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항상 무심하게 흐르는 듯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지마는 지난 여름 태풍 루사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가 너무나 커서인지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가을에서 답답함과 허탈감이 묻어 나오는 듯하다.
사상 최대라는 이번 태풍으로 인한 5조가 넘는 피해액은 단순집계일 뿐이고 사망 또는 실종 등 인명 피해만도 이백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산사태로 흔적마저도 찾기 힘든 조상 묘 앞에서 허탈해 하는 자손들, 1년의 농사 결실을 눈앞에 두고 고스란히 물 속에 잠긴 논과 밭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농민들, 그리고 피붙이처럼 정 들여 키운 가축들을 손 쓸 겨를도 없이 떠내려보내고 그나마 남아있는 몇 마리조차 병들어 시름에 잠긴 축산 농가들의 슬픔 속에서 이 가을은 더 이상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 아닌 듯하다. 급기야 국가에서 극심한 수해지역을 국가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창졸간에 사랑하는 가족이나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에게 보다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눈을 돌려 도심을 바라보자. 서울역 부근 또는 공원에서 신문을 얼굴에 덮거나 혹은 깔고 빈 벤치에 잔뜩 구부린 채 누워 잠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들의 주 거주지가 이곳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점심 때 쯤 파고다 공원 옆길이나 대학로 또는 청량리, 서울역 광장을 지나노라면 길게 늘어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노숙자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한 사람들이 점심 한 끼를 배급받기 위해 서있는 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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