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증언자] 역경원장 운허 큰스님

탐방기

2008-01-06     취재부

 기자 : 이제 새해가 열립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한 말씀 해주시지요. 

 큰스님 : 새해가 되어도 새해라는 생각 안해. 불교에는 새해 묵은 해가 없어. 살고 죽는 것도 따로 생각 안 하는데 뭘.

 기자 : 불교계의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큰스님 : 이제까지 불교는 나이많은 부인층이 많았지. 지금은 학생과 젊은 지식층이 퍽 많아졌어. 반가운 일이야. 그렇지만 이런 젊은이들의 요구를 우리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 불교하는 사람들이 이에 대하여 각별한 책임감을 가져야겠어.  지식층들이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향은 외국에 갔던 지식층에게 외국사람들이 많은 불교문제를 거론한 데서 귀국하여 관심을 일으킨 점도 적지 않아 보여. 

 그런데 요새 우리 불교계는 좀 걱정이 돼. 경 은 있어도 교학 연구자가 드물거든. 경전만 있으면 뭘 해. 실지 수행해야 하고 실천해야 되지. 내가 불문에 들어온 것이 51년이 됐는데 그 때의 불교강원생들은 불교를 정말로 알아 보겠다고 힘을 썼거든. 지금 사람들은 어쩌면 이력서 채우기 강원이란 느낌이 들어.  요는 실지 수행이 있어야 하는 거야.  소수라도 좋으니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불교명맥을 잇도록 하여야 될거야. 이전에는 그렇게 명맥을 이어 왔는데 모두 열반하시고 이제 남은 분은 소수지. 그 분들은 한 50년은 수행한 거야. 요새 젊은 스님들이 지금부터 공부한다 해도 지혜가 나고 안목이 열리자면 쉬운 일이 아닐거야. 

 지금 되어 가는 것으로는 사찰유지는 될지 몰라 사찰유지나 재산관리가 그대로 불교는 아니거든. 얼마 전 불국사 가보니 주지 월산스님이 참 잘 하고 있더구만. 선방을 잘 지어 놓고 선객을 수용하고 선방을 잘  운영해 가는 것 같아. 주지하는 사람들이 다 이래야 할거야.

 기자 : 옛날 스님 수행하시던 시절하고 요즘 수행하시는 분들하고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큰스님 : 그때는  공부한다고 하면 한문지식도 경볼 만했고 경의 깊은 뜻을 참으로 알아 보겠다고 하는 열의가 있었어. 그 때는 은사스님이 학비나 양식을 다 대주었지. 공부할 만한 자격이 없으면 안 대주지.  그런데 지금은 아주 자유스럽고 일체가 공비 로 환경이 참 좋아 그렇지만 공부하는 것 같진 않아. 알아 보겠다는 열성이 있어 보이지 않거든. 강원과정을 그저 거치는 듯한 인상이지.

 기자 : 앞으로 불교계를 어떻게 기대하십니까? 

 큰스님 : 교 보다도 선 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 같아. 요새 강원 공부는 옛날같은 논강이 없고  한문해독부터 모자라 보여 그리고 강원 나오면 주지할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나봐. 그러나 선방 다니는 사람은 그러지는 않고 그래도 공부할려고 하는데 선방제도가 남을 제접할 만한 종사가 있는지 그게 문제지. 참선수행에는 지도할 눈푸른 종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자기네들 끼리 모여서 선방하는 데도 많이 있거든.  그렇게 해 가지고 될른지 모르겠어. 선방에서 졸고 있다 하지마는 시간은 잘 지키고, 졸더라도 늘 졸지는 않을거고……졸지 않는 때도 있으니까 그 가운데 수행이 있을거야. 그 중에 한 사람만이라도  눈밝은 사람이 나오면 그래도 불교를 이끌어 갈 수 있어 왜정때에도 모모한 수행인이 선 에서 나왔는데…… 아무튼 참선 수행에 기대할 뿐이야.  

 내가 만난 스님 중에 돌아가신 분이지만 효봉스님, 그분은 참 중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누구를 위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위하는 것도 아니고 수행만을 생각했거든. 거기서 얻은 것으로 평생을 수용한 것 같아. 
 
 기자 :
세상 돌아가는 얘기 좀 해주십시요. 

