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길

법구경이야기

2008-01-06     관리자

 한 총명한 브라만이 있었다. 나이 스물에 불과했으나 본디 영명하여 큰 일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한번 본 것은 못하는 게 없었다. 스스로의 재질을 믿고서 그는 말했다. [천하의 기술을 다 익히리라. 어느 하나인들 통달하지 못한 게 있다면 어찌 명달이라 할수 있으랴.] 그리하여 그는 6예와 천문, 지리, 의학이며 장기 바둑 등의 오락 잡기 그리고 재봉 자수에서 요리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명달이라 불렸던 것이다. 그래서 으스댔다. 드디어 그는 주유천하의 길에 나섰다.  먼저 한 나라의 시장에 닿아서 뿔로써 활을 만드는 이를 만났다. 그 솜씨가 잽싸 나르는 듯했다. 그는 놀라서 일찌기 배우지 못함을 한탄하고 간청하여 스승으로 모셨다. 그리하여 오래지 않아 스승의 솜씨를 능가하게 되어 또 다른 곳으로 향하였다. 이번에는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보니 뱃사공이 강을 오르내리며 노젓는 재주가 놀랍지않은가. 천한 기술이긴 해도 배우지 못한 바라 제자가 되어 한달 남짓에 다 익히게 되어 길을 떠났다.

 그리고는 한 웅장한 궁전에 당도했다. 정말 으리으리하고도 화려했다. 자기의 기술로는 언갑생심이었다. 그 목수를 찾아가 사사한지 두어 달만에 스승과 겨루어 이겼다.  이렇게 그는 천하의 십육대국을 섭렵하여 모두를 배우고 모두를 이겨 뻣대고 다녔다. 때에 기원정사에 계시던 세존께서 멀리 이 브라만을 아시고는 가히 다스려 가꿀 만한 재목이라 점지하시고 신력으로 사문의 모습으로 차려 주장자와 바루를 앞에 들고 나타나셨다. 그 브라만은 자신의 본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문의 형색인데다 눈깜짝할 사이에 앞에 와 다가서는 이 기이한 차림의 사문을 보고 말했다. 

  [여러 나라를 다녀보았소만, 그대 같은 이는 처음이요. 그 옷차림도 유별나고, 들고 있는 재기도 그렇소. 도대체 무엇하는 사람이오?] [나는 사람을 다루는 이요.] 그 말에 브라만이 의아해 하자 사문은  그의 익혀온 재능을 들어 이렇게 계송으로 답하였다.

활쟁이가 화살을 곧게 다루고    뱃사공이 노로써 물을 다루듯    목수는 나무를 깍아 곱게 다듬는다   이와 같이 어진 자는 자신을 다듬는다.<법구경제80송>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릴 수 없듯이  어진이는 뜻이 커서 바위  같나니  칭찬이나 비방에 기울지 않나니라.<법구경제81송>

깊은 봇물은 맑고 밝아 고요하듯  슬기로운 이들은 생각이 깊어서   진리를 듣고서 마음이 밝고 잔잔해진다<법구경제82송>

 계송을 읊고 난 사문이 허공에 몸을 날려 부처몸을 나투자 광명이 천지에 가득하게 되고 이에 브라만은 오체투지하며 세존께 예경한다.  그리고 자신을 다루는요령을 물으니 세존께서는 오계와 십선, 육바라밀, 그리고 사선, 삼해탈등이 자신을 다루는 법이라고 말하고 사성제와 팔정도를 설하시고 그를 제자로 삼았다.

 한번은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실 때이다. 성에서 오백리 쯤에 5,60 가구가 모여 사는 산촌이 있었고 그 마을의 한 가난한 부부가 남자 쌍둥이를 낳았다. 어찌나 생김생김이 준수하게 덕스럽고 복스러운지 아기 이름을 쌍덕과 쌍복이라 하였다.  태어난 지 두 달이 겨우 될 때이다. 아버지는 소를 먹이고 돌아와 침상에 누워서 쉬고 있었고 어머니는 땔감을 주우러 나가고 없었다. 그런데 쌍동이 아기는 주위를 살펴 사람이 없자 서로 얘기를 나누는 게 아닌가!

