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절 특집] 부처님 성도절

성도절 특집 : 오늘 이렇게 성도하시다.

2007-12-20     이지관

     [1] 성도절이란

   음력 12월 8일은 불교의 교주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고통의 바다에서 허덕이는 중생을 제도코자 한량없는 생을 통해 육바라밀의 보살행과 각고의 정진 끝에 우주의 진리 즉, 자성법신(自性法身)을 발견하신 날이다.
   마음의 갈등과 인간의 고뇌를 해결하기 위해 부왕의 간곡한 만류를 완강히 뿌리치시고 유성 출가한 싣달타 태자는 마가타국에 머물면서 6년 동안이나 인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고자 온갖 정성을 다 바쳤다. 그러던 끝에 왕사성에서 멀지 않은 우루벨라의 나이란자(尼連禪河) 기슭 핍팔라 나무 밑에서 마침내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이를 자설경(自說經) 보리품(菩提品)은, 
  「일구월심 탐구하는 싣달타에게 
    모든 존재가 밝아진 그 날 
    그의 의혹은 씻은 듯 사라졌으니 
    연기(緣起)의 도리를 알았으므로」
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는 성불(成佛), 득도(得道), 오도(吾道), 성정각(成正覺)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2] 성도의 내용

   도대체 부처님께서 이 도(道)를 이룩했다고 하는데, 그 깨달으신 내용은 어떤 것인가? 유형의 물질인가, 무형의 공허한 것인가? 아니면 둥근 것인가, 모난 것인가? 긴 것인가, 짧은 것인가? 청 황 적 백 등 색깔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오고 가는 거래와 나고 죽는 생사, 기쁘고 슬퍼하는 감정 등이 있는 것인가? 담수(淡水)처럼 아무 맛도 없는 것인가? 고목이나 바윗돌처럼 무심한 것인가?
   아무리 해도 망상과 번민이 가득한 중생으로서는 도의 정체를 상상과 짐작으로 미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도는 곧 우리의 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도를 가리켜 화엄경에는 법계(法界), 법화경에는 실상(實相), 금강경은 반야(般若), 원각경은 원각(圓覺), 열반경은 불성(佛性), 유마경은 부사의(不思議), 능엄경은 진여(眞如) 등등 여러 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도란 본시 그 자체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생도 사도, 기꺼움도 슬픔도, 큰 것도 작은 것도, 모난 것도 둥근 것도, 긴 것도 짧은 것도 모두 아니다. 그러므로 함허당(涵虛堂) 기화(己和) 선사(1376~1433)는 말하되,
  「여기 하나의 존재가 있는데, 그는 이름도 붙일 수 없고, 모양도 나타낼 수 없다.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 근원을 찾으려 하나 그 시작이 없고, 또한 미래를 향해 아무리 흘러가도 끝날 날이 없을 뿐 아니라, 한 티끌 속에 있으면 서도 능히 우주를 둘러싸고 있다.」 고 했다.
   육조혜능(慧能) 대사(638~713)도 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나에게 하나의 물건이 있는데, 그는 머리도 꼬리도 눈도 코도 손도 발도 아무 것도 없건만, 그러나 위로는 하늘에 닿았고, 밑으로는 땅을 버티고 있다. 태양처럼 밝으면서 또한 칠통만큼 새까맣다.」
고 했다.
   의상조사는「도란 곧 법성(法性)이니, 법성은 원융하여 이상(二相)이 없나니, 아는 이 있다면 견성한 도인이라」고 설파했다. 금강경에서는 이를 일러 일합리상(一合理相)이라 설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양면성을 지닌 도는 우리의 상상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화엄경에 따르면 부처님께서 6년의 수도 끝에 성도하시고, 지혜의 눈으로 널리 모든 중생 세계를 살펴보시고 말씀하시되,「모든 중생이 각기 저마다 원만 무결한 여래의 지혜와 자비와 덕성과 복덕을 구족하고 있건만, 다만 탐진치 등 많은 번뇌 망상 속에 휩싸여 그 맑은 지혜광명이 빛을 발하지 못해 중생의 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하였다.
   돌이켜 보건대 유일 절대자인 법신은 자기의 심중(心中)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금강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되,「수보리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32상으로써 능히 법신불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수보리 대답하되,「그러하옵니다. 32상으로써 법신여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나이다.」부처님이 말씀 하시되,「수보리여, 만약 네 말처럼 32상으로써 법신불을 볼 수 있다고 한다면, 32상을 갖춘 전륜성왕도 곧 여래이겠구나.」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어 말하되,「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고 있는 바로는 응당 32상으로써 법신을 볼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을 설하여 말씀하시되, 
  「거룩한 32상 그 속에서 나를 찾고,
    말하는 음성 속에 여래를 찾는다면
    덧없는 세월 따라 삿된 일 재촉하여
    무량겁 흘러가도 여래는 볼 수 없네!」
하였다.
   그리고 또 우주만유를 살펴보니, 그 모두를 마음이 창조한 것이라든가, 달마대사가「약언타시불(若言他是佛) 자기각성마(自己却成魔)-만약 화신불이나 등상으로써 부처님(법신)이라고 한다면, 자신은 곧 마귀가 되고 만다」이라 하였다. 그런데 근일에 불교를 가리켜 우상종교이니 미신의 교이니 하는 무지하고 사곡한 무리들을 보는 것이니 참으로 한심하고 불쌍하다 아니할 수 없다.

     [3] 성도의 의의

   마치 어떤 위대한 선구자가 앞에 서서 횃불을 높이 치켜들면 무수한 군중들이 그를 따라 아무 어려움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듯이, 석가세존께서는 성도로써 보인 지혜의 횃불을 온 누리 중생에게 비추어 잃어버린 자성불(自性佛)을 찾도록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고 자기 마음을 등불로 삼으라」
하셨으며 또, 불보살에게 참회하며 정진하여 법을 얻어 번뇌와 고통에서 해탈할 것을 가르치셨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성도는 우리들 모두가 성불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음을 가르쳐 주셨고, 바르게 믿고 정진하면 반드시 일체 고뇌를 벗어나 법성신을 성취할 것을 친히 열어 보이시어 우리들에게 한없는 희망과 용기를 부어 주셨다.
   그리고 부처님 성도를 통하여 우리들 범부들이 실로는 참으로 고귀한 불성을 지니고 있는 거룩한 생명인 것을 알게 하셨으며 서로가 이 진리생명을 소중히 하고 잘 받들며 존중하고 존엄한 가치를 원만히 발휘할 것을 또한 가르쳐 주셨다.
   성도일을 맞이하여 우리들은 이와 같은 크신 생명의 진리를 가르쳐 주신 부처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불태우며 진리 이상을 향하여 정진할 것을 맹세한다. 그리고 모두를 받들고 섬기는 대자대비를 배울 것을 다짐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