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불교경전으로 본 의료

특별기고

2007-12-31     이정학

  [1] 현대의 의료문제

  급병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다니다가 치료비가 없어 도중에서 숨을 거둔 일이며, 병들어 신음하는 환자를 빨리 치료하여 사회로 복귀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장기 입원치료를 시켜 치료비를 많이 빼낼까 하는 악덕의사, 의사 면허도 없이 환자를 치료하다가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 버리는 돌팔이 의사, 함량이 정확하지 않은 약을 과대선전 광고로 매매하는 악덕업자, 불량식품, 공해식품, 부패식품을 팔아 인체에 해를 끼치는 상인, 유해, 유독{有害,有毒}한 공장이나 탄광 등에서 종사하는 직원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돈만 벌어 보겠다는 공장주인이나 탄광주인들, 농민의 건강을 생각지 않고 농약을 제조해 내는 농약업자들, 그런가하면 젊은이들이 연애하다가 실연하여 자살하는 경우, 가정주부들이 곗놀이하다 계가 깨져 화병이 나거나 자살하는 경우, 부부관계가 나쁘거나 부부싸움 끝에 이혼하거나 자살하거나 병드는 경우, 회사가 망하여 일어나는 각종 정신질환은 사회적 요인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이러한 의료문제 속에 살고 있다.

  일찌기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마음병과 몸병을 고쳐 무병무고{無病無苦]의 동산에서 살 수 있도록 가르쳐 주셨건만 중생들이 부처님의 깊고 넓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여 마음병과 몸병에 시달리고 있다. 불전{佛典]에 비친 부처님의 마음병, 몸병 치병{治病}법을 살펴, 앞에서 지적한 현대 의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되겠다.

  [2] 부처님의 의료전신

  부처님께서는 의학을 넓은 뜻으로 보아, 개인과 사회와 인류의 생명을 건지고 질병의 여러가지 원인을 규명하여 진단, 치료, 위생, 예방으로  질병을 제거하고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고자 하셨다.

  현대의학은 기초의학, 임상의학, 응용의학으로 나누며, 의료행위를 대 개인적 [개인의 사회적의료], 대 사회적 [사회 환경 위생의 개선], 의도 [의료윤리, 자애, 종교심] 로 나누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의도{醫道}는 의학의 최대 목적이며 의학의 본질로서 확정하고 있는것이다.

  의도는 생명의 경건함에 바탕을 둔 인간애와 인류애를 요구하고 있으며 불심{佛心}으로부터 나오는 자비의 마음이 병들어 고통받는 사람을 고쳐 사회인으로 활동하도록 의료를 배푸는 것이다. 의료 속에 부처님의 자비의 마음이 깃들어 있지 않으면 생명 없는 의료가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의료는 현세이익을 주기 위하여 말씀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부처님은 정확한 의학지식을 가지고 병자의 고통을 경감{經減}하기 위한 인간애의 발현으로부터 출발했다, 부처님께서는 의술을 포교의 수단이나 재화 획득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음은 불전{佛典}을 보아 잘 알 수 있다.

  타종교에서 보는 바와 같은 주술이나 기도만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의학에는 과학적 색채가 강하다. 부처님께서 태자였을 때 의방명{醫方明}을 배우고 그 기초 위에 당시 고도의 인도 의학을 배워 제자나 신자에게 가르쳤다. 그러므로 불전 속에 여러 가지 의술에 관한 말씀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3] 부처님의 치료방법

  많은 불교경전 속에서 의학과 관련있는 경전을 보면 불의경{佛醫經}, 의유경{醫喩經}, 요병치병{療病痔病}, 치선병비요경{治禪病秘要經}, 주치경{呪齒經}, 제일체질병다라니경{除一切疾病陀羅尼經}, 주시기병경{呪時氣病經}, 유마경{維摩經}, 사분율{四分律}, 마하승지율{摩하僧祗律}, 십송율{十誦律}, 등 많은 경전이 있다. 어떠한 종교든지 인간 최대의 고통인 병을 치유하는 의학과 관계 없는 종교는 없다.

  {1} 의방명{醫方明}

  석존은 태자였을 때 제왕학{帝王學}의 하나로서 의방명{醫方明}을 배웠다. 의방명은 5명{五明}의 하나로서 의치방{醫治方}이었다. 5명이라고 하는 것은 성명{聲明}, 인명{因明}, 의방명{醫方明], 공교명{工巧明}, 내명{內明}을 말한다.