 큰스님: 내가 뭘 아나. 5.16혁명 안 났으면 벌써 나라 절단 났을거야. 혼란 뿐이었거든. 반년만 늦었어도 큰일 났을꺼야. 10월 유신 이후 더욱 단결하고 국력을 키워왔고 국방력을 강화했으니까 이젠 걱정 없을 것 같아. 우리가 흩어지고 약해야 저쪽에서 밀고 오거든…… 얼마전 울산 조선공장을 가보았는데 26만톤급 유조선 명명식을 하더군.  우리나라 손으로 만든 배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다 보고 왔는데, 이만하면 됐다, 이러면 산다는 생각이 들더군. 이렇게 만들어 외국에 파는 것이 한 회사의 행위만으로 되는게 아닐게야. 위에서 지도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질 않아. 내 생각으론 그래도 우리나라 명맥이 좀 남아서 5.16혁명이 됐다 그렇게 생각이 들어. 앞으론 우리나라가 괜찮을 거야. 북에서도 못 오지. 미국도 일본도 우리의 공산화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니까. 앞으로 10년만 더 되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도 괜찮을거고 우리나라 명맥이 뚜렷이 드러날 것으로 보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만큼 불교가 책임이 큰데 그것이 걱정이야.

 기자 : 그러자면 다방면으로 포교가 잘 되어야 겠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큰스님 : 포교는 순수해야 해. 포교한다면서 딴 생각 가지면 안되지. 지난 윤 8월에 각 사찰에서 벌린 행사들을 보면 한심해. 그래서야 되겠어? 절을 가지고 순수하게 포교하고 수행할 생각을 하여야 할 텐데 밥먹을 생각만 앞세우니 걱정이야.

 포교하자면 포교사가 자격이 있어야지. 동국대학 출신이 있는데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강원에서 성의있게들 배워야 겠는데 지금 같아서는 거기서 사람이 나올 것 같지는 않거든. 앞으로 큰 문제야. 다들 크게 분발해서 노력해야 할거야. 군포교도 하여야 하고 각 방면에 포교사가 많이 필요하지. 이렇게 되면 동국대학 출신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데 불교대학 승가학과가 정원미달 이라니 걱정이 안될 수 없지. 

 기자 : 포교를 위해서라도 불교교육을 크게 일으켜야겠지요. 

 큰스님 : 방법이 없지는 않지. 그러나 그런 일을 해낼 기관이 문제야. 총무원은 포교보다 아직 사찰유지와 재산관리에 빠듯하니까.

 기자 : 요즈음 승가대학을 세운다고 논의가 있는 모양이던데요.

 큰스님 : 그전부터 승가대학을 세울려고 했는데도 들어 올 학생이 없어 그게 문제야.

 기자 : 그 원인이 무엇일까요?

 큰스님 : 중노릇 할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승가학과 나와서 밥먹으려는 생각하면 안되지. 신심과 원력으로 살아야지. 그래도 포교에 기대할 곳은 동국 대학교 불교대학 출신뿐인데 포교는 말만으로는 안되거든. 수행 없이는 포교가 안돼. 지금 비구 비구니가 한 만명 가량으로 생각 되는데 100명만이라도 참 수행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선 포교도 수습이 될 둣한데 어디 100명이 있어야지. 이대로는 앞으로 불교가 발전될 것 같지가 않아. 

 중된지 얼마 안된 사람이 공부도 안하고 어떻게 주지가 돼? 그러니 주지가 되어도 엉뚱한 일들만 한단 말이야.  그래도 참선 하는 사람은 그러지는 않아. 그 스님들이 고마워. 수행을 못 하면 교리라도 옳게 철저히 배워야 할텐데 그것도 없으면 그래 가지고 어떡해. 동국대학에서 불교를 가르치는 것은 지식에 치우치고 행에 관심이 적은 것 같아.

 기자 : 수행의 요제가 될 법문 한 말씀 해 주시지요.

 큰스님 : 불교는 그렇게 단순하게 얘기 할 수가 없어. 불교의 본의가 이타 에 있지. 이기(利己)만 하자니 싸움이 나고 평화가 안되지. 이타행은 자기 희생이 따르는 것이지만 알고 보면 희생이 아니야 그런데 이타행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워. 이타행을 할 힘은 수행에서 나오지. 내 육신을 위해서 살지 않는다는 생각이 필요해. 이러한 이타행은 탐 · 진 · 치 삼독을 끊는 데서 되는 건데 이타행은 그대로 큰 수행이야.

 탐심 부리는 것은 자기 몸을 위해서 하는 것이거든. 그러니 이타행을 하려면 탐심을 끊는 것이 근본이지. 보시 하는 것은 탐심을 끊기 위한거야. 그런데 지금, 신도들의 탐심을 끊게 하기 위해서 보시하도록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공부는 대사일번(大死一飜)해야 되는 거야. 지식보다 실지가 있어야 하지. 우리 모두 한국불교에 기적을 가져오도록 수행에 힘써야 겠어요.

 기자 : 추운 날씨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