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를 여법히 행하자

권두언

2007-12-24     관리자

 부처님께서는 정법이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을 교단통솔의 가장 귀한 요건으로 삼으셨다. 정법이 오래 가자면 교단이 청정하게 화합하여야 한다. 교단을 통해서 불법은 역사 속에 펴 나가는 것이므로, 정법이 오래 머무는 요건의 핵심은 교단의 청정화합에 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청정화합에서 교단은 풍성한 법보를 온 중생에게 기쳐준다.

 부처님께서는 교단통솔의 방법으로 사람을 세우지 않으셨다. 어떤 사람을 지목하여 이 사람이 교단을 통솔한다고 규정하지 않으시고 교단은 법으로써 통솔됨을 말씀하셨다.

 교단에 대한 역사와 사회의 요청이 강할수록 우리들은 교단의 화합과, 법을 체득한 본분납자에 대한 소망이 더욱 절실해진다. 음력 七월 十五일은 하안거 해제의 날이지만 이날은 바로 자자의 날이다. 부처님의 자자의 가르침이 새삼 교단청정과 정법구주에 있음을 발견한다.

 七월 보름, 둥근 달이 동천에 떠 오르면  많은 비구들이 모여들어 자자를 한다. 부처님도 상좌비구도 그밖의 모든 비구들도 모인다. 그리고 나서 밤 이슥하도록 달빛 아래 경건한 법요가 진행되는 것이다.

 "대덕이여, 들으소서. 다들 모였으면 자자를 시작합니다."로 개회 선언이 있고, 그 다음에 차례로 상좌비구부터 자자를 한다. 상좌비구가 편단우견하고 호궤합장하고 말문을 연다. "장로들이시여, 말씀하여 주소서. 저에 관하여 허물되는 것이 있었으면 말씀하여 주소서. 불쌍히 여기시어 말씀하소서. 마땅히 참회하겠읍니다." 이렇게 차례로 진행되는 자자, 이 얼마나 거룩한 풍경인가.

 자자는 원래 만족, 또는 기쁨의 뜻이다. 안거 마치는 날, 비구가 자기의 허물을  말하게 하여, 참회하여 청정하게 되면 스스로 기쁨이 나는데서 온 말이다. 지난 석달동안 도를 닦으면서 비록 정성을 다 한다 하나 미혹한 사람은 자기의 허물을 보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이 점을 대덕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유스럽게 가르침을 받게 하며 만족을 얻는 것이다. 스스로의 허물을 드러내놓고 청정대중의 가르침에 따르는 이 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렇게 하므로써 한사람 한 사람 교단 성원이 청정하고, 이렇게 하므로써 교단의 법도가 견고하여 화합이 영원하고 그 안에 정법이 오래 머무는 것이다.

 자자는 오늘날 총림이나 회중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진실한 만족과 기쁨이 나는 자자가 행해지고 있는지는 반성해 볼 일이다. 또 이 자자는 비구는 모두가 참회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다. 비록 병자라도 병상에 실려 자자에 참여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한국불교의 자자의 법이 분명히 해이해졌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자에 참여하는 비구는 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다수는 잘 해야 하안거 해제로 끝나고 있지 않은가.

 모름지기 자자를 성실히 행하여야 한다. 대중이 적은 곳에서는 몇몇 사찰 대중이 함께 모여서라도 여법한 자자를 행하여야겠다. 자자를 통해서 믿음과 안목이 바르게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청정승풍과 교단 기강과 교단의 아름다운 유풍을 키워가기 위해서도 절실한 바가 있다.

 교단의 법으로는 자자로 법납을 기산한다. 따라서 자자일을 세모라 하고 그다음은 신년이 되는 셈이다. 올해 경신년 자자가 온 교단에서 여법히 행하여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서 이 세모의 법도가 충실한 세모이기를 바란다. 우리 한국불교 교단은 자자를 여법히 부흥시키므로써 백 가지 병폐가 바르게 될 것이다. 거듭 자자의 여법한 여행을 바라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