  의방명은 사대불조{四大不調}, 식병{息病}, 한열{寒熱} 등의 모든 병의 원인을 규명하여 치료하는 방법이다. 의방명의 내용은 얼굴색이나 용태를 잘 관찰하여 8술{八術}로써 의료를 행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진찰을 정확히 하여 치료하지 않으면 병은 낫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말하는 8술이라는 것은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에 기록되어 있는 바대로 상파{傷破}, 침자{針刺}, 신질{身疾}, 괴신{괴神}, 악독{惡毒}, 해년{孩年], 연년{延年}, 증기력{增氣力} 등 8종류의 의술이다. 8술은 당시 인도 의학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상과, 침자는 오늘날의 외과나 피부과에 해당하며, 신질은 신체내의 병으로서 내과의 영역에 해당하며 해년은 소아과, 연년과 증기력은 노인학이나 양생법이다.

  [2] 병인론{病因論}

  [금광명최승왕경]에는 당시 인도의학의 병인론으로 생각되는 것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인도의 기후는 춘하추동 4계절로 구분되어 있고 그 위에 화시{華時}, 열재{熱際}, 우재{雨際], 추시{秋時}, 한시{寒時}, 빙설{氷雪] 등 6기로 구분하였다. 이와같이 기후의 변화에 따라 지수화풍{地水火風}에도 변화가 있고 지수화풍의 변화에 따라 음식을 조절하지 않으면 병을 일으키게 된다고 하였다. 기후의 변화에 따라 음식을 조절하지 않으면 병인{病因}이 되는 것은 지금도 다를 바 없다. 기후불순{氣候不順}과 음식부조{飮食不調}로 일어나는 병인은 404가지가 이 세상에 있다고 보았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는 병은 외적 인연에 의한 것이 있다고 하였다. 외적 인연에 의한 것은 외상으로 서 찰과상, 낙상, 타박상, 화상, 기아, 한열{寒熱} 등으로 일어나는 병이다. 내적 인연에 의한 것은 음식을 조절하지 않고, 취침, 기상 등도 조절하지 않으며 사대불조{四大不調}로 일어나는 병을 말한다, 병인을 외력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과 신체내 장기의 이상으로 일어나는 병인론은 상당히 진보된 것이었다.

  마하승지율{摩하僧祗律}에는 병을 전세{前世}의 과보로 일어나는 병과 헌세의 병으로 나누고 현세 병인을 오장{五藏]의 부조화로 일어나는 병과 외상으로 일어나는 병으로 나누었다. 이 경전에 나타나는 병인론의 흥미있는 점은 전세 악업의 과보로 일어나는 병인론이다.

  불의경{佛醫經}은 주로 의학에 대해서 부처님께서 제자에게 설법한 것으로서 다른 경전보다 의학에 대하여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경전에서는 사람 몸에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부조에 의한 404병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풍대{風大}는 기{氣}를, 화대{火大}는 열을, 수대{水大}는 한{寒}을, 지대{地大}는 힘을 중대시키며, 봄은 한[寒}이 강하게 되고, 여름은 바람이 강하게 되며, 가을은 열이 많아지며, 겨울은 풍한{風寒]이 많으며 4계절의 변화와 병과의 관계를 말씀하고 계신다. 4계절의 변화와 만물의 육성이 맞지 않을 때 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마하지관{摩하止觀]에 의하면 병에는 {1}4대불순{四大不順}에 의한 병 {2}음식불절{飮食不節]에 의한병, {3}좌선불절{坐禪不節}에 의한 병. [4}괴병{괴病}, {5}마병{摩病},{ 6}업병{業病} 등이 있다고 하였다. 4대불순과 음식불절, 좌선불절 이외에 불교사상에 바탕을 둔 관념적 병으로서 괴병, 마병, 업병을 열거한 것이 특기할만 하다. 괴병이라고 하는 것은 가공의 괴물이 인간의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것이며, 마병은 악마가 몸에 들어와 마음에 상처를 내고 사념{邪念}을 일으키게 하며 공덕을 잃게 한다. 업병은 전세에서 살인죄를 범했으면 현세에 간과 눈병을 얻게 하고, 전세에 술을 많이 마셨으면 마음과 입병이 되어 나타난다 하였다.

  괴병, 마병, 업병은 과거의 악업을 참회하고 일심으로 경을 독송하여 공덕을 지음으로서 치병{治病}할 수 있다 하였다. 대지도론에서는 인간의 죽음은 귀천, 빈부, 노소 차별없이 닥쳐오므로 모든 중생은 하루 하루를 불도{佛道}에 충실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어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정토세계를 이 경전은 가르치고 있다.  {계속}

  (의료행정학, 국제불교도협의회 국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