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의 치료와 가정

현대인의 정신위생

2007-12-24     관리자

 작년에 작고한 대선배 정신과의사가 옛날에 학생들에게 정신과의사의 신세한탄 비슷한 것을 얘기한것을 학생들을 통해 들은 일이 생각이 난다. 외과의사는 수술 한번 해주어도 평생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고마워 하며 물심 양면으로 고마워 하는데 정신과 환자는 길에서 만나도 외면을 하고 아는 척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특히 전기치료나 약물요법만을 주로 받은 경우에 그렇다. 첫째 정신과 의사를 안다는 것을 남이 알면 자기가 정신병환자였다는 것이 탄로가 날까봐 두렵고 의사에 대해서 별로 친근감도 없다. 때로는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정신치료를 해서 효과를 본 환자의 경우에는 내가 모르고 지나가도 선생님! 하면서 노상에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의사에 대한 감정이 좋고 고맙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치료를 받은 환자라 하더라도 의사에 대한 전이(轉移)감정(부모에   대한 감정이 의사에게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적대적인 상태에서 치료를 중단했을 경우에는 평생 그 의사를 욕하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

 내게 다니면서 정신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중에 때로는 반수 이상의 환자의 가족은 나를 적대시 하거나 원망을 한다. 정신병의 원인이 부모형제나 배우자나 가까운 집안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정리가 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 도중에 그러한 감정이 격화될 때에는 의사가 싸움을 붙인다고 가족은 생각한다. 정신치료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X장로에 미처서 다닌다고 마지못해서 치료비를 주기 때문에 치료비를 탈 때마다 모욕을 당하는 느낌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에 어떤 사람이 8년전에 정신병에 걸려서 입원도 하고 모 의과대학 병원의 레지덴트에게 3년동안 다니면서 정신치료를 받았는데 치료의 효과를 보았으나 여전히 공포 . 불안 . 망상이 떨어지지 않아서 내게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번 나중에는 이주일에 한번씩 치료를 받다가 많이 좋아져서 마누라가 하도 조르는 바람에 한달에 한번이라도 해야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혼자 해보겠다고 약속을 취소했다. 이 환자는 이제 겨우 망상을 벗어난 상태이고 지금이 병이 근본적으로 나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말하자면 식물 같으면 겨우 싹이 돋아 오르는 시기이고 이 싹을 잘 가꾸어 가면 절대 재발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중대한 시기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곧 연락을 하라고 일러 두었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몇 해 전에 모 의과대학을 다니던 학생이 나에게 3년동안 정신치료를 받은 일이 있다. 이 학생은 위로 누이가 둘이 있고 동생도 없고 외아들이 었고 아버지도 의사고 외아들이었다. 이 학생의 경우도 원인이 부모와의 정서적인 관계, 말하자면 부모와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데서 발생한 문제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부모를 모셔오라고 해도 부모가 잘 오지 않다가 아버지는 한 번 어머니는 두 번쯤 왔을 뿐 늘 부모는 치료를 반대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부모와 관계가 좋아지게 노력하고 있는데 부모는 모든 것을 아들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은 의사만 믿고 부모하고는 안통한다고 하니 의사에게 질투심 . 적개심이 솟구처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를 치료해야 하나 부모자신이 자기의 잘못을 반성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불가능 하다. 치료를 받고 2년 가까이 되었을 때 이 학생은 하루는 아버지 보고 당신 아들이 이선생님 때문에 이렇게 좋아졌으니 한번 감사하다고 인사를 가시자고 했드니 화를 벌컥 내면서 내가 쓴 책을 갈기 갈기 찟드라고 했다. 그후 계속 치료를 받고 학교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인턴이 된 후에는 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노이로제 정신병은 식구 특히 부모나 배우자의 협력이 없이는 치료되기가 어렵다. 원인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전기치료나 약물치료 만으로는 조치가 되지않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정신치료나 가족간의 이해와 대화 관계를 개선하는 가족치료가 필요하다. 내가 보아서 환자는 고칠수가 있는데 가족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성공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에 성공한 경우는 고등학교 때 발병해서 현재 전문의가 되어 곧 외국유학을 가게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의 아버지도 의사인데 자기문제에 대한 통찰은 약하지만 정신과 의사로서 나를 믿기 때문에 치료가 그 정도로 가능했던 경우다. 또 다른 경우는 거의 동시에 입원을 해서 같은 시기에 퇴원해서 현재 만 3년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 두 사람의 경우다. 한 사람은 남편이 사법대학원에서 내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고 한 사람의 형은 잘 아는 의사고 외국에서 같은 병원의 다른 과에 근무했으나 그 과에서는 모든 환자를 정신과적으로 평가를 하는 정신과 조교수도 있어 정신치료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환자들은 다 정신병이었으나 한번도 재발을 않고 계속 좋아지고 있다. 이 두 사람도 처음 다섯달은 자신이 치료의 의미를 충분히 모르기 때문에 병원에 오기를 꺼렸었다. 이 기간동안 가족이 병원에 가야된다고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경우다. 그러기 때문에 정신병의 치료는 환자의 신뢰만 가지고는 완치가 어렵고 의사가 환자 가족의 신뢰도 얻어야만 치료를 성공시킬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