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요리사와 부엌칼

연꽃마을 동화

2007-12-25     관리자

옛날 아주 옛날, 큰 집과 많은 재산을 가진 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식구도 많았고 또 많은 벗을 청하여 자주 연희를 베풀었습니다. 그 집에 한 요리사가 있었습니다. 부지런하고 재치가 있었고 또 친절했습니다. 특히 그의 요리솜씨는 뛰어났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았습니다. 한번은 주인이 요리사의 노고를 생각하여 큰 소 한 마리를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 소는 요리 감으로 준비된 죽은 소였습니다. 그는 솜씨를 뽐낼 좋은 일감이다 생각하고 용기가 나서 부엌에 뛰어들어가, 특별히 큰 부엌칼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칼은 새 칼이긴 하였지만 새로 갈아야 쓸 수 있었습니다. 숫돌은 부엌 건너편 광 앞에 있었으므로 요리사는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요리사는 생각하였습니다.

‘옳지, 단번에 몇 번 갈은 것만큼 잘 갈면 된다’ 하고는 열심히 칼을 갈았습니다. 다른 때보다도 열 배나 정성을 들여 갈았습니다. 한참을 갈다가 칼을 들어 칼날을 세워봤습니다. 칼날에서는 새파란 빛이 났고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했습니다. ‘이젠 됐다’ 요리사는 칼을 들고 다시 소 앞에 뛰어왔습니다. 얼마간 요리를 하다 보니 역시 시원치 않았습니다. 그는 다시 숫돌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이번에는 백 배나 천 배나 공들여 갈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소 잡는 일은 까맣게 잊었습니다.

요리를 만드는 일도 아주 잊고 있었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우뚱 기운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정신 없이 칼만 갈고 있었습니다. 산에 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음 닦는 공부를 하여 이 세상에 진리를 펼 뜻을 세우고서 공부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어느덧 맑은 바람 푸른 물이 흐르는 산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아주 산에 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공부하는 것을 잊고 산을 즐기는 분도 있었고, 이 세상에 진리를 펼 본뜻을 잊고 직업처럼 수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기 요리사가 요리할 것을 잊고 칼 가는 사림이 된 것처럼……,<百喩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