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유월의 교훈

권두언

2007-12-21     광덕 스님

  유월은 눈부신 태양의 계절, 출출 흐르는 신록의 계절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6.25라는 엄청난 슬픔을 되새기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직공은 공장에게서 망치를 휘두르고, 농부는 논에서 가을의 풍년을 심고, 어린이는 싱그러운 태양아래 뛰놀고 있던 저 평화로운 일요일의 비극을 우리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명예도, 재산도, 사업도, 그 보다도 가족과 생명이 일시에 홍수에 떠내려가는 대추나무 잎 신세가 되지 않았던가! 이 하늘 아래 이 땅 위에 그 모두는 업성지고 깨어지고 찢어지고 불타고 있었다. 시도 비도 여야도, 권력도 민권도 정의도 그 앞에는 아무런 존재가 아니었다.

이제 6.25 20주년을 맞으면서 오늘날의 우리의 주변정세는 저때를 감회와 회상으로 그치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우리의 주변을 깊이 살펴보아야 하겠다. 나 지신이 어떠한 것인가를 조용히 생각하게 한다.

평상시에는 나였다. 그리고 가족과 사업과 명예와 재산이 거기 있었다. 다음에 이웃도 직장도 몸담고 있는 여러층의 사회가 있었다. 그 속에서 아웅다웅 싸우기도 하고, 중상모락 시기질투도 했다. 폭력도 행복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떠하였던가? 삼팔선을 넘어 하늘로 땅으로 밀려드는 붉은 힘의 홍수 앞에는 모두가 하루 아침에 꿈이 아니였던가?

  나는 나였다. 나는 이웃과 함께 나였다. 나는 사회와 국가와 겨레와 더불어 나였다. 이웃을 저버린 나는 불안한 나다. 사회를 저버린 나는 공포의 나였다. 국가와 겨레를 등진 나는 내가 아니였다. 나의 정의도, 존엄도, 재산도, 사랑도 아무런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국가민족을 떠난, 정의도 이해득실도 그것은 폭류에 떠 있는 물거품이 아니였던가!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공덕도 성공도 나라의 보호에서 이루어 진다. 나의 모든 공은 나만의 공은 아니다. 거기에 국가가 함께있다.> 6.25를 통하여 우리는 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여실히 체험하였다. 오늘을 도리켜 보면서 우리는 이 나를 잘못 알고 있지 않았던가, 이웃과 나라와 겨레와 함께 나였다는 것을 잊지않았던가. 이러한 나를 잊었을 때 불행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이웃과 나라와 겨레와 함께 불행한 것이다. 나의 잘못이 나라의 불안으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나는 나라의 중심이고 나라는 나의 최소한의 외연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와 겨레를 잊은 나의 행동은 나라를 어지럽히고 나 자신의 존재를 뒤흔든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나라가 흔들렸을 때, 나아가 우리의 나라를 지키지 못했을 때 거기에는 세계의 불안이 배태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불길은 불붙기 시작한다. 상기하자. 우리가 이 강토를 보존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많이 세계평화에 돌팔매를 던졌으며, 얼마나 많은 피지못한 생령을 포탄의 밥이 되게하였던가! 나를, 오늘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살자. 이것은 자기와 나라와 겨레를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