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순례

지혜의 샘

2008-01-03     관리자

   일요일이 되면 산이 그리워진다. 그 전에는 륙색이 무겁게 장비와 음식물을 잔뜩 지고 뜻이 맞는 몇사람과 떠나는 것이 보통이었다.그러나 요즈음은 라면과 고체연료를 넣거나 도시락을 들고 생각나는 대로 훌쩍 떠나는 것이 어느 틈엔가 버릇이 되었다.

  산을 찾을 때는 반드시 절을 찾게 마련이다. 흡사 노스님이 오른손에 금강장을 짚고 있듯이 오른 손에 핏켙을 든다. 핏켙을 오른손에 들면 혼자서 걷는 등산길이라도 큰스님을 모시고 함께 걷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심을 결정하여 걸식행각으로 모든 고난을 즐거움으로 이겨내며 성지를 순례하는 신도처럼 산길을 걷는다. 걷고 있는 동안 어느틈엔가 차츰 차츰 부처님의 곁을  향하여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이다. 온산의 장엄한 모습이 부처님으로 보인다. 마음속으로 합장예배를 거듭한다. 가슴에 엉켜 있던 갖가지 번뇌와 슬픔이 어느틈에 눈이 녹아 내리듯 후련해지는 희열이 있다.

  이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전생에서 깊은 인연이 있었던 분들이라는 것, 도둑이라 할지라도 인연이 있는 도둑이 들어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속 깊은 곳에 있는 부처님의 손길에 이끌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일요일이 되면 나는 나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훌쩍 산으로 떠난다. 나는 순례자가 되어 이 절에서 저절로 , 저 절에서 이 절로 부처님에 이끌려 가는 무애의 대도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