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지율스님
상태바
천성산 지율스님
  • 관리자
  • 승인 2004.07.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성산 지율스님]

도로 개설을 위해 파 헤쳐질 천성산을 지켜야 한다며 수 년 동안 항의해 온 지율 스님의 투쟁이 이제는 끝나갈 때가 되었나 봅니다. 지난 번 45 일의 항의 단식 후 극도로 쇠약해 진 몸으로 청와대 앞에서 다시 단식을 시작한 지 벌써 20 여일. 스님의 체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스님은 공사를 막기 위해 포크레인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단독 시위를 하다 경찰에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여리기만 한 비구니 스님이 무슨 장한(?) 뜻이 있기에 이토록 처절히 항의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저간의 무슨 기막힌 사연이라도 있는 것인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습니다.

요 근래 수 년 동안 우리나라에는 무슨 도로 공사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요란히 진행되었는지, 나들이를 하지 않던 저로서는 요즘의 도로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예전의 고즈늑하던 국도는 대부분 사라지고, 웬만한 도로는 거의가 고속 도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거대하게 뚫려버려 길을 가다 보면 내가 지금 국도를 가고 있는 것인지 고속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들이 길의 아기자기한 낭만은 찾을 수 없고, 오로지 '목적지 도착'이라는 결과만이 도로를 달리는 이유입니다. 아무리 바쁜 현대 사회라지만 이 작은 나라에 뭐가 그리 급한 일들이 많은지, 좀 늦게 가면 무엇이 그리 큰일나는지 차들은 제한 속도도 모자라 바람처럼 씽씽 달리기만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게 도로는 넓고 곧게 잘 닦여 있습니다.

꼭 그렇게 도로를 넓히고 새로 내지 않으면 안 되는가? 지금 이 도로로는 우리 국민들이 살 수 없는가? 꼭 저렇게 산을 허물고 강을 가로질러야만 하는가? 저는 그런 생각을 새로 뚫린 시원한 도로를 볼 때마다 해 봅니다. 그와 함께 앞만 보고 달리는 '결과 지상주의' 에 대한 안타까움과 두려움이 저를 무겁게 짓누릅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