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년이 편해야 한다는데…”

자비의 손길

2007-12-28     관리자


뒹구는 낙엽과 함께 어느덧 2007년도 저물어간다. 이즈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한 해를 잘 마무리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인생의 성장기와 발전기를 다 보낸 노인들에게, 12월은 더욱 춥고 외롭게 느껴질지 모른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경제와 건강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인 소외감과 정신적인 고독감은 삶의 의지를 자꾸만 꺾어버린다. 그래서 흔히 ‘사람은 말년이 편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보다.
권성규(64세)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탄탄대로를 걸으며 두려울 것이 없었다. 굵직한 건설회사의 해외지사에서 오랫동안 현장근무를 지휘했고, 1980년에는 회사를 사직하고 나무로 건축물의 틀을 짜는 목구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순풍에 돛단 듯 순탄하게 성장가도를 내달렸다. 워낙 견실하게 사업을 운영했던 터라, 동종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IMF 외환위기 때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예전엔 한마디로 잘 나갔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고, 그러다보니 권력도 따르더군요. 군부독재시절엔 어떤 어려운 문제도 전화 한 통화면 해결됐지요. 그런데 지금은 울지도 짖지도 못하는, 버려진 개 신세로 전락해버렸어요.”
IMF를 겪으며 회사는 살렸지만, 피가 마를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결국 뇌경색으로 쓰러지기에 이르렀다. 그 후유증으로 시신경이 마비되어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몸이 불편하다보니 사업에도 전념할 수 없었다. 점차 사업이 기울더니 급기야 2003년에 폐업을 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일으켜보려 했지만, 자금줄이 막히고 연이어 부도를 맞으면서 모든 걸 포기하게 되었다.
모든 게 한 순간이었다. 집과 땅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잃은 것도 모자라, 2억원의 부채를 진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었다. 은행과 채무자들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부인과 함께 도피행각에 나섰다. 그렇게 낡은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한평생 떵떵거리며 살았는데, 하루가 멀다 않고 빚 갚으라며 전화와 독촉장, 협박을 당하다보니 도저히 못 살겠습디다. 재기해보려고 갖은 애를 다 써보았지만, 이미 실패한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더라구요. 당장 먹고 살 길마저 막막해 친구를 찾아가니, 선뜻 2천만원을 내줍디다. 그 길로 2년을 정처없이 떠돌아다녔지요. 그러면서 현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분노와 화로 가득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못난 저 때문에 집사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부인 김언녀(63세) 할머니가 당시를 회상하며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굵은 눈물방울을 하염없이 떨군다. 먹을 것이 없어 남의 집 밭에서 호박을 따와 일주일을 견뎠으며, 추석 때는 묘지에 놓고 간 송편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심지어 무당들이 굿을 하고 계곡에 뿌린 음식을 주워 먹기도 했다니 그 처참함이 눈앞에 그려진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지난 해 우연히 개인회생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파산신청을 한 후 채무를 면책 받았다. 또한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어 정부 보조금(6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염치없지만 또다시 친구에게 도움 받아, 보금자리(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까지 얻게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욕심을 비우고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런데 빌딩청소를 하며 생계를 떠맡았던 할머니에게, 지난 4월 유방암이라는 큰 시련이 닥쳤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제 그만 살아가는 걸 포기하고만 싶었다. 할아버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든 할머니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아는 사람마다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며 간신히 치료를 진행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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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규 할아버지와 김언녀 할머니는 두 분 모두 젊어서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20여 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나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두 분 사이에 비록 자녀는 없었으나, 서로를 아끼며 따뜻한 가정을 일궈왔습니다. 할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면서도, 원망보다는 위로를 하며 꿋꿋하게 견뎌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4월 할머니의 유방암 발병으로 인해 하루하루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유방절제수술 후 최근까지 항암치료(8차례)를 받았고, 현재 또다시 방사선치료(28차례)를 받고 있지만 치료비 문제로 언제 치료를 중지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동안은 매번 할아버지의 친구 분들 도움으로 겨우겨우 버텨올 수 있었으나, 이제 더는 손 벌릴 수 없는 상황까지 갔다고 합니다.
부디 할머니가 빨리 쾌유하여 두 분이 행복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불자 여러분의 작은 정성과 관심을 바랍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웃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저희 월간 「불광」에서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이웃을 소개하여 그들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고된 삶의 짐을 함께 하려 합니다. 주위에 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이웃 등 힘든 삶을 꾸려나가시는 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고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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