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왕오천축국전] 29.온 세상의 지붕, 파미르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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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왕오천축국전] 29.온 세상의 지붕, 파미르 고원
  • 김규현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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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왕오 천축국전 별곡 29

동·서양의 분수령

현재 인도, 파키스탄, 중국, 아프카니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분할하여 차지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고 넓은 이 고원은 힌두쿠시·카라고람·쿤륜·히말라야 같은, 이름만 들어도 기가 질릴 대산맥들이 겹쳐진 곳이다. 그렇기에 ‘세계의 지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데, 그 별명에 어울리게 만년설이 쌓인 고봉들 너머로 넓은 고원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한 가닥 실낱 같은 도로가 뱀처럼 굽이치며 늘어져 있다.

날개 가진 새들을 제외한 동물들의 접근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이런 험난한 곳을 유독 인간이란 동물만은 인공으로 길을 만들면서까지 넘나들었다. 이곳이 동서양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허리에 해당되기에 이곳을 넘지 않고서는 ‘우물 안 개구리’같이 주어진 세계 안에 갇혀 안주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것을 거부한 역마살을 타고난 모험가들은 그 너머에 있을 무지개 꿈을 찾아 하나뿐인 목숨마저도 운명 앞에 담보로 맡겨 놓고 용감하게 걸음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무역상인들이 이 길의 주인이었지만 후에는 불타는 구도심으로 중무장한 구법승들도 끼어들었다. 우선 기록상의 선두주자로 동진(東晉)의 법현(法顯)이 등장한다. 그는 중국에 전래된 경전 중에서 율장(律藏)이 빠진 것을 한탄하다가 직접 율장을 구하고자 399년에 장안을 출발하여 천신만고 끝에 파미르를 넘어 스와트 계곡을 내려가 간다라국에 도착한 다음 중천축으로 들어가 성지들을 순례한 후 인도에 머물게 된다. 그러다가 15년 만에 혼자서 바닷길로 해서 중국으로 돌아가 유명한 「불국기(佛國記)」를 저술하여 인도여행기의 스타트를 끊었다.

다시 518년 송운과 혜생이, 그 다음으로 유명한 현장이, 다음으로 우리의 혜초가, 그 다음으로 오공(悟空)이 마지막으로 뒤를 이었다. 법현은 파미르를 넘으면서 그 험난함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서쪽으로 천축을 향해 떠난 뒤 한 달 만에 총령을 넘을 수 있었다. 총령은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눈에 덮여 있었고, 독룡(毒龍)이 있어서 만약 그것이 한번 노하면 바람과 눈과 비를 토하며 모래와 자갈을 날리므로 이를 만나는 사람은 온전할 수가 없었다. 원주민들은 그것을 설인(雪人)이라 하였다. 총령을 지나면 북천축에 도착한다.”

현재 파키스탄의 길깃트에서 파미르 고원의 분수령인 해발 4,730 m의 쿤제랍(Khunjerab) 고개를 넘어 중국 관할 하에 있는 타쉬쿠르간에 걸쳐 있는 410km의 도로를 ‘카라고람 하이웨이(K.K.H)’라 부른다, 이 도로는 1960년에 양국간의 협정에 의해 30년간의 난공사 끝에 개통되어 1984년부터 외국 관광객에게도 열려 이런 코스를 좋아하는 오지 매니아들을 부르고 있지만 그러나 이 길은 전통적인 실크로드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 파미르를 넘는 옛 실크로드는 크게는 서너 갈래로 나눌 수 있는데 장안을 기점으로 볼 때, 그 첫째 길은 타림사막의 마지막 오아시스 도시 카슈가르(喀什)에서 곧장 서쪽으로 나아가서 천산산맥의 테렉 고개를 넘어 우즈베키스탄의 페르가나, 사마르칸트로 가서 서쪽으로 가는 길이고, 둘째 길은 서역 남·북로의 합류점인 총령에서 와칸 계곡을 내려와 아프카니스탄의 발흐(Balkh)로 나가 다시 동서로 갈라지는 길이고, 셋째 길은 역시 총령에서 파밀천을 건너 힌두쿠시 산맥을 끼고 스와트 계곡으로 내려가 파키스탄의 페샤와르 또는 탁실라로 가서 다음으로 인도 본토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 길은 서역 남로의 요충지 코탄에서 카라코람 고개를 넘어 바로 북인도 카슈미르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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