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의 실증] 전생확인의 모임

윤회의 실증

2008-01-01     이안 스티븐슨

  [1] 전생확인의 모임

  1964년 12월 20일에 이마드의 전생을 확인하는 모임을 크리비이에서 갖게 되었다. 12일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이마드의 전생이 누구였었는지를 아는 이는 없었다. 나만은 하폐츠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18일부터 그의 전생은 이브라함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추측하고 있는 내용을 아무에게도 말해 주지 않았으므로 이마드의 아버지도 이마드의 전생은 트럭 사고로 죽은 세드일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아버지의 오인{誤認}은 이 모임의  신빙성을 더욱 짙게 하는 것이라 믿어져서 나는 일부러 방치하기로 하였다.

  [2] 트럭 사고로 죽은 세드의 집에서

  이마드를 처음 데리고 간 곳은 현재 하페츠가 살고 있는 옛날의 세드의 집이었다. 이 집에 이르러서 이아이는 몹시 수줍어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들어가라고 지시해서 들어서기는 했어도  어딘지 무척 어색해 하는 모양이었다. 집에 들어간 뒤에 하페츠가 사진첩을 내 보이면서 알만한 사람을 찾아 보라고 하여도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지적하면서 누구인지 알겠냐고 물어 보아도 머리를 좌우로 저을 뿐, 누구인지 생각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하페츠는 일부러 이 아이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이 아이는 세드에 관한 일을 알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페츠는 이브라힘의 사촌인 세드의 아들이었는데 이마드는 이 사람도 알아 내지 못했다.

  [3] 이브라힘이 살던 집에서

  우리는 이 집에서 나와서 이마드를 앞세우고서 약 100미터쯤 떨어져 있는 이브라힘이 살던 집으로 향해 갔다. 나는 이제 이브라힘의 어머니와 누이 동생인 후다 등과 함께 이 아이의 전생을 확인하는 모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브라힘이 살고 있던 집은 폐가{廢家}상태였다가 이 날 몇 해만에 모처럼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집에 들어서자 후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

  이마드는 바로 대답했다. [후다.]

  [그러면 저 나이 많은 어른은 누구지?]

  이 말에는 대답이 없다.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마드의 아버지가 인사드리라는 말을 해주니까  인사를 드렸는데 [그 분이 마음에 드는가] 라고 하는 물음에 [아주 좋아요,] 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말하면 어머니인 줄은 분간하지 못하지만 마음에는 몹시 끌리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전생을 기억하는 어린이들이 전생의 가족과 만날 때에는 무척 감격스러운 장면을 보이고는 하였는데 이마드의 경우는 특이하게 조용한 셈이었다. 그러나 조용한 가운데에서도 아이나 어른들이 모두 그 만남을 기뻐하고 있는 것만은 역력히 알 수 있었다.

  [4] 자기 전생의 사진을 확인

  이어서 큼직한 사진 한 장이 보여졌다.

  [이 사진은 형이냐, 삼촌이냐?]

  [아니야, 나야.]

  이 말에는 어머니와 누이가 무척 감동하였다. 그것은 정말 이브라힘의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이 아이는 전생에 이브라힘이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었다.

  다음에는 군복 차림의 젋은이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때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저 그림은 누구지?] 하고 벽에 걸려있는 대형의 초상화를 가리키면서 물어보니

  [화우드,] 한다.

 그러면서 기뻐하더니 다시 손에 있는 작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그것이 화우드의 사진인 줄 알아차렸다. 어머니가

  [그 사진을 너에게 줄게.] 하니까 무척 기뻐하면서 입을 맞추고 대견스러워 하면서 간직하였다.

  [네 형제들의 이름은 무엇이지?]

  [화우드와 아리.] 사실은 이밖에 막내 동생인 사미가 있는데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가족 사진의 앨범을 보여 주었는데 그 식구들을 다 알아 보지 못하였다. 이브라힘은 어머니와 후다, 그리고 화우드를 특히 좋아했었다고 하니까 다른 식구들을 얼른 기억해 내지 못한 것은 그의 친숙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어머니를 얼른 알아 차리지 못한 이유는 뒤에서 설명될 것이다.

  [5 ] 정원에서

  이마드는 이어서 이브라힘이 생전에 지내던 집안과 정원을 이곳저곳 살펴 보았다. 정원이 꽤 넓은 편인데 누군가가 묻기를

  [이집에서는 개를 어디다 붙들어 매고 길렀었을까?] 하니까 뜨락 구석을 가리키면서

  [여기에 붙들어 맸었어.] 하고 아주 정확한 대답을 했다. 그 개는 세파트였는데 이마드가 말하였듯이 갈색의 아주 좋은 개였었다고 했다.

  [무엇으로 붙들어 맸었지 ?]

  [새끼줄로 맸었어.]

  이대답은 큰 증거가 되는 말인 것이다. 이 마을에서는 대개 쇠줄로 개를 매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6] 집안에서

  집안에서 방들을 둘러 보다가 옛날에 이브라힘이 쓰던 침실에 이르렀다. 그 침실에는 꽤 오래도록 내버려진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다.

  [이 침대에서 내가 잤었어.]

  이마드가 그중의 하나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할 때 이브라힘의 어머니와 누이동생 후다는 참으로 놀라는 기색이었다. 왜냐하면 그 침대의 위치는 이브라힘이 죽었을 때와는 다른 곳에 놓여 있었기 때문인 것이었다. 그래서

  [전에 자고 있을 때는 침대가 어떻게 놓여 있었지?]

  현재는 두 개의 침대가 평행으로 놓여 있었다. 이마드는 손짓으로 가리키면서

  [지금 있는 것하고는 꼭 직각으로 되어 있었어.]

  [그래서 친구들과는 어떻게 애기했지?]

  [저 창밖으로.] 이런 대답은 오묻 정확한 것이었다.

  결핵으로 죽은 이브라힘이 죽기 이틀 전에 요양소로부터 집으로 돌아 왔는데 병 위문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방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 결핵은 전염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가족들은 궁리 끝에 침대를 창쪽으로 직각으로 놓고 환자가 간단히 머리를 들고 창밖으로 인사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었다. 이브라힘은 죽기까지 이틀 동안 이런 모양으로 침대생활을 했던 것이다. 자기가 죽을 때현장에 와서 직접 보게 되니 전생의 기억이 생생하게 촉발되는 모양이었다. [계속]

 (이안 스티븐스--미국 버지니아 대학 정신의학 부교수,   김경만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