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의 발견] “붓다의 가르침을 모은 『불경(佛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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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의 발견] “붓다의 가르침을 모은 『불경(佛經)』”
  • 김남수
  • 승인 2024.09.3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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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이중표’에서 출가자 ‘중각(中覺)’으로

40년 지녀온 원력

초기 불교를 연구하면서 신행공동체 ‘붓다나라’를 이끄는 이중표 교수가 부처님 가르침을 한글로 번역한 『불경(佛經, SUTTA)』을 출간했다. 초기 경전인 『니까야』에서 경전 구절을 선별했으며, 초기 경전인 『숫따나빠따』와 『담마빠다(법구경)』도 포함됐다. 초기 『율장』에 기록된 부처님 전기와 경전 결집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책 제목은 『불경』. 1,400페이지가 넘는다. 

이중표 교수는 출가의 인연이 있었다. 1973년 고등학교 시절 출가해, 출가자 신분으로 대학(전남대 철학과)과 군 생활을 마쳤다. 그때부터 “성경이나 쿠란처럼 경전의 핵심을 지닌 한 권의 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지녀왔다. 대학원 시절 어느 종단의 의뢰로 ‘불교 성전’을 편집하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 팔만대장경을 2년 동안 열람하면서, 원고지 3,000매 넘게 글을 썼는데 마치지 못했죠. 좋은 말씀을 선별해 나가는데, 경전의 양이 일단 어마하잖아요?”

『불경』을 만들겠다는 원이 구체화된 시기는 2007년. 대학 연구년으로 1년 동안 미국에 머물렀다. 미국 사람들, 특히 지식인층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에 놀랐고, 그들은 불교에서 삶의 새로운 길을 찾고 있었다. 그들은 달라이 라마나 틱낫한 같은 스님들의 가르침에 의지해 불교를 접하고 있었다.

“그분들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면 어찌될까”라는 생각, “경전을 만드는 것이 한국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반드시 불경이 있어야 한다는 원력을 구체화했다.

 

니까야를 선별한 『불경』

2008년 학교로 돌아와 ‘학교에서 남은 10년은 초기 경전을 번역해, 정년 퇴임식에 책을 내놓자’라고 결심했다. 매일 매일 니까야 번역에 매진했다. 2014년 1월 내용을 선별해 『디가 니까야』를 처음 출판했다.

“『디가 니까야』는 초기 경전 중에 양적으로 긴 경이고, 부처님 당시의 생활이 묻어있어요. 또한 부처님이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번역하기 까다로운 경전입니다. 『디가 니까야』를 번역하고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웬걸. 10년이면 끝낼 줄 알았는데 『맛지마 니까야』를 출판하고 정년을 맞았다. 남은 번역을 끝내지 못했기에 정년 퇴임식도 하지 않았다. 정년을 마치니 속은 후련했다.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순차적으로 『쌍윳따 니까야』, 『앙굿따라 니까야』를 번역했다. 경전마다 내용을 선별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연이어 『숫따니빠따』, 『담마빠다』도 출간했다. 올해는 초기 율장에 기록된 내용을 선별해 『인간 붓다』를 출판했다. 

일찍이 만해 한용운 스님도 『불교대전(佛敎大典)』을 발행했고, 동국대 역경원과 여러 종단에서도 이름은 다르지만 『불교성전』을 발간했다. 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불경』은 니까야를 중심으로 초기 경전만 담았다.

“제 전공이 초기 불교이기도 하고, 저는 대승불교 사상의 뿌리가 초기 경전에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신화적 요소가 많은 대승 경전은 현대인들에게 맞지 않는 부분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남방불교권에서는 대승 경전을 인정하지 않아요. 모든 이들이 볼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경전이 됐으면 합니다.”

중복된 구절은 생략했으며, 현대인에게 맞는 언어로 가독성 높게 번역했다고 자신한다. 

 

다시 출가의 길로

2024년 이중표 교수는 젊었을 때 몸담았던 출가자의 길로 다시 들어섰다. 그런 결정을 한 연유를 물으니, 한참을 눈감은 후 말을 잇는다.

“처음 출가 전후부터 인연이 있던 스님이 ‘정년을 마쳤으면 머리를 깎아야지, 왜 미루냐’며 핀잔을 줬습니다. 경전 번역을 1차 마무리하고 나니 ‘더 매진하려면 세속과 인연을 정리해야 한다’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내 삶을 부처님과 조금 더 가까이하고자 스님의 뜻을 받들기로 했습니다.”

올 1월, 율장에 근거해 여러 스님 앞에서 계를 받았다. ‘중노릇 잘하라’라는 격려의 말씀도 있었다고. 태고종에서 수여하는 정식 절차는 근 시일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법명은 중각(中覺). 그동안 불교의 핵심을 중도(中道)로 인식했기에, 계를 수여하는 스님이 꼭 ‘중(中)’자는 넣어야 한다며 법명을 수여해 줬다.

공동체 운동을 함께 한 ‘붓다나라’ 회원들과 거취를 고민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출가자로 전념하는 것이 붓다나라가 하고자 하는 신행 운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지했다. 붓다나라에서는 교수라는 호칭보다 스님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럽다고.

 

불경 중심의 불교로

이중표 교수는 『불경』 출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강조하는 것은 ‘불상 중심’에서 ‘불경 중심’으로 불교가 변해야 한다는 것.

“경전은 있었지만 한문이나 빨리어로 된 경전이었기에 제대로 읽지 못했죠. 부처님 재세 시나 그 후 몇백 년 동안 가르침은 이어졌지만, 불상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지금 한국불교는 가르침보다 불상을 숭배하는데, 시급히 변해야 합니다.”

이제는 세상에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행공동체 ‘붓다나라’를 구성해, 몇 년째 경전 읽기 모임과 수행을 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울산, 광주에도 지부가 생겼다. 2023년 12월에는 ‘다르마의 숲’이라는 수행센터를 서울 은평구에 마련했다. 

이중표 교수는 올해 미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스탠퍼드대학(샌프란시스코)의 공부 모임에서 초청해 강연할 예정이다. 뉴욕 원각사도 방문한다. 『불경』을 알릴 거라고.
무엇보다 먼저 인도의 부다가야를 방문한다. 부처님께 『불경』 출판을 고하는 고불식(告佛式)을 붓다나라 회원들과 진행할 생각이다. 

40년 원력이 이제야 이뤄졌다고 고할 예정이다.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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