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 번 헤어지면...

2000-11-13     관리자

[우리가 한 번 헤어지면...]

오늘 만나는 이 인연, 이 분들은 어쩌면 모두 다시는 볼 수 없을지니, 지금 이 순간 내 주위의 모든 인연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일까... 우리가 이렇게 금 세기(世紀) 금월(今月)에 만난 것은 모두 다생의 깊은 인연과 오랜 서원의 결과이리니, 내 주위 모든 분, 모든 인연, 고맙지 않은 분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부처님 말씀을 보게 되면 이생의 모든 만남은 참으로 값지고 고마운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흔히 소매 끝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지만, 불가(佛家)에서는 '지나가는 길에 그 소매 끝 스치는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도 '오백 생을 같이 만나고 헤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부처님 말씀대로라면, 헤어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지은 업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만날래야 만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라든가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 는 등, 덧없는 소망을 나중에사 발합니다. 지금 이 귀한, 이 소중한 이승에서는 그렇게 서로 몹쓸 짓(?)거리를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일단 헤어지면 얼마나 다시 만나기 힘든 것인지...
또한 만나더라도 삶을 꿰뚫어 보는 혜안(慧眼)이 없으면 서로 만나도 만날 줄을 모르니,얼마나 허망하고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이런 부처님 가르침으로 보면, 내 앞을 수줍은 웃음 지으며 잠시 스치며 지나가는 저 분은, 몇 겁을 헤어진 이래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지난 날 나의 사랑하던 님이었는지도 모르며, 내 옆을 지나가는 저 이름없는 늙으신 할머니는 지난 생 헤어졌던 그렇게 보고파 하던 내 어머니인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내가 닦지 않아 한 평생을 사모하던 님을 만나도 알아보지를 못하고, 내가 꿈처럼 세월을 보낸 탓에 과거 생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내 어머니를 다시 만나도 못 알아 보는 것이니, 방일과 게으름은 이토록 무섭고 안타까운 것입니다...

지금 내 주위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모두모두 소중한 인연 아닌 분 없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깊이 깨달아, 하루하루를 보람있고 감사드리며 살아,모든 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며 선근(善根)을 심어 나가야 하겟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이 종린 合掌


--- 인간은 이 세상 애욕의 바다에서 홀로 태어나서 홀로 죽는 것이며, 어떠한 고락의 처소에도 자기가 지은 선악의 행위에 대한 과보는 스스로 받고 스스로 감당해야 하며,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는 없느니라(無有代者).

그래서 착한 일을 행한 사람은 몸을 바꿀 때 행복한 처소에 태어나고, 악한 일을 한 사람은 재앙이 많은 처소로, 각기 태어날 곳을 달리하여 이미 업에 따라 엄연히 정해진 처소로 어김없이 나아가야 하느니라.

그래서 멀리 떨어진 다른 처소에 태어나게 되면 이승에서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도 서로 만나 볼 수 없나니,
이와같이 금생에 지은 선악의 행위와 내세에서 받는 고락의 과보는, 변함없는 자연의 도리로서 각기 지은 바 소행에 따라서 태어날 뿐이니라(追行所生).

그리하여 가는 길은 멀고도 어두워 서로 오랜 이별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한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다시 만나 볼 기약이 없으니,

서글프고 아득하여 다시금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느니라...

--무량수경/청화큰스님 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