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반성하는 자기’에 대한 메타포(Metaphor, 비유)가 됐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 죽음을 맞이한 나르키소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나’가 아님에도 그것을 나로 집착하는 중생의 모습을 표현한다.
비단 거울뿐이겠는가. 미디어에 비친 세계, 감각기관으로 경험한 세계가 실재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님에도 마치 그것이 실재인 듯 생활하고 말하고 생각한다.
거울은 업경대(業鏡臺)로 대표되듯 종교 의례에서 중요한 도구다. 구리로 만든 동경(銅鏡)은 옛 무덤이나 탑 속에서 무수히 발견되고, 거울의 뒷면에는 세밀한 그림이나 불보살님을 모셨다. 거울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한 도구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옛사람들은 거울을 통해 무엇을 바랐을까?
바라보는 자아와 보이는 자아의 분리, 거울이 지닌 이중성이다. 자아의 본모습은 아니지만, 자아라는 허상을 보여주는 거울. ‘그것에 머무를 것인가, 혹은 깨뜨릴 것인가’는 선문답에서 중요한 화두가 된다.
거울 속의 나와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아본다.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