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은 부처님의 마음, 교(敎)는 부처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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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은 부처님의 마음, 교(敎)는 부처님의 말씀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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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님/ 지리산 황매암 일장 스님

남이 갖고 있으면 한없이 부러우나 자신이 소유하는 순간, 고통이 되어버리는 세 가지가 있다. 별장, 요트, 애인이 그것이다. 젊은 수좌 시절, 일장 스님은 선방 생활을 하던 중 심장병이 악화되어 대중생활을 할 수 없어 토굴살이를 시작했다. 토굴은 속인의 잣대로 보면 조촐한 별장과 닮았다.

“선방과 달리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토굴생활이 한없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습디다. 고독과 적막을 감당하지 못하던 풋내기 시절이었지요. 누군가 찾아오면 그렇게 반갑고, 그가 떠나면 허전함과 허탈감에 가슴이 멍하고 다리가 휘청거리곤 했지요. 자유란 쉽게 얻어지는 것도 섣불리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공부에 옹이가 박히고 나서야 떨쳐버릴 수 있었지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방문객이 싫어지고 그들이 떠나면 가슴이 훤하도록 후련해집디다.”

방안에 앉아서는 밖을 그리워하고 바깥에 나서면 방안이 그립다. 그리움을 삭혀줄 것은 무엇인가? 그리움이란 욕심과 이기(利己)의 산물이다. 승속을 불문하고 답답한 화두다. 일장 스님 역시 그것을 떨치려고 방황과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건강이 탄탄하던 시절에는 범어사, 송광사, 해인사, 봉암사 등 제방 선원에서 수선했다. 심장병 때문에 시작한 토굴살이도 비온 뒤 솟구치는 죽순처럼 용케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번잡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스님은 아예 멀찌감치 떨어진 섬,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 농사꾼 수행자가 되었다. 자활농장을 일구어 직접 농사를 짓고 밀감농장도 만들었다.

그러나 땅에 땀을 바친다고 출가 사문의 허전함이 메워질 수 없었다. 결국 사람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농장 한 켠에 목부원(牧夫苑)이라는 현판을 걸고 경전공부모임을 만들었다. 그간 가족법회, 수련회 등으로 인연 맺은 이들이 모임에 속속 참여했다. 매주 한 번씩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경전공부를 시작했다. 경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학자의 몫이겠지만 일반 불자도 번다한 경전의 간략한 요지와 의미를 알아야 한다.

“약방문이 아무리 친절해도 그것의 종류와 내용만을 끝없이 헤아리고 있으면 병이 치유될 수 없습니다. 먼저 가르침에 의지해 미혹의 원인을 납득하고 난 뒤 스스로 올바른 안목으로 수행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불교는 단순히 믿고 의지하는 신앙만을 요구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믿는 바를 실천하고 나약하고 소극적이고 분별 집착을 일삼는 우리들의 망견을 혁파하고 스스로 길을 열어 원만 무결한 자성을 회복해 현실을 정토로 장엄해 가려고 노력하는 데 불교의 사명이 있습니다.”

선수행의 길잡이-선가귀감

지식과 지혜와 수행이 오롯이 동반되어야 소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공부 모임의 교재는 스승 동산 스님이 물려주신 ‘선가귀감(禪家龜鑑)’이었다. 두 손바닥만한 책자에는 동산 스님이 여백마다 깨알 같은 글씨로 해석과 주석을 달아놓았다. 그것을 텍스트로 하여 한 구절 한 구절 공부해 나갔다.

선가귀감은 청허당 휴정 스님이 저술한 책이다. 임진왜란 당시 승군의 총 지휘관인 팔도십육종도총섭으로 활약한 서산 대사가 바로 청허당이다. 선가귀감은 50여 종의 경론과 조사스님의 어록 가운데 요긴한 부분을 가려 뽑아 주해를 달고 평을 곁들인 저술이다. 불조의 공덕과 선과 교의 특징과 갈래, 공부 방법과 화두, 수행자의 마음가짐 등을 열거한 책이다. 어떠한 수행의 지침서보다 절실하고 요긴한 길잡이다. 명실공히 선의 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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