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모래성(城)

연꽃마을

2008-01-01     관리자

 바다는 언제부터인지 출렁대고 있었습니다. 하얀 물거품은 파도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바닷가에는 마치 끝없는 장난이라도 하려는 듯 물결이 밀려왔다가는 물러가고 다시 깊숙이 밀려왔다가는 잔잔히 물러갔습니다. 이 사이에 바다 깊은 곳에 살던 소라도 껍질이 되어 물결 따라 굴러오고 크고 작은 조개껍질이 고운 빛을 반짝이면서도 모래가에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물에서 툼벙대다가 뛰어나와서 이제는 모래를 긁어모아 성놀이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모래를 긁어모으고 돌을 주워 모으고 아이들은 넓게 성을 쌓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서로들 야단입니다. 제각기의 성을 쌓고 집을 짓고 농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건 내 성이다. 이것은 내 집이다. 이것은 내 밭이다. 법석을 떨면서 제각기의 것을 만드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한 아이가 어쩌다가 발로 다른 아이 성을 건드려 성이 허물어졌습니다. 그랬더니 허물어진 성의 주인인 아이는 크게 성을 내어 성을 부신 아이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주먹으로 힘껏 마구 두들겨 대는 것이었습니다. 이래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한바탕 싸우는 동안에 또 성도 망가지고 밭도 망가졌습니다. 그러는 중 한 아이가 소리쳤습니다.

『이놈이 내 성을 부셨다. 다들 와서 이놈을 혼을 내줘라.』
 아이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모여들어 한 아이를 마구 때리고 발로 찼습니다. 그리고는 제각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성을 부스는 것은 나쁜 것이다. 망가진 성을 다시 고쳐놓아라. 앞으로 또 남의 성을 허무는 자가 있으면 또 이와 같이 벌을 주기로 하자. 그렇게 해야 우리들 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제각기 떠들어 대고 씩씩거리고 불뚱대더니 어느 덧 제각기의 성을 쌓기에 바빴습니다. 성 둘레를 넓게 잡고 높이 쌓았습니다. 성에 문을 세우고 높다란 누각도 만들었습니다. 큰 집 작은 집도 만들고 논도 밭도 만들고 시냇물도 흐르게 했습니다. 소와 말을 먹이는 풀밭도 만들고 물건을 서로 바꾸는 장터도 만들었습니다. 이웃 성과 통하는 길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햇님이 서산으로 기울고 어느덧 뉘엿뉘엿 저녁 안개가 깔려오고 있었습니다. 소리 없이 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아이들은 성을 만드는데 골몰하던 손을 놓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이 난 것입니다.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제각기 뿔뿔이 일어서서

『집에 가자! 어두워 온다』
 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습니다.

 바다는 여느 때처럼 출렁대고 있었습니다. 파도가 크게 밀려오더니 또 다시 물러섰습니다. 아이들이 소중하게 만들었던 성도 밭도 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얀 모래 위에는 소라 고동껍질만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수행도지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