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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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 관리자
  • 승인 200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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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꿈 밝은 길

지금서부터 꼭 1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자운 스님이 열반하셨을 때 모잡지사에서 취재를 해달라고 부탁하기에 나는 큰스님의 장례의식도 볼겸 해인사로 갔었다.

그때 나는 거기서 하루를 묵으면서 장례의식을 지켜보았는데 내가 본 의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출상때 운구 뒤를 따르던 만장행렬이었다.

초록색, 남색, 다홍색, 자주색, 노랑색, 흰색…. 푸른 하늘밑에서 찬연히 나부끼는 만장행렬.

나는 그 만장행렬을 보는 순간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은 그리움과 함께 한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져 옆에 계시던 스님께 “스님, 저 죽으면 만장 하나 해 주세요.”하고 부탁했었다.

그때 내 옆에는 시현 스님과 여연 스님이 계셨는데 두 스님 다 “네. 해드리지요.”라고 쾌히 승낙해 주셨다.

지금 그 스님들은 내게 만장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신 것은 물론, 내가 자신들한테 그런 부탁을 했다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고 계실 것이다.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나는 그때 그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재가 신도가 죽었을 적에 스님이 만장을 해주는 것이 법도에 맞는 일인지 안 맞는 일인지 아직 확인해 보지도 않은 채….

그 이후 나는 한동안 만장에 탐착해 있었다. 언젠가 이 세상을 하직하고 떠나는 날에 운구 뒤를 만장행렬이 따라 준다면 나는 마치 어린시절 고향을 다녀올 때 집안어른들이 옹기종기 차부까지 따라나와 나를 배웅해주던 그때처럼 행복한 마음으로 모든 사람과 작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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