠름한 무한히 넓고 큰 바다로 가난한자도 가엾다는 자도 성한 사람도 병든 사람도 욕심쟁이도 할일 없다는 사람도........

 그러나 장마는 한계의 일이고 장마가 걷히는 대로 하늘은 맑게 개이고 강물도 다시 맑아지는 것은 이미 하늘과 땅에 약속한 일임을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일 것입니다.  장마도 걷히고 나서 조용히 맑은 물이 흐르는 강가에 서서 한동안 어지러웠던 인생의 장마철을 되돌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서 우리의 갈길이 어디냐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찾아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역시 고향이 그립지 않겠습니까.  내 어머님이 묻혀 계신  내땅  그 흙 사랑의 내고향,  마음의 내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