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수기] 관세음보살 영험기

신앙수기

2007-12-27     윤병한

   내가 울진 부구국민학교에 전근된 것은 1977년 9월 1일이다.
   부임해 보니 교장사택이 학교 뒤뜰에서 약 150m 산으로 올라가 더 높은 산 밑에 외로이 자리 잡고 있어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마누라는,
  『남들이 영전이라 하지만 우리가 무슨 죄가 있어 이런 독가촌에 위리안치(圍籬安置)가 되어야 하느냐.』하면서 마루를 두드리며 통곡하였으나 나는 본시 호젓한 암자 같은, 독서도 하고 참선도 하고 마음껏 염불도 할 수 있는 그러한 곳을 좋아하는지라 이거야 말로 다시없는 좋은 곳에 왔다 생각하여 앞으로 이 사택을「관음사」라 이름 짓고 나는 관음사 주지 노릇을 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기뻐하였다. 
   그런데, 이 관음사 아닌 교장사택은 전임 교장들이 별별 전설을 다 남기고 간 집이어서 지방 학부모들도 이구동성으로 교장사택 터를 잘못 잡아 역대 교장들이 고생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터가 세어서「한 밤중에 발자국 소리가 난다」「집이 덜컹거리고 문이 저절로 열린다」「큰 산의 짐승이 내려와 자고 나면 발자국이 보인다」「그 집에는 귀신이 많다」 「그 집에는 혼자는 못 잔다」등등으로 아녀자들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과연 첫날밤을 자보니 듣던 말과 같이 발자국 소리도 나고 문이 덜컹거려 머리끝이 쭈빗쭈빗하여 무서워 밤새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온 집안의 문을 점검해 보니 스무 폭이 넘는 문들이 모두 흔들거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모든 문들이 흔들거리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문들은 모두 못을 박아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키고 출입에 필요한 문은 시정 장치를 해서 밤에 잘 때 문을 잠그면 일체 흔들리지 않게 했더니 그날 밤부터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부임해서 5일 만에 이상이 생겼다.
   초저녁에 잠이 든 마누라가 갑자기 사지가 오그라들면서 뻣뻣해 지더니 오장육부가 다 오그라드는지 어, 어, 소리만 지르며 뒹구는 것이 아닌가!
   기겁을 한 나는 마누라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가는데 교문 앞에 나가니 마누라가 이제는 덜하니 걸어가겠다고 하기에 손을 잡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가 초저녁에 나가서 아직 안 돌아왔다고 하기에 간호사를 시켜 사방에 전화를 걸고 알아보았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간호사가 전화 없는 집을 찾아 거의 한 시간 만에 데리고 온 의사는 술이 취해 있었다.
   정성들여 진찰을 하더니,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요.」
하였다.
   하긴 그때는 아무 이상이 없었으니 이상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무언가 이름 모를 주사를 한 대 맞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집에 돌아왔는데 이거 대체 어찌된 일인가? 집에 돌아오니 또 다시 그런 정신경련의 증세가 일어나지 않는가! 마치 집안에 귀신이라도 있어서 방에 들어오자마자 덤벼들어 괴롭히는 것 같은 상황이다.
   벌써 밤은 열두시가 지났는데 또다시 잠이 든 의사를 깨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밤중에 사십 리가 넘는 울진으로 연락하여 택시를 대절해서 울진병원으로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고, 진퇴유곡의 상황에서 애를 태우면서 온 몸을 주물러 주었으나 조금도 차효는 없고 증세는 점점 악화되어 눈이 뒤집히고 고통은 더욱 심하여,
  『여보, 나는 죽겠소. 나는 죽어요.』
하고 이상야릇한 자태가 되고 말았다.
   이때 얼른 생각난 것이 김대은 스님이 쓰신「새 관음경 강화」에 쓰인 수많은 사람들의 관세음보살 영험기다.
   나도 한번 관세음보살에 의지해서 도움을 구해보자 하고 목탁 대신 젓가락으로 책상모를 두드리며,「관세음보살, 대자대비 관세음보살, 천수천안 구고구난 관세음보살」하고 그야말로 『아이고 하나님 날 살려 주십시오』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약 5분간 불렀더니 마누라는 이상하게도 전신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금방 잠이 들어 깊은 잠 속에서 코를 드렁드렁 골지 않는가! 참으로 이상하였다.
   자는 사람을 한참 들여다 보다가,「이제는 되었다」싶어 옆에 누웠으나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관세음보살의 가피력에 힘입은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 있다 보니 마누라는 또 다시 신음하면서 사지가 오그라지는 것이 아닌가! 야, 이거 이상하다 싶어 이제는 본격적으로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이상하게도 관세음보살을 부르자 마자 일 분도 안 되어 마누라는 또 다시 그 증세가 없어지고 깊은 잠에 빠져들어 코를 고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이상하였다.
   마치 귀신이 사람을 타고 앉아 괴롭히다가 관세음보살을 부르니 기겁을 하고 달아남과 같았다. 참으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었다.
   항상 직원들에게 과학적인 사유, 과학적인 생활을 역설해오던 나는 이때야말로 과학 이상의 신비한 어떤 힘이 있음을 절감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관세음보살을 염송하였다.
   마누라는 깊은 잠 속에 빠져 있으나 자든 말든 알 것 없이 자꾸자꾸 책상을 두드리며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한 시간이 흘렀는지 두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일심전념 관세음보살을 부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눈에는 눈물이 줄줄 흐르더니 드디어는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관세음보살의 청정무구하고 대자대비하신 위대한 인격 앞에 내 자신의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마음씀씀들이 눈앞에 드러나 뉘우침 같은 참회의 눈물이 나도 모르게 줄줄 한없이 흐르며 억제할 수 없는 흐느낌을 가눌 길도 없었다.
   그래도 마누라는 몇 시간 동안 시달리다 해방되었음인지 쿨쿨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이제는 마누라에 대한 관심도 없고 대자대비 관세음보살에 매달려 일심동체가 되어 관세음보살만 부르다 보니 이 몸이 세속을 떠나 저 높은 하늘로 둥둥 떠올라 미혹에 빠진 일체 중생의 모습이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것 같았다. 마음은 경쾌하고 즐거워 이것이 소위 말하는 법열(法悅)인가 싶었다.
   날이 훤히 밝았다. 그날은 일번차로 영천으로 가야 한다. 영천 자천국민학교 연구공개에 울진군 대표로 내가 참석해야 한다.
   잠자는 마누라를 깨워,
  「어떻게 하면 좋은가?」
물었다.
   마누라는, 이제 아무 탈이 없으니 다녀오라고 하였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였다. 과연 관세음보살의 가피력에 의한 은총임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번 길에 목탁을 사와야지. 그리하여 조석으로 관세음보살을 염송해야지.」
   경주 정유소 앞 상점에 목탁이 걸려 있음을 보았는지라 올 때 경주로 돌아서 목탁을 꼭 사오겠다고 작심하였다.
   그날 연구공개를 마치고 영천 여관에 와서 장거리 전화로 마누라에게 안부를 물으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였다.
   다음 날 돌아오는 길에 목탁을 사 가지고 와서 이년간이나 두드리다 보니 깨어져 월여 전에 다시 샀으나 관세음보살의 영험은 꼭 있다는 확신은 부동이다. 경의 말씀, 부처님의 진리는 고금에 변함이 없는 것이다.
   나의 자그마한 체험을 적어 고통 받는 형제들에게『나무관세음보살』을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