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 순례기 ] 28.세계의 지붕, 서부 티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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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순례기 ] 28.세계의 지붕, 서부 티베트
  • 김규현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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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순례기28

바닷속던었던 ‘창탕 고원(창탕高原)’

환상 같은 ‘달의 성’ 계곡을 뒤로 하고 몸은 앞으로 달려가지만 고개는 자꾸 뒤로 향한다. 그만큼 그곳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절실할 정도록 아름답고 신비스러웠다. 그러나 어쩌랴, 나그네는 떠나야만 하는 것을,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세계 속으로, 신화가 살아 숨쉬는 태고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을….

다시, ‘할머니고개’라는 뜻의 아이라(4600m)에 오르니 광야 저편에는 히말라야의 흰 능선과 계곡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스투레지 강이 흰 뱀처럼 누워 있다. 수많은 고개와 개울을 넘고, 건너고 다시 광야를 헤맨 끝에 저녁 늦게서야 서부티베트의 중심지 아리(獅泉河鎭)에 도착하였다. 순례길 보름 만에 처음 맞는 큰 도시였지만 티베트의 대도시가 모두 그렇듯 이미 많이 중국화 되어서 별 특징이 없어 실망스런 하루 밤을 보내고 이튿날 오랜만의 목욕을 하고 보름간의 먹을거리를 보충하고는 서둘러 아리를 떠났다.

직진하면 곤륜산맥을 넘어 신강(新講)의 옛 ‘실크로드길’로 갈 수 있지만 우리는 예정대로 우회전하여 창탕 고원으로 들어섰다. 창탕이란 ‘북쪽의 고원’이란 뜻으로 티베트의 서부지방을 가리키는데, 옛 중국지도에는 ‘오랑캐 강(江)’으로 표시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 가자. 이제부터는 다시 달리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높고 넓은 ‘태초의 땅’을…. 태초(太初)란 단어를 강조한 뜻은 이 드넓은 창탕 고원이 인간의 흔적이 드문 황무지라는 의미 이외에도 이곳이 까마득한 옛날에는 바닷속이었다는 지리학적 사실도 포함되어 있다. 학설에 의하면 태초에는 섬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인도지나 대륙판’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원래의 ‘아시아 대륙판’과 충돌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이 솟아 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서 히말라야는 일년에 7cm씩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뭐 이런 경천동지, 상전벽해를 거꾸로 읽어야 할 것 같은 과학지식이야 우리 순례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높은 이곳이 태고적에는 바닷속이었다는 사실은 유한한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경전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영겁’ ‘무한’ 같은 우주적 개념을 잠깐이나마 생각하게 해주며 아울러 그런 우주를 정복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오만불손한 인간들의 의식을 다시금 일깨워 주기에는 좋은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역시 인간은 영겁의 시간 속에서는 하루살이에 불과한 존재일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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