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생의 결실인가

마음의 문을 열고

2007-01-05     관리자

가을걷이를 끝낸 빈 들녘, 한잎 두잎 다 떨구어낸 앙상한 나뭇가지들…. 파란 하늘 아래 남겨진 빈 자리들이 허허로운 시절, 겨울의 길목이다. 이즈음이면 사람들 마음의 눈길 또한 깊어져, 문득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우리들 인생도 언젠가 저렇게 빈 자리로 남겨질 텐데,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또 무엇이 인생의 결실일까.
호스피스운동으로 유명한 서양의 한 정신의학자가 죽음에 임박한 400여 명의 환자들을 인터뷰해,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해 담은 책 『인생수업』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죽음을 마주하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삶을 훨씬 의미 있게 해줍니다.”
꼭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때론 숨 가쁘게 살아온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 그것은 우리가 허황한 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탓이겠다. 소유욕을 채우느라, 일시적이고 감각적인 쾌락을 좇느라, 또 남한테 잘 보이려는 겉치레와 허위의식을 채우느라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안정된 직업과 지위, 경제적 안정도 이루어야 하고, 또 자식들도 잘 키워야 한다. 그러한 삶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것들에 매몰돼 여유를 잃어버린 우리들 마음이다. 번뇌에 매이지 않고 또 바깥경계에 동요되지 않는 고요한 마음, 그 마음자리에서 즐거울 때는 마음껏 즐기고, 고비는 슬기롭게 극복하고, 그때그때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들을 만끽하면서 생의 의미를 터득해 가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

“부처님이 여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음을 삼가 오욕에 애착하지 말며, 육정(육근)을 씻고 번뇌를 버려 욕심이 없음을 으뜸으로 삼으며, 안으로는 청정하고 밖으로는 효도를 다하여 사무량심으로 부모를 봉양하며, 새벽에는 법당에 들어가 머리 굽혀 허물을 뉘우치고 아침과 저녁으로 묻고 외워 경법의 묘한 이치를 생각하며, 부처님의 엄중한 계율로써 마음의 나쁜 병을 고치고 고요한 곳에 엄숙히 숨을 세어 선정하며, 흐름을 돌이키고 근원을 추구하여 참다움을 구하라.” -『잡아함경』

기도하고 수행하고 있다지만 아직 우리들은 중생의 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마음에 고삐를 매고, 그 끈을 늦추지 않는 수행정진이 필요하다. 늘 부처님 가르침을 생각하고, 일과기도 속에서 돌이켜 참회하고, 염불이나 참선 등으로 헐떡거리고 출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 고요하게 텅 빈 마음에 세상을 바로 보는 지혜의 안목이, 또 사심 없이 베풀고 함께하는 자비가 깃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수행과 함께 하는 진실한 삶의 공덕, 그것이 바로 우리들 인생의 결실이다.
이제 산하대지는 왕성했던 여름의 생명활동을, 그리고 풍성했던 가을의 결실들을 기억 속에 묻고 침묵 속에서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생(生)과 사(死)는 그렇게 무시무종(無始無終) 순환한다. 그 영원한 시간 속에서의 한 점, 지금 이 순간 참되게 사는 것, 그것이 놓쳐서는 안 될 핵심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또 어떻게 살고 있는가, 스스로 돌이켜 볼 일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