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큰 문제다]

대선이 한참이던 97 년, 저는 도반으로부터 큰스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비구니로서 어느 비구승 못지 않게 공부를 많이 하신 큰스님은, 다음 번 대통령이 거짓말 많이 하신 분이 되는데, 거짓말의 습(習) 때문에 나라가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설마?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이 꽤 있었지만, 그 분이 설사 거짓말을 하셨더라도 그것은 정권의 탄압이 심하던 시절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일테고, 더구나 그 자리가 어떤 자린데, 대통령이 되신 분이 시장의 잡인들처럼 거짓을 행하시겠습니까! 저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큰스님께서 당신답지 않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신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가는 지금, 온 나라는 거짓으로 덮혀 있습니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말 못할 일을 저지르고도 안했다고 우기면 그만입니다. 오히려 핏대 올리기까지 합니다. 상대가 하도 강력히 부인을 하니 진실을 말하는 자가 도리어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 틈을 거짓은 진실이 들어날 때까지 마구 휘둘러 모든 선(善)을 망쳐 놓습니다. 그리고 한 번 망쳐진 선한 기운은, 진실이 들어 나 거짓이 물러 간 후에도 깊은 멍에로 우리들에게 남습니다.

가을인데도 어제 전국에는 의외로 큰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여름에 수해를 입은 강원도 지방엔 어제 하루에만 수십 mm 가 넘은 큰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거기다 기온은 급강하하여, 오늘은 산간 지방에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언다고 합니다. 기상 관측소가 생긴 이래 가장 먼저 눈이 내린 것이 지난 84 년 10 월 21 일 울릉도였는데, 올 해는 바로 이 날 ! 산간 지방에 눈이 내

릴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여름 폭우에 놀란 가슴을 아직 추스르지도 못했는데, 가을은 크게 겨울로 넘어 갑니다...