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독한 공산치하에서 ‘좇’ 수행의 맥을 지켜낸 몽골의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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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독한 공산치하에서 ‘좇’ 수행의 맥을 지켜낸 몽골의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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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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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동한 밀교의 여성들6/돌징 칸돌마 보살 2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를 북쪽으로 벗어나 눈이 시린 백색의 겨울 광야를 40km쯤 달려서 ‘빨찌짠’이라는 마을로 들어섰다.

여느 몽골의 마을들처럼 엉성한 판자로 엮은 높은 바람벽들이 등에 등을 대고 줄지어 이어지고 그 안으로 넓은 마당에 둥근 겔과 초라한 판자건물이나 축사들이 지어져 있다.

돌징 칸돌마도 판자벽으로 마당을 둘러친 겔에 살고 있었다. 겔은 땅에 마루를 깔고 나뭇살로 엮은 벽을 세우고 우산살 같은 지붕을 덮은 다음 양털을 다져서 만든 두터운 펠트로 싸고 다시 흰 광목으로 싸서 만드는 이동식 조립 가옥이다. 아득한 과거로부터 살아왔고 현재까지도 몽골 유목민들의 삶을 담아주는 변함 없는 주거형태이다.

국내외에 이름 높은 대 마스터에게 법당이나 기도실이 따로 없었다. 겔의 가운데 놓인 쇠난로에 제자들이 장작과 말린 소똥을 태워 요리도 하고 난방도 하였다. 겔의 제일 안쪽 중앙에 버터등잔을 밝힌 초라한 불단 위로 그을음이 앉은 액자 속에 돌징 칸돌마에게 법을 전한 스승들의 뿌연 흑백사진들이 모셔져 있었다. 그 옆으로 침대가 놓여 있는데 침대머리에는 경전 보따리들이며 의식용구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돌징 칸돌마는 그 침대에 앉아 수행도 하고 제자들에게 경도 설하고 의식을 행하며 끊임없이 찾아드는 사람들을 일일이 맞아 세상사의 온갖 고뇌와 고통의 소리들을 경청하고 상처받은 정신과 육신의 병을 치료해 준다.

나 역시 가슴 가득한 회의와 고뇌를 극복할 수 있는 빛을 기대하며 돌징 칸돌마의 겔을 찾아든 것이었다. 몽골의 하늘처럼 짙푸른 비단수건 ‘하닥’을 양손에 받쳐들고 다가가서 올리니 그것을 받아 목에 걸어주며 힘차고 부드러운 두 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 끌어당기며 서로의 볼과 볼을 교대로 스쳐댄다. 정답기 그지없는 몽골의 인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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