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황새와 미꾸라지

2007-12-18     관리자

    옛날 어느 숲속에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습니다. 이 연못에는 많은 고기들이 살고 있었는데 여름에 가물게 되면 연못에 물이 줄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기들이 많은 고생을 하였습니다. 더우기 그런 때면 황새가 날아와서 고기를 잡아먹었습니다. 그해도 매우 가물어서 물이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또 황새가 날아 왔는데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꾀를 내었습니다.

  황새는 물가에 앉아 근심에 싸인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황새를 본 고기들이 물었습니다. 『황새 아저씨 무슨 걱정이라도 있습니까? 왜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앉아 계십니까?』

  『너희들이 걱정이 되어서 그렇단다.』

  『저희들이 어째서 걱정이 됩니까?』

  『너희들은 참 답답하구나. 벌써 두달째 비가 안오니 물이 이렇게 줄어들지 않았느냐. 조금만 더 가물면 너희들이 다 죽게 될 것을 생각하니 어찌 걱정이 안되겠느냐. 그래서 내가 너희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줄 까 궁리하고 있는 중이다.』

  『아저씨! 안전한 곳이 어디 있습니까?』

  『멀지 않은 데 있다. 이 뚝 너머에 있느니라.』

  『어떻게 저희가 거기를 갈 수 있습니까?』

  『너희들이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 내가 물어서 옮겨 줄 테니까.』

  이 말을 들은 고기들은 호기심이 났습니다. 그래서 찬찬하기로 소문난 흰 수염이 난 미꾸라지를 조사반장으로 뽑아서 먼저 다녀오게 하였습니다.

  미꾸라지는 황새입에 물려 넓고 깊은 못 구경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미꾸라지의 자랑은 대단하였습니다.

  『세상에 처음 봤다. 거 참 좋더라.』

  미꾸라지의 말을 들은 고기들은 큰 못으로 이사갈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고기들은 한 마리 한 마리 황새의 입에 물려 이웃 못으로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황새는 물고 가던 물고기를 하나 하나 모두 잡아 먹어 버리고 오직 뼈만 뚝 위에 버렸던 것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고기들은 부푼 가슴을 억누르고 차례로 황새의 입에 물려 못에서 떠난 것 입니다. 얼마를 지나서 이번에는 게 차례가 되었습니다. 게는 자기 차례가 되자 눈을 뾰죽 세우고 재빠르게 나섰습니다.

  『황새 아저씨, 잘 부탁해요. 나는 떨어지기만 하면 몸뚱이가 박살나니깐요.』

  『염려 마라. 안전하게 잘 옮겨 주마.』

  황새는 또 게를 물고 하늘로 날랐습니다. 게는 겁이 나서 황새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게발로 황새의 목덜미를 꼭 붙들고 갔습니다. 그런데 황새는 약속된 못을 지나쳐 가는 것이었습니다. 걱정이 된 게가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아저씨, 왜 못을 지나칩니까?』이때 황새 아저씨의 태도는 사뭇 사납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놈아, 저 뚝 위의 뼈가 보이지 않느냐? 저것은 모두가 네 친구들이다. 이번에는 별 수 없이 네 차례다.』

  이말을 들은 게는 깜짝 놀랐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라와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게는 생각하기를 <죽기는 매 일반이다. 황새 목덜미를 물어 끊어버리리라> 하고 그만 있는 힘을 다하여 황새 목을 꽉 물었습니다.

  호기당당하던 황새는 눈을 부라리고 숨을 몰아 세우며 몇번 『꼭 꼭』하더니 그만 땅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떨어진 곳은 넓고 깊은 연못 위였습니다. 게도 떨어져 크게 부상하였지만 황새 목은 동강 떨어져 물 위에 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연못가의 늙은 다라나무는 못에 살아남은 모든 고기들을 모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먼데 있던 황새들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타이르셨습니다.

  『간사한 꾀에 익숙한 자는 도리어 간사한 꾀에 망하고 마느니라. 황새가 간사한 꾀를 부리지 않았던들 어찌 게에게 물려 죽었겠느냐. 앞으로는 힘을 합하여 서로 도와가며 오래도록 편안히 살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