 한 아기가 말했다. [요행히도 과거세에 득도를 하였더니, 어쩌다가 퇴전하여 생사의 윤회도에 빠지고 말았던가. 이제는 그 과보를 받아 이렇게도 가난한 집의 아들이 되었구나. 끼니가 어려워서 한 몸의 보전마저 난감한 형편이니 어떻게 옛날처럼 득도를 기약할 수 있겠는가.전생에 부귀영화를 흠앙하여 방일과 쾌락이 잠간이더니 이리도 고해가 광막하도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아기가 말했다.

 [한때에 정진하지 아니한 과보로 액난이 이리도 심한 것이니 자업자득일 뿐 부모의 탓은 아니지 않은가.]  이러한 갓난 아기의 대화를 엿들은 아버지는 섬짓한 생각이 들어, [이는 필시 도깨비요, 재앙이라 훗날에 패가멸족할 낌새다. 자라기 전에 없애는 게 좋겠다.] 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놀란 아버지는 몰래 문을 잠그고 산으로 나무를 구하러 갔다. 불을 질러 죽이기 위해서였다. 한편 그 어머니가 귀가하였다. 남편으로부터 사연을 들어 경악하면서도 차마 믿지를 못했다. 

 그대로 며칠이 지났다. 가난한 부부는 갓난아기들의 대화를 확인하고자 몰래 숨었다. 그리고 함께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기답지 않게 미약스러울 만치 분명한 대화를 엿듣게 된 것이다. 드디어 부부는 도깨비로 단정하고 집에다 불을 지르기로 했디  부처님께서는 천안으로 이 집의 사정을 살피시고 쌍동 아기의 숙세의 복덕을 가엽게 여기시고 구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이마을에 이르러 광명을 나투시니 천지가 진동하고 산천초목은 일시에 금색으로 화했다. 마을 사람들이 놀라서 부처님께로 모이고 예경을 드리며 다함께  환희했다. 

 세존께서 그 가난한 부부의 집에 들어서니 쌍동이 녀석들이 광명을 알아차리고는 더 할 수 없이 기뻐 바둥거렸다. 부부가 놀라 한 녀석씩을 안고 나와 부처님을 맞았다. 그리고는 사정을 소상히 말하고 또 이들이 무슨 도깨비냐고 어찌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원하오니 세존이시여, 지금 어린 것들이 부처님을 대하여 이같이 들떠 날뛰니 어찌된 연고인지 일러 주소서.]

 이때 부처님께서  아기를 보고 웃으시니 그 입에서 오색광명이 찬란히 피어 올랐다. 그리고는 말씀하셨다. [이 갓난 이들은 도깨비가 아니니라. 가장 복스럽고 덕스러운 쌍둥이이니라. 옛날 가섭부처님 때에 이미 동지로서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정진하고 득도하였으나 잘못 세상의 영화를 좇아  천상에 나기도 하고 국왕 장자로 한 생을 보내기도 하며 퇴전하여 열반을 얻지 못하다가 이제 나의 때에 태어난 것은 숙세의 업장이 말끔히 녹아지고 복덕으로 새로난 것이니 스스로 숙명을 앎이라. 이런 고로 내가 와서 구해줌이로다.] 그리고 난 세존께서는 다음의 계송으로써 설법을 맺으셨다.

그릇이 큰 사람은 탐욕이 없나니   즐거움에 있거나 괴로움을 당해도   지혜로운 걸음을 달리 하지 아니한다.<법구경83송>

대현의 마음은 세상을 넘겨보아   자식도 부귀도 쳐다보지 아니하니   한길로 율법과 반야를 좇아   부귀를 탐하는 삿됨이 없다<법구경84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