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샘] 전생엔 서천국(西天國) 선녀

지혜의 샘

2008-01-03     한분순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무엇이 되어 이 우주를 떠다녔을까. 누구든 자신의 전생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하게 된다. 또 이승에 와서 아무 쓸데 없이 허송 세월만 보낸다고 여겨질 때 사는 게 문득 죄송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루에도 몆 번씩 자신을 되돌아보며 후회도 하고, 짐스러워 하기도 하며, 웃어도 보는 것이지만, 결국 우리들의 생활이란 늘상 이런식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말의 어느날 나는 속곡리라는 강원도 외진 산속의 조그마한 절을 찾은 일이 있다. 하룻밤을 묵으면서 나는 우연히 전생록(前生錄)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사람이 태어나기 이전 일을 기록해 둔 책이었다.

 나는 과연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자못 가슴 두근대며 내게 해당되는 부분을 펼쳐 보았다.

 <전생에는 서천국(西天國) 용궁성(龍宮城) 선녀였으나 불심(佛心)이 부족하여 인고에 찬 인간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내가 이승에 오기 이전에는 선녀였다는 얘기다. 부럽고 그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아보면 상처투성이인 나의 삶. 살아갈수록 고통 뿐인 이 어지러운 인간세상. ㅡ자꾸만 씁쓸해진다.

 내가 이제 이 세상을 떠나 내생(來生)에 다시 존재한다면 무엇이 되어 이 우주의 일부분을 떠돌 것인가?     

 이미 떠나온, 아니 추방당한 서천국의 선녀로야 어디 감히 엄두라도 낼까 만은, 어쨌거나 세파에 시달려 먼지로 가득한 마음을 밝게 빛나도록, 매일 거울을 닦듯 갈고 닦는 일밖에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