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결코 밝음을 이길 수 없다]- 빅리거 로빈슨 `준비된 혁명`

2006-12-16     관리자

[어둠은 결코 밝음을 이길 수 없다]- 빅리거 로빈슨 `준비된 혁명`




어둠은 결코 밝음을 이길 수 없습니다.
만약 다음 글이 사실이라면,
로빈슨은 자신을 비웃고 차별하는 대중에게
단 한 번이라도 같은 방식으로 대한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어둠이 거세고 폭풍이 짙다 하더라도,
로빈슨은 끝까지 밝음으로 그들을 대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세상을 바꾼 대다수의 많은 위인들은
결코 상대를 부정하고 대중이 본노와 모욕으로 대한다 하더라도
같이 분노하고 부정하고 모욕을 주는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너그러움과 밝음이
우리 모두를-우리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그들까지!
함께 윈-윈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정의를 위해 세상에 대해 분노하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향해
부정과 파괴의 광풍을 거침없이 퍼붓는 분들!
로빈슨의 삶을 한번 가슴 깊이 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普賢合掌



[노트북을열며] 빅리거 로빈슨 `준비된 혁명`





미국프로야구 선수들은 42번을 등번호로 사용할 수 없다. 1997년 4월 15일,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이 42번을 영구 결번으로 정했다. 이날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이 등번호 42번이 새겨진 브루클린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지 50주년 되던 날이었다. 영구결번 결정이 있기 전부터 42번을 달고 뛴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가 은퇴하면 이 번호를 단 선수는 영원히 볼 수 없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는 흑인은 물론, 히스패닉과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선수도 뛰고 있다. 하지만 로빈슨이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은 47년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절이다. 13년 뒤인 63년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에서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을 한다. 최초의 흑인 선수가 겪었을 괴로움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로빈슨은 경기 때마다 인격적인 모욕과 부상의 위험을 감수했다. 수비를 할 때 상대팀 주자들은 로빈슨의 얼굴을 향해 스파이크 신은 발을 들고 슬라이딩했다. 로빈슨이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팀 포수가 야구화에 침을 뱉었고, 투수들은 머리를 향해 공을 던지기 일쑤였다. 원정경기 때는 호텔로부터 숙소와 식사 제공을 거부당했고, 살해 위협도 있었다.






로빈슨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흑인 선수를 뛰게 하겠다는 다저스 구단주 브랜치 리키의 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리키는 스카우트 담당자들에게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인텔리로서 신사인 흑인 선수를 찾아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고른 선수가 로빈슨이다.



리키는 흑인 리그에서 뛰던 로빈슨과 계약하면서 "이 계약은 혁명"이라고 말했다.
로빈슨은 "혁명군 편에 서겠다"고 대답했다.




리키는 로빈슨에게 모든 굴욕을 감내할 것을 요구했다. 로빈슨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는 군복무 중이던 44년 '흑인이면서도 버스 뒷좌석에 앉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군법회의에 회부될 만큼 인종차별에 강하게 저항한 사나이였다. 그러나 로빈슨은 리키와의 계약이 지닌 의미를 잘 알았다. 그는 끝없이 인내하면서, 경기를 통해 능력을 입증했다.





로빈슨은 56년까지 열 시즌 동안 1382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3할1푼1리, 홈런 137개를 기록했다. 데뷔 첫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49년엔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와 타격왕이 됐다. 다저스는 그가 활약한 10년 동안 여섯 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55년에는 우승까지 했다. 62년 흑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로빈슨은 72년 9월 24일 세상을 떠났다.






혁명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면, 로빈슨과의 계약이 혁명이라는 리키의 생각은 옳았다. 혁명은 성공했다. 로빈슨의 데뷔 60주년을 앞둔 지금, 메이저리그 경기에 차별은 없다. 로빈슨은 리키가 원했던 대로 인텔리였고 신사였다. 그가 단 한 번이라도 "할 테면 해보자"고 주먹을 쥐었다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로빈슨의 업적이 혁명이었다면, 그것은 '준비된 혁명'이었다.
로빈슨은 '준비된 사나이'였기 때문이다.




혁명은 과연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혁명의 길은 두 가지 진실, 현실과 소망을 짐 진 채 전진하는 길이다.
입을 굳게 다물고, '아프다, 외롭다'는 말조차 없이.
59년 전, 로빈슨이 그 길을 걸었다.



변함없이 소란했던 한 해, 우리에게도 로빈슨이 있었던가?


허진석 중앙일보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