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의 신앙세계 (하)

화엄경의 세계

2008-01-03     관리자

  (4) 화엄경에 친근하는 길

  무엇보다 읽어야 한다. 화엄경을 읽어야 한다. 특히 현대인이 화엄경을 어렵다고 하고 또는 분량이 많다고 하고 지레 겁을 먹고 가까이 하지 않는다. 실로 천하에 쉬운 것은 화엄이다. 왜냐하면 우주와 인생 전체가 마음이라고 한 것이 화엄이다. 그러니까 쉽다는 것이다. 이 주장자를 들어 말하면 주장자가 우주의 핵심이다. 돌을 들어 말하면 돌이 우주의 핵심이다. 다시 딴 도리가 없다. 또 한 가지 화엄에 친근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선에 깃들어야 한다. 선법문에 친근하면 반드시 화엄도리가 잘 이해된다. 선에 대한 취미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화엄을 잘 이해하게 된다. 나는 그래서 화엄경이나 그밖에 경을 공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취미로라도 참선을 하라고 하는 것이고 선을 하는 사람은 취미로라도 반드시 화엄을 보라고 권한다. 일체법이 화엄에서 풀려가는 것이다.

  옛날에 중국 한나라 때에 왕명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생전에 불법에 심신은 없지 않았으나 세속에서 호강하고 살다보니 허물도 많았고 죄도 많았다. 그래서 죽게 되니 결국 간 곳이 지옥이었다. 부자로 산 것으로 해서 방탕해지고 죄도 지은 것이다. 그런데 지옥 문전에서 어떤 스님을 만났다. 지장보살이다. 생전에 닦은 것은 없어도 신앙을 가졌던 인연이었던 것이다. 스님이 묻기를,

  "네가 무슨 허물로 여길 오느냐?"

명간이 대답하였다.

  "세상에 지내면서 호탕하게 살다보니 주색에 빠진 것이 죄인가 합니다."

  "그렇다면 네가 어떤 수행을 하였느냐?"

  "수행이라곤 별로 한 게 없습니다."

  "그러면 이것을 꼭 외워라."

하고 일러주신다.

  "약인욕요지 삼세일체불 응관정관찰 심조제여래"

이것을 외워라 한다. 이것이 화엄경의 4구게다. 명간은 잊을세라 입으로 외면서 문안에 들어섰다. 이윽고 염라왕 앞에 끌려갔다. 염라왕이 묻는다.

  "일생에 네가 한 것이 무엇이냐?"

명간은 금방 외운 것을 외워 내려 갔다.

  "약인욕요지 삼세일체불 응관정관찰 삼조제여래"

  그랬더니 염라왕은 곧 그를 방면하였다. 집에 돌아와 보니 죽은 지 3일이 된다. 다시 소생한 것이다. 왕 명간은 소생 후에 그 법문의 출처를 알려고 사방에 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더니 마침내 큰 법사님께 물어서 그것이 화엄경 야마천궁 계찬품에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이야기는 논리상의 가부는 차치하고라도 일체유심조의 한 게송으로도 능히 생사에서 벗어나며 세간의 어떠한 진리보다도 수승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화엄경은 그 조각 조각이 최상 공덕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화엄경 한 구절을 능히 외우고 믿더라도 세간의 어떤 법과도 비교가 안되리만치 그 공덕이 수승한 것이니 이 경을 수지독송하는 사람의 공덕이야 다시 말하면 무엇하랴.

  일체유심조라 하였다. 일체는 마음이 짓는다 하였다. 그러할진대 무엇에 걸림이 있겠는가. 천하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걸림이 없는 것이다. 이 한 도리로써 바로 금강불괴신을 성취하는 도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창조적인 도리를 갖추어 나가자면 불가불 선에 의한 힘이 배양되어야 한다. 참선이 바로 화엄의 수행이다. 그 밖에 화엄의 수행은 경에 무수히 말씀되어 있다. 특히 보현행원품의 경우 그 말씀이 너무나 친근하다.

  나는 화엄경을 우리 민족의 교전으로 삼았으면 한다. 각급 교육 기관에서 정도에 따라 경전을 분류하여 배우게 하면 어려울 것이 없다고 본다. 화엄에 의하여 민족이 자각하고 정화된 정신으로 각성운동을 전개한다면 모든 성취는 자연히 그 안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우리의 지혜스러운 청년들에게 이 법을 가르치고 싶다. 그래서 진리에 의한 평화 번영의 국토를 이 땅 위에 실현하고 싶다. * (문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