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세계] 백유경의 구조와 중심사상

2007-12-28     동봉 스님

  [1] 성립과 구조

  이 경은 백 가지 비유에 의해 불교의 실천도를 설한 매우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경전이다. 이 경의 이름은 [백유경] 외에도 [백구비유경], [백구비유집경] 등으로도 불리며 4권으로 되어 있다.

  성립된 경위를 살펴보면 두 가지로 대변할 수 있는데, 첫째는 부처님의 친설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후대 승가사나{僧伽斯那}의 찬술이라는 점이다. 고려 대장경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신수대장경이나 불교대장경 등에는 [백유경] 제 1권 말미에 경의 성립적인 동기가 있다.

  즉,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작봉죽원에서 많은 제자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실 때, 그 자리에는 5백 명의 이교도[바라문]들이 함께 있었다. 부처님은 그들의 질문에 의해 세계[天下}의 실재와 비실재에 대하여 인간의 생존에 대하여, 그리고 네 가지의 왼소에 대하여, 허공의 유,무에 대하여,  열반{泥?}의 덕성과 인간 생존의 고뇌에 대해 차례로 대답하시고, 그들에게 5계를 내린다. 그들은 마음이 열리고 기쁜 나머지 종교를 바꾸고 마침내 성자의 자리[수다원과]에 오른다.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이제 너희들을 위해 온갖 비유를 말하리라.]

  이것이 곧 부처님의 친설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다음 승가사나의 찬술이라고 하는 점에 있어서는 본경이 최후에

  [존자 승가사나는 어리석은 이들을 위한 꽃목걸이[契 經}를 지어 마친다.]

  라는 말이 부기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은 후자의 설이 더욱 타당하리라 보며, 따라서 본 경은 많은 경전 중에서 재미있고, 종요한 말씀들만을 뽑아 모은 것이라고 하겠다.

  승가사나의 제자 중에 구나비지{求那毘地}라는 매우 덕망 있는 스님이 있었는데 중인도 사람으로 약관의 나이에 출가하여 승가사나에게서 소 ,대승을 배웠다.

  이 경은 구나비지에 의해 492년에 한역되었으며 이보다 앞서 한역된 것[開元錄一五, 貞元錄二五] 등이 1권 있으나 현존하지는 않는다.

  이 경의 구성은 비유와 그 비유에서 보여 주는 불교의 훈화와의 두 부분으로 각 줄거리마다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보여 주는 비유는 12부 경전으로 분류된 아바다나{譬喩} 가 아닌 우파마{比喩}의 문학적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특이하다 하겠다.

  설법의 대상도 대부분 일반대중이며, 간혹 이교도[ 外道}, 출가인 또는 제왕을 설법의 대상으로 삼은 예도 더러 있다. 설법의 대상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일반대중--No,2 9 13 14 15 16 17 18 21 22 23 24 25 26 27 28 19 30 31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6 47 49 50 55 56 57 59 60 63 64 66 67 68 69 70 71 72 73 75 76 78 79 80 81 82 83 84 85 ㅠ86 89 90 91 93 94 95 96 97 98.

  [2] 제왕--No,20 

  [3] 출가인--No,3 6 10 53 54 92.  

  [4] 출가인과 일반대중--No,45 48 74 88.

  [5] 이교도--No,1 4 5 7 8 11 12 19 32 58 61 62 77.

  [6] 교법--No,51 52 65 87.

  이상과 같이 이 경의 설법 대상은 일반대중이 70으로 가장 많고, 이교도가 13, 출가인이 6, 제왕이 1이며, 출가인과 일반대중과 교법은 같은 4이다.

  [2] 중심사상{中心思想}

  본 경의 중심사상은 첫째 방편적이다. 방편의 본 뜻은 교묘한 수단, 편리한 방법, 훌륭한 교화수단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진실에 바탕을 두고 진실의 세계로 인도하려는 목적 하에서 차별된 사물의 실상을 올바로 파악하여 중생을 교화하고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더우기 이 경이 아바다나를 벗어나 우파마의 문학적 형식을 받아들여 민중의  마음을 끌고, 그리하여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점에서는 참으로 방편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살차 나건자 소설경][신수대장경 272번, 불교대장경 438번, 고려대장경 163번 등] 제2권 [1乘品}에서는 방편바라밀을 다음과 같이 찬탄하고 있다.

  일체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온갖 바라밀[보시ㅡ 지혜]을 닦더라도

  만일 방편바라밀이 없다면 저 언덕[彼岸}에 이르지 못하리라.

  어리석음 없되 지혜 없음 나타내고 성냄 없되 자비 없음 나타내어

  능히 모든 중생 이롭게 하는 것 이를 가리켜 방편바라밀이라 한다.

  이와 같이 방편은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둘째로 해학적이다. 대개 모든 경전이 엄숙하고 진중하여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인데 비해, 이 경은 해학적인 견지에서 민중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그리하여 그속에서 불교의 참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소설가가 얘기한 것처럼 웃음 속에 진실이 담뿍 담겨 있는 경전이 곧 이 경이라 하겠다.

  셋째, 이 경은 매우 논리적이라는 점이다. 인도 논리학에서는 5단 논법을 이용하여 논리를 전개하는가 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3단 논법을 쓰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단 2단 논법으로 각 스토리를 논리학적 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넷째, 이경은 문학적이다. 인도 고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설화집으로서 11세기의 소아데바가 엮은 [카다아 사릿 사아가라] ]에는 이 경에 나타나는 이야기와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가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Dr A 코언이 편찬한 유태인의 경전 [애브리맨 탈무드]에서도 많이 이끌어 쓰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의 민간 전설이나 교훈 속에까지 깊이 파고들어 왔다. 저 유명한 [아라비안나이트]에서도 이경에 나오는 이야기들 을 자주 볼 수가 있다. 단편적인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쉽게 동화시키며, 또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다섯째 매우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승속을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불교의 진수를 맛볼 수 있으며,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이 경이 비록 본연부의 소속이라고는 하나 대승의 참된 면목까지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에게는 인생의 참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 되고, 젊은이에게는 올바른 좌표가 된다. 어린이에게는 유익하고 재미난 동화가 될 것이다.

  [3] 끝맺음

  이상과 같이 [백유경]은 일반 대중을 위해 성립되었고  체계화 되었다. 그리하여 너무나 방편적, 해학적,논리적, 문학적, 포괄적인 면이 가득하다. 예화를 들고 싶으나 지면 관게로 생략한다.

  (스님, 서울 대각